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아로 Dec 06. 2023

잔디머리, 흰머리

우리 아가에게, 엄마가 할머니 같으면 어쩌지?

아가 백일 무렵부터 머리카락이 미친듯이 빠졌다. 

어김 없이 내게도 산후 탈모가 찾아온 것이었다.

머리 감는 것이 무서울 정도로, 감을 때마가 한 움쿰씩 빠져 수챗구멍이 막혔고

수건 드라이를 하면서 또 한 움쿰 빠지곤 했다.

청소기를 분명히 돌렸는데

어느새 보면 주변 여기저기에 머리카락들이 널부러져 있어

하루에도 수백번씩 돌돌이로 머리카락을 치우기 바빴다.


그러더니 이백일 무렵부터는 서서히 탈모량이 줄어들었고

이제는 새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하여

잔디머리가 솟는 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흰머리로 자라나는 잔디머리들이다.

예전에는 흰 머리가 많지는 않아 '새치'라며 쪽집개로 하나 둘씩 뽑았는데

이제는 뽑을 수 없을 정도로 희머리의 양이 많아졌다.


출산하고 양육하는 1년 사이에 생긴 변화 중 하나다.


내 나이 마흔에 아이를 낳고, 혼자 독박육아로 키우다 보니

폭삭 늙어버렸다.

속상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리라, 그냥 받아들여야겠지만

아기가 조금 더 인지력이 생길 무렵

엄마가 할머니 같다고 싫어하면 어쩌나, 벌써 걱정이다


아이가 10살이면 나는 50살

아이가 20살이면 나는 환갑

아이가 30살이면 나는 칠순이다.


마흔 살에 자연임신으로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었기에 감사하다 생각하다만

아이는 나이 많은 엄마를 자율적 의지로 선택한 게 아니기 때문에 

잘못한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때론 미안한 마음이 들곤한다.


할머니 같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나는 더욱 자기관리를 하며

더욱 성숙한 사랑으로 키워야겠다고 오늘도 다짐한다.




작가의 이전글 엉덩이를 들썩 들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