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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업 Feb 02. 2024

생애 첫 출간을 앞두고

부끄러움을 감내한 덕분

포기하지 않으면 그 일은 이루어진다. 

그렇게 해서 나는 생애 첫 출간을 앞두고 있다.

비록 공저이긴 하지만, 내가 오롯이 써 내려간 40여 페이지의 글이 실릴 예정이다. 




작년 여름부터 필사를 함께 한 사람들과 어떻게 하다 보니 책을 내게 되었다.

한 분이 필사 100일을 마치면 글을 써 보자고 제안을 하셨고, 다들 호기롭게 그러면 좋겠다며 책 쓰기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덥석덥석 동의하였다. 이 기회에 책도 써 보면 좋지 않겠어? 나도 뭐든 적극적으로 해 보자는 마음으로 별다른 고민 없이 그 공동의 약속에 마음을 더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같이 하는 거라 묻어가면 다 될 거야.'

혼자라면 몇 날 며칠을 고심했을 일에 대해 나는 함께 하는 이들을 믿고 대찬 결정을 겁도 없이 내렸다.  


필사기간 동안 몇 차례의 줌 미팅으로 각자의 기록에 대한 나눔의 시간을 가졌고, 그 이야기들까지 모여 차곡차곡 각자의 글주머니를 채워갔다. 

100일의 필사를 마무리하고, 툭 던져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프모임을 가졌다. 줌으로만 보던 온라인 인연을 오프모임에서 만나는 설렘에 이어, 우린 뜨겁게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내었다. 하루 해가 저물 무렵 우린 이미 작가가 된 마음으로 서울로, 경상도로, 전라도로, 경기도로 돌아갔다. 

 

자, 이제 글을 써 봅시다. 그 아이디어를 잘 다듬어 각자의 글쓰기 몫을 받았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제야 비로소 '아뿔싸!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뒤통수가 뜨거워졌다. 

글쓰기 경험이라곤 단숨에 다 써 버릴 수 있을 정도의 블로그가 전부였는데, 이를 어쩌나. 


나 혼자의 계획이면 얼마든지 뒤엎거나 연기하면 그만이지만, 여럿이 함께 맞춰가는 행렬에서 나만 나자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되지도 않는 글을 써 보며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았다. 서로 피드백도 해 가며 거칠게 다듬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세상이지만, 그렇다고 출판까지 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쓰기부터 출판까지의 전 과정을 겪어보면서 남의 글로는 배울 수 없는, 누구의 출판경험담만으로는 짐작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을 몸소 할 수 있었다. 


수차례의 퇴고를 거쳐 이제 최종원고가 출판사로 넘어갔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초고를 완성하고 서로에게 공유하던 때가 기억난다. 

'아, 글이 너무 부끄러워 못 내놓겠다.'


한두 번 거칠게나마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다듬었다.

'자꾸 보니까 읽을 만하네. 고치고 다듬으니 제법인 걸?'


퇴고를 몇 번 더 했다. 

'꽤 괜찮게 나오겠는데?'

...

끝까지 가 봐야 안다.

마지막 퇴고를 거치면서 깨달았다.

'내 글은 이미 너무 낡았구나. 이 글은 지금의 내 글이 아니구나.'


그 몇 개월의 시간을 거치는 동안 난 그때 쓴 내 글의 문제점이 훤히 보이기 시작했다.

퇴고과정마다 끝도 없이 나오던 고칠거리가 하나둘씩 줄어들었지만, 그 글이 예뻐지진 못했다.

그저 덜 못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마무리했다.

 




책을 써 보니 알겠다.

나의 글솜씨는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그 말은 단도직입적으로 현재 실력이 아주 형편없다는 말이다. 또, 하나는 책쓰는 동안 글쓰기 실력이 무척 늘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곧 제목을 달고 누군가의 손에 쥐어질 그 글을 생각하면 이불에 구멍이 나도록 킥을 날려야 할 판이다.

그럼에도 그 형편없는 글을 생각하면 나는 왜 웃음이 날까? 

진지하게 자판을 두드렸던 몇 개월 전의 나를 떠올리니 귀엽고, 기특하게 여겨진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꼭 한 가지 덕목이 필요한 것 같다.

용기. 부끄러움을 참을 용기. 부끄러워도 원고를 삭제하지 않을 용기 말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용기 있게 작가가 될 예정이다.

(아이고, 부끄러워라. 참아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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