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업무가 아닌 여가로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던 날이다. 나는 휴대폰 충전을 위해 콘센트가 있는 옆 테이블로 옮기고 싶었지만 이미 그 자리에는 한참 동안 사람이 없었고, 커피 한 잔과 유모차가 세워져 있었다. 잠시 후, 3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아버지로 보이는 분이 옆 테이블에 앉았고, 아버지는 아이에게 태블릿을 조작할 수 있도록 앞에 놓아주고는 자신은 스마트폰으로 일을 보았다. 부자가 각자 스마트한 시간을 보내게 되자 나도 자리를 옮길 생각을 놓고 다시 책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다시 책이 빠져들고 있을 때쯤 아이가 아버지에게 하는 질문이 귀에 들어왔다.
“아빠. 맛있는 건 왜 나눠 먹어야 돼?” 그러자 아버지는 “당연히 나눠 먹어야지.”라고 대답했다.
아이는 이후에 별다른 대꾸를 이어가지 않았고, 나는 아이의 질문을 듣자마자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어 버렸다.
생각해 보면 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쉽게 던지지 못한다. 맛있는 걸 나눠 먹는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실 어릴 때는 맛있는 건 혼자 먹고 싶어 했던 것 같다. 멋있고 재미있는 장난감도 내가 갖고 싶었지 같이 가지고 노는 개념은 도저히 용납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내 배를 채우는 것보다 마음을 채우고 싶은 욕망이 커지고, 혼자 즐기기보다는 같이 해야 더 재미있는 것들이 마구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점차 외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 같기도 하며, 맛있는 걸 나눠 먹는다는 것은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혼자 살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꽤나 중요한 매뉴얼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오늘 누구와 맛있는 것을 먹을지 고민하는 내가 나름 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이번주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고기를 좀 구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