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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이 Jul 17. 2018

지금은 평냉시대

'옥류관 서울 1호점'에 직접 가보았다.

“평양냉면은 호불호가 딱 갈리는 음식이더라.”

“옥류관 평양냉면이 원조의 맛이다더라.”

“삼삼한 맛이 그렇게 중독적이더라.”


그 평양냉면이 뭐길래. 대체 어떤 음식이길래 요새 이렇게나 핫한 걸까.


평양냉면. 'MBC 스페셜' 캡처.


바야흐로 평양냉면 전성시대다.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로 평양냉면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TV 채널 곳곳에서 ‘진짜 평양냉면의 맛’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국의 유명한 평양냉면집은 웨이팅만 최소 2시간이 걸린다.

가수 백지영이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는 모습은 많은 이들이 군침을 삼키게 만들었고,

김정은 위원장이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가져왔다는 냉면에 국내뿐만 아니라 외신들도 일제히 주목했다.


사람들의 관심은 평양 옥류관에 쏠렸다.

옥류관은 1960년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지어졌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 의례원 또는 봉사원이라 불리는 직원들이 김일성 주석이 전수한 일명 ‘냉면 먹는 법’을 알려 준다.

전파를 탄 옥류관의 평양냉면은 기존에 알고 있던 평양냉면 비주얼과는 달랐다.

별 양념 없이 먹는 줄 알았건만, 식초를 면발에 휘휘 뿌리고 빨간 양념장을 듬뿍 뿌려 먹는 모양새였다.

우리가 모르던 사이 북한의 냉면도, 입맛도 변한 것일까.

이 때문에 냉부심(냉면 부심을 뜻하는 말) 뿜뿜한 이들 사이에서 큰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옥류관 입구와 옥류관 냉면. 'MBC 스페셜' 캡처.


방송에서 최초로 옥류관 주방이 공개됐다.

재료를 다듬는 직원들의 모습이 분주해 보였다.

옥류관에서는 고명 재료로 쓰이는 고기가 하루에 2톤가량씩이나 소비된다.

맛 내기 간장으로 맞춘 육수와 메밀과 감자를 섞은 국수 반죽이 옥류관의 비밀 레시피다.


이 맛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다.

실향민 박근성 씨는 대전에서 평양냉면집을 운영한다.

냉면집 아들이었던 그는 고향과 부모님을 그리워하며 냉면을 만들었다.

박근성 씨는 인터뷰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고베에서 평양냉면옥을 운영하는 장원섭 씨의 가족 역시 타국에서 고향을 늘 그리워한다.

1939년부터 장사를 시작한 이곳은 남북 분단의 세월보다 더 오래됐다.

일생을 냉면에 바친 평양냉면옥 가족들은 밟아보지 못한 고향에 꼭 가고자 한다. 

수많은 실향민들의 그리움들이 냉면 그릇에 담겨있다.


실향민 박근성 씨(좌), 장원섭 씨(우). 'MBC 스페셜' 캡처.


첫 평양냉면을 <옥류관 서울 1호점>에서 먹었다.

7월 6일 딱 하루 열렸던 팝업스토어였다.

오직 250명 대상 한정 판매라고 해서 부랴부랴 예약을 했다.

메뉴는 남북의 맛이 섞인 슴슴한 평화 냉면과 옥류관의 냉면을 재해석한 통일 냉면. 

평화통일 냉면을 먹는 순간만큼은 “이곳이 평양일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냉면 위에 꽂혀있던 한반도기는 오랜 염원을 뜻하는 펄럭임 같았다.

이날, 서울 옥류관 1호점에서 냉면을 기다리는 설렘과 그리움의 표정들을 보았다.


평화냉면(좌)과 통일냉면(우). 통일냉면의 육수가 정말 맛있었다.
'옥류관 서울 1호점' 메뉴판. 천장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조명이 달려있었다.


한 끼를 위한 인간의 숭고한 도전”.

2015년 방영한 mbc 다큐멘터리 ‘위대한 한 끼’에 나왔던 말이다.

끼니라는 단어가 그렇다.

듣기만 해도 뭉클하고 힘이 난다.

“밥 챙겨 먹었어?”라는 말이 자연스레 인사가 된 우리 민족에게 끼니란 어쩌면 가장 근본적인 본능일 것이다.

그 끼니를 함께하는 식구(食口)라는 존재와 함께 인간은 시간과 이야기를 음식에 담아낸다.

분단 이후 남과 북이 만나는 순간마다 옥류관 냉면을 나눠먹은 것처럼, 

평양냉면은 정서적인 공동체를 이루는 그 자체다.


남과 북이 갈라져 있는 지금, 평양 옥류관에는 아무나 갈 수 없다.

얼마 전 판문점을 넘어왔던 옥류관의 냉면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자유롭게 군사분계선을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평양 옥류관에 직접 가서 냉면을 먹을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날이 온다면 ‘옥류관’이라는 mbc 프로그램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한반도에 찾아올 평화시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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