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켤 수 있는 행복함
출산을 앞두고 일 할 수 없게 되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나는
이 참에 글을 써보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싸이월드가 유행하던 시절, 산문도 운문도 아닌 짧막한 글들로 생각과 감정을 담아내곤 했었는데
일을 하면서부터 그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줄어들어 끄적임을 놓아버린지 제법 오래되었다.
그런 가운데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이 곳에 새로운 끄적임을 시작해보고자 했으나 육아로 인해 또 다시 나는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했다.
신생아였던 아가에게
하나 둘 인지력이 생기고 있는 요즘
아가의 생활에도 어느정도 일정한 패턴이 만들어졌고
덕분에 나는 '밤'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한동안 자질구레한 짐들을 잔뜩 올려 놓았던 책상 위를 정리한 후 먼지를 닦아내었고
노트북을 꺼냈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켤 수 있는 행복함.
아이를 낳기 전에는
아무 감흥 없이 매일 하던 일상이었는데
지금 내게는 너무나 소중한 행복의 요소가 되었다.
교생 실습하던 시절, 중3 남학생 한 명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 저희는 시험을 1년에 4번 보잖아요. 시험 공부를 한달 씩 준비한다고 가정했을 때,
일년 열 두달 중 네 달을 시험공부하는 꼴인데 그럼 1/3의 시간을 스트레스 받으며 공부하는 거고요...
근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거의 매일 그렇게 공부를 해야한대요. 그리고 대학에 진학해서도 취업 준비를 해야하고... 취업을 하면 매일 출퇴근을 하며 일을 해야한다는데... 그럼 대체 행복을 언제 찾아오는 건가요?"
16살의 아이가 던진 심오한 질문을 듣고 순간 한 CF의 장면이 내 머릿 속을 스쳤다.
꽤 오래 전의 '박카스'광고였다. 사람이 꽉 찬 버스에서 자동문 벨을 누르려고 손을 뻗는데 닿지 않는데, 누군가 그런 주인공을 보고 대신해서 버튼을 눌러주는 장면.
"어느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서야 행복이 찾아오는 건 아닌 거 같아. 힘든 시기가 지나야 행복이 찾아온다는 국룰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거 같아. 그냥 그렇게 우리가 살아가는 가운데 조금씩 다른 고충들은 늘 생기기 마련이지... 그치만 그렇게 흘러가는 가운데 크고 작은 즐거움과 여유 혹은 감사함들이 있는 거 같아. 짧은 순간일지라도 그렇게 느끼는 감정들이 행복이 아닐까? 예를 들어 내가 무거운 걸 들고 가고 있는데 친구가 그 모습을 보고 도와준다든지, 지치고 힘든 날 누군가 날 위로해주고 격려해준다든지, 날이 굉장히 화창한 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맛있는 걸 먹는다든지, 좋아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영화를 본다든지... 내가 무엇을 할 때 즐겁고, 내가 누구와 있을 때 즐거운지 생각해보고 적어 볼래? 그럼 내 행복의 필요 충족 조건을 찾아갈 수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대답해주었다. 물론 이런 나의 답변이 '정답'은 아니고 나만의 '해답'이라는 것을 덧붙여 말해주었다.
책상에 앉아 하루를 마무리 하고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하며 끄적임을 할 수 있기에 행복하다.
작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