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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이 Dec 13. 2018

내 심장을 할'Queen'

전 세계를 삼'Queen'

<MBC 스페셜>이 10개월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대한민국을 강타한 Queen 신드롬을 전격 분석한 덕분이다. 영국 록밴드 Queen과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현재 전 세계에서 어마어마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평론가들은 예전부터 유독 Queen에게 박했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보헤미안 랩소디’ 로튼 토마토 지수.

평론가들과는 달리 대중들은 영화에 열광했고, 퀸망진창 라이프에 이르게 된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730만 명)는 12월 13일 기준, ‘신과함께-인과 연’(1227만 명)과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1121만 명)에 이어 올해 우리나라에서 흥행한 개봉작 TOP3에 등극했다. 북미에서는 음악 전기 영화 중 역대 흥행 1위의 성적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 흥행 상황(12/13 기준). 출처 : The Numbers


<MBC 스페셜> 내 심장을 할'Queen'은 전문가들의 인터뷰로 이야기의 문을 열었다.

강유정 평론가 : “영화적으로는 별로일지 몰라도 음악만큼은 확실히 좋고, 정서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다른 장르의 영화다.”

배철수 DJ :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좋았다. 즉흥적으로 모든 것이 빨리 흘러가는 요즘, 공연과 음악의 가치에 대해서 찬찬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Queen의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는 오버더빙만 180번을 했던 3주간의 작업물이라고 한다. 지금은 여러 기술들로 손쉽게 녹음이 가능하지만, 당시엔 undo 기능이 없어서 한번 녹음할 때 엄청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방송에서 최초 공개된 록필드 스튜디오. 여기서 명곡 Bohemian Rhapsody가 탄생하게 된다.


이 다큐멘터리는 단순히 Queen의 인기 요인이나 열광 이유를 정형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 각자의 방법으로 Queen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조명한 진심 어린 이야기다.

싱어롱 채팅방에서 만나 친해진 띠동갑 팬부터 Queen에 빠지게 된 방탄소년단 팬, 앞을 볼 순 없지만 그들의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고3 팬, 40년간 Queen 공연만 150번 이상을 본 팬, Queen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하는 팬, 22년째 트리뷰트 밴드로 활동하는 팬, 한국의 대표 팬클럽 ‘퀸 포에버’의 회장까지. 평범한 사람들의 뜨거운 열정을 그렸다. 이 각자의 사람들이 싱어롱 상영관에 함께 모여 어깨동무를 하고 같은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 중 고3 소은(가명)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1급 시각 장애를 가진 소은이는 빛과 어둠을 겨우 구분하지만 누구보다 Queen의 음악을 사랑하는 친구다. 맹학교 선생님에게 추천을 받아 영화를 접하게 됐는데 프레디의 목소리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컴퓨터로 Queen의 이것저것을 검색하는 것이 소은이의 필수 일과 중 하나다. 소은이가 가장 좋아하는 Queen의 노래는 "Don't stop me now"다. 아래는 소은이가 마음에 들어한 가사이다.

난 하늘을 뚫고 날아가는 유성이야
I'm a shooting star leaping through the sky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한 마리 호랑이 같아
Like a tiger defying the laws of gravity
-"Don't stop me now" 가사 中-

소은이는 노래를 들으면서 상상을 하곤 한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는 시원한 기분이 든단다. 음악의 힘은 참 위대하고 감사하다.

Queen에 입덕했다는 귀여운 소은이


이 글의 끝자락에서야 고백하지만 사실 나도 퀸망진창 중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11차를 찍었고 IMAX, DOLBY ATMOS, SCREEN X, 4DX, 싱어롱의 모든 포맷을 섭렵했다. 운 좋게도 개봉 주에 진행한 다 회차 관람 이벤트에 당첨돼서 배급사로부터 굿즈도 와르르 받았다. 책상 위에 세워둔 앨범을 보기만 해도 절로 웃음이 나오는 상태다. 그래서 지난주 MBC에서 방영한 라이브 에이드 실황 방송부터 이번 주의 MBC 스페셜까지, 이런 프로그램들인 정말 고맙고 소중하다. 마치 2002년 월드컵 방송을 챙겨보는 기분이었달까. 방송 직후 친구들의 SNS에 도배되어 있는 Queen의 사진을 보면서 이름 모를 마음속 일렁임을 느꼈던 기억이다.


2018년의 우리가 1970년대의 Queen을 다시금 좋아하게 된 건, 그리고 계속 좋아할 수 있는 건 딱히 무엇 때문이 아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은 정확히 말로 표현을 할 수 없다. 힘들었던 삶을 위로받고 그 무거움이 한결 덜어진다면 그걸로 된 거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는 무명의 밴드를 이렇게 소개한다.

   우린 부적응자를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이죠.

   세상에서 외면당하고 마음 쉴 곳 없는 사람들,

   우린 그들의 밴드입니다.

Queen은 반복되는 현실 속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선물처럼 다가왔다.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움을, 기성세대에게는 그때의 추억을 선사했다. 그리고 모든 세대를 음악으로 연결해주었다. 사람들은 가사 속에서 동질감과 위로를 느끼면서 또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추운 겨울 어느 밤,
이런 꿈을 꾸었습니다.
내 심장을 할퀸 이 순간으로
내일도 살아갈 거예요.
      - 내 맘을 할'Queen' 내레이션. by 한예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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