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열어보면서 흐뭇하게 미소 짓는 수상한 직장인. 바로 나다. 두 세정거장 남짓의 출근길, 어김없이 휴대폰을 열어 읽을거리를 찾는다. 하루에도 대여섯 통씩 쌓이는 뉴스레터. 회사에서 끊어준 유료 구독 전문 아티클. 포털 메인에 대문짝만 하게 걸린 사회, 연예 기사. 날 좀 보라며 요란하게 울리는 푸쉬 알람. 요즘은 그런 경우의 수를 모조리 제쳐두고 오직 하나. 메일함으로 달린다.
'일간이슬아'의 연재 시즌이다. 이 메일은 어쩌자고 매일 나의 기대를 훌찌럭 뛰어넘는 기쁨을 주는 걸까. 제목을 보고 별생각 없이 눌렀다가는, 쿡쿡 대면서 스크롤을 내리며 읽다가, 마무리 인사말쯤에는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시게 된다.
구독이든 연재든, 결국은 기대감 비즈니스다. 오늘보다 내일이, 다음 달이 더 낫고 재밌는 콘텐츠가 올라올 거라는 기대감으로 사람들은 미리 돈을 낸다. 연재와 글쓰기로 수많은 독자들을 수년째 만나고 있는 이슬아 작가도 그렇다. '이번에는 또 어떤 재미난 글을 가지고 올 것인가' 기대감으로 복어처럼 빵빵하게 부푼 독자들이 그의 주변을 맴돈다. 나도 그중 하나였고... 그런데도 매번, 매일이 어째 새롭고 짜릿할 수 있는가.
'일간 이슬아'의 메일을 읽을 때. 10분 남짓 짧은 시간 동안에 재미, 존경, 후련함, 부러움, 감동, 폭소, 부끄러움, 놀라움, 충격 (...) 수많은 감정들이 날뛰면서 왔다 간다. 그게 상당한 활력이 된다. 10분이란 짧은 시간 속에서 이렇게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하는 매체는 여전히 글이라고 본다. 메일함 속의 글들은 순식간에 나를 그 자리로 옮겨서 포개어두게 만든다. 작가가 가진 역량일 테다.
감질나는 분량도 그렇다. 이건 마치 출판계의 숏폼 같은 매력이다. 만약 책으로 나왔다면 사놓고도 부담스러워서 책장 위에 꿍쳐두었다가 미처 끝까지 다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매일 적당히 쾌적한 분량으로 쪼개서 메일함으로 하나씩 도착하니까 부담 없이 가볍게 훌훌 읽게 된다.
+ 덧) 매일 모바일로 보느라 몰랐다. PC 버전은 세리프체였다니! 전자책 같은, 확실히 보다 더 책에 가까운 느낌이 든다. 글자의 크기나 문장 사이의 간격도 신경 쓴 것 같다. 역시 이슬아 작가는 이런 디테일을 놓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