우리 아가에게, 엄마가 할머니 같으면 어쩌지?
아가 백일 무렵부터 머리카락이 미친듯이 빠졌다.
어김 없이 내게도 산후 탈모가 찾아온 것이었다.
머리 감는 것이 무서울 정도로, 감을 때마가 한 움쿰씩 빠져 수챗구멍이 막혔고
수건 드라이를 하면서 또 한 움쿰 빠지곤 했다.
청소기를 분명히 돌렸는데
어느새 보면 주변 여기저기에 머리카락들이 널부러져 있어
하루에도 수백번씩 돌돌이로 머리카락을 치우기 바빴다.
그러더니 이백일 무렵부터는 서서히 탈모량이 줄어들었고
이제는 새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하여
잔디머리가 솟는 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흰머리로 자라나는 잔디머리들이다.
예전에는 흰 머리가 많지는 않아 '새치'라며 쪽집개로 하나 둘씩 뽑았는데
이제는 뽑을 수 없을 정도로 희머리의 양이 많아졌다.
출산하고 양육하는 1년 사이에 생긴 변화 중 하나다.
내 나이 마흔에 아이를 낳고, 혼자 독박육아로 키우다 보니
폭삭 늙어버렸다.
속상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리라, 그냥 받아들여야겠지만
아기가 조금 더 인지력이 생길 무렵
엄마가 할머니 같다고 싫어하면 어쩌나, 벌써 걱정이다
아이가 10살이면 나는 50살
아이가 20살이면 나는 환갑
아이가 30살이면 나는 칠순이다.
마흔 살에 자연임신으로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었기에 감사하다 생각하다만
아이는 나이 많은 엄마를 자율적 의지로 선택한 게 아니기 때문에
잘못한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때론 미안한 마음이 들곤한다.
할머니 같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나는 더욱 자기관리를 하며
더욱 성숙한 사랑으로 키워야겠다고 오늘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