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DMCF <복면가왕 더 위너> 관람 노트
때는 가을바람 선선하게 불어오던 9월의 럭키 세븐! 7일 금요일.
<복면가왕 더 위너> 공연을 보고 왔다.
한창 DMC 페스티벌이 펼쳐지고 있는 상암 문화 광장은 흥겨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광장 주변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만으로도 둠칫 둠칫 춤이 절로 나왔다.(흥을 주체할 수 없어!)
복면가왕 더 위너는 복면가왕에서 주목을 받았던 아티스트들이 꾸미는 무대로,
사전에 홈페이지 투표를 통해 메인 공연곡들이 선정됐다.
복면가왕의 마스코트 김성주 MC의 진행으로 두 시간 가량 공연이 진행됐다.
평소와 달랐던 점은 아티스트들이 복면을 쓰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는 것!
투표로 선정된 노래 외에도 여러 콜라보 무대를 볼 수 있었다는 것!
덕분에 더 생생하고 즐거운 감정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모든 무대가 신나고 좋았는데 유독 기억에 남는 무대가 3개 있다.
① 홍지민 (네가 가라 하와이) - 말하는대로♬
무대를 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온몸으로 위로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노래를 전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고 제스처에는 힘찬 각오가 가득했다.
1절을 부르고 위로를 건네는 내레이션 부분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들의 가슴속에 꿈꾸는 소망들이 있다면! 그 모든 꿈들이 이루어지길 응원하고 응원합니다.”
3년 전 네가 가라 하와이가 부르는 말하는대로가 본인을 다독거렸는 노래였다면,
2018년 가을의 말하는대로는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위로였다.
홍지민 씨도 이 노래를 듣고 산후우울증을 극복했다고 말했었다.
나도 고등학생 때 무한도전에서 이 노래를 처음 접하고 많은 힘을 얻었던 기억이 있다.
매일이 답답하고 불안한 하루들의 연속이었지만 ‘멈추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서 너의 길을 가라’는 가사는 나에게 소중한 담금질이 되었다.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말하는대로♬/
② 소향 (흥부자댁) - 안아줘♬
소향은 안아줘를 ‘부르고 나서도 가슴이 절절해서 울컥하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아니나 다를까 호소력이 엄청났다. 가면 없이 부르는 안아줘는 폭발적인 애절함 그 자체였다.
흔들리는 마음을,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표현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최고였다.
안아줘는 지금도 매일같이 듣는 노래다. 듣다 보면 펑펑 울고 난듯한 느낌이 든다.
아리다 못해 무너져가는 속마음을 울부짖는 이 노래의 화법이 좋다.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낸 느낌이랄까. 덕분에 푹 빠져서 소향의 노래를 들었다.
눈을 감고 노래를 들으니 광활한 우주 속을 유영하는 먼지가 된 기분이었다.
여운이 길다. 2500명이 모인 광장에 깊게 울려 퍼졌던 안아줘가 한동안 기억될 것 같다.
/그냥 날 안아줘 나를 좀 안아줘/
③ 선우정아 (레드 마우스) - 비온다♬
이 곡은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노래다.
‘비온다’라는 말이 딱 9번 나오는데, 노래를 듣고 나면 비를 흠뻑 맞은 기분이다.
“어린 시절에 비 맞으면서, 먹으면서, 뛰어다니면서 놀던 그 시절이. 어느 날 성인이 된 비오는 날 저녁에 확 지나가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는 빗속에서도 잘 놀았다. 지금은 비가 오면 너 나 할 거 없이 우산을 펼친다. 우산을 안 쓰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비를 맞으면서 좋아하는 사람을 오히려 이상하게 쳐다보는 요즘이 됐다. 바쁠수록 그 페이지를 한 번 접어줘야 할 때가 있다. 그렇게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다 보면 지난날들의 기억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 이 노래는 어린 시절 기억을 열어주는 조그마한 열쇠 같다. 다시금 빗속에서 뛰어놀고 싶은 마음을 장난스레 심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선우정아가 부르던 천진난만하고 아이 같은 가사가 머릿속에 맴돈다.
요 며칠간 비가 계속 오는데, 이 노래가 계속 생각난다.
/피하지 못할 일도 있는 거야
참기만 할 수는 없는 거야/
길을 걷다가 어떤 노래들을 우연히, 오래간만에 다시 듣게 됐을 때 느껴지는 기분들이 있다.
그 노래를 들었을 때의 기억들이, 한 번에 콧 속으로 훅 몰려 들어오는 그런 기분 말이다.
그때 내가 느꼈었던 감정과 그 시절의 냄새,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추억이 온몸으로 리셋되는 게 너무 좋다.
이번 복면가왕 더 위너는 내게 그런 기분을 다시금 선물해줬다. 더불어 복면가왕 경연 라운드에서 탈락하면 더 이상 무대를 볼 수 없는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복면가왕 더 위너 무대는 그 갈증을 해소해주었다.
노래는 추억을 담는 소중한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매년 상암 문화 광장에서 많은 이들이 함께 추억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