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름: 신념 결벽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호수가 지키고 싶은 것

by Jo

2025년 5월부터 방영한 미지의 서울 (연출 박신우, 남건, 극본 이강)을 오랜만에 날짜를 기다려 가며 시청하고 있다. 쌍둥이인 미지와 미래가 역할을 바꿔 서로가 되면서 서로를 더 이해하는 과정과 거기서 나오는 대사들이 참 좋다. 내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절대 못할 그 말들은 우리는 어떻게 너무나도 쉽게 스스로한테 하면서 살까.



의리인가 음침인가


나는 나오는 등장인물 중 특히 호수에게 시선이 갔는데, 박진영 배우가 연기한 ‘이호수’는, 대형 로펌에서 자신이 존경하는 시니어 밑에서 일하는 변호사다.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그는, 휠체어를 탄 상사가 장애를 딛고 ‘이기는 변호사’가 되는 것을 동경해 같은 대형 로펌 '원근'에서 일을 시작했다.


정의감과 본인에 대한 연민을 묘하게 섞어 언뜻 봤을 때 호수는 마냥 ‘바른’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사실을 쉽게 들어내지 않으며, 습득한 독순술을 사용해 상대 변호사의 사담을 읽어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택들을 하기도 한다. 호수의 캐릭터가 특히 더 입체적으로 보였던 것은, 대게 선처럼 보이는 그의 행동들이 과연 정말 선이고 바름일까 그게 옳은 신념인가 고민하게 한다는 것이다.

ChatGPT Image Jun 29, 2025, 11_07_59 AM.png 내가 지켜줄게 의리!


호수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 듣고 아는 것을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 인물이다. 어쩔 때는 답답할 정도로, 상대를 위한다. 그래서 함부로 하는 법이 없다. 누군가는 이를 '음침'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그가 왜 그러는지 너무 이해가 간다. 내 배려를 알아달라고 하는 행동들은 아니지만, 곤란하고 불편해질까봐 입을 다물게 된다. 사실 생각해 보면, 이것조차 내가 생각한 것을 옳다 생각해서 내가 내린 상대방에 대한 판단이다. 상대방도 내 비밀을 지켜주었으면 하는 내 바램에 상대방은 원하지 않았을 '위함'으로 불편하게 만들었을수도 있다.


ChatGPT Image Jun 29, 2025, 11_08_42 AM.png 배려는 나의 잣대로 상대방을 판단한 것일 수 있다.


비밀을 말하지 않는 것, 더이상 캐묻지 않는것 알지만 민망할까 봐 숨겨주는 것은 어쩔 때는 들키고 나면 상대방에게 더 큰 민망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공유를 하지 않았을 때 친한 사람들이 자신들을 믿지 않는다며 섭섭함을 느끼 기기도 한다. 그래서 종종 내가 했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더 센스 있게 남의 치부를 지켜줄 수 있을까, 언제 내가 나서야 맞는가인데, 그 고민은 아직 진행 중이다.



호수의 신념과 직업윤리


극 중 호수는 이해관계에서 나의 의뢰인의 편에 내 가치에 따라 어느 정도의 ‘적극성’을 보여줄지 고민한다. 이는 법정물에서 흔히 등장하는 내적 갈등인데, 변호를 하는 당사자의 행동 그 이상에 의미를 두기 시작하면, 변호사 윤리장전 다수 조항에 나타나 있듯 ‘공정한 법’의 적용을 해칠 수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적극성은 아닐지라도, 개인의 가치를 하나둘 반영하다 보면 변호와 판단 경계가 어느 순간 너무 모호해지기 때문에, 의뢰인의 인격을 분리해서 사건을 보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ChatGPT Image Jun 29, 2025, 11_15_30 AM.png


하지만 법의 해석이 늘 그렇듯, 어느 정도의 개입이 의뢰인의 ‘성실 의무’를 다 한 것인가는 개개인의 역량과 그 안의 알 수 없는 변호인들만의 속사정들인데, 이는 변호사 개인만이 또 어떨 때는 스스로도 잘 모를 수가 있다. 사람인지라 나의 최선이 더 쉽게 만드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변호의 형태와 분야는 다양하기 때문에 정의 실현이던, 법의 공정한 적용이던 본인 결정에 좀 더 맞을 가능성이 높은 길로 가면 이 고민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신념의 결벽증


반면 그의 상사 ‘이충구’는 (소시오패스 기질이 다분하나), 이 부분에 있어 직업윤리는 명확한 사람이다. 그는 자주 호수에 잔잔한 물결에 파장을 일으키는 말들을 던진다.


“그 이상한 결벽 때문에 선을 안 넘잖아… 그거 배려 아니고 방관이야”

-미지의 서울, EP7, “나무속 아이”, 연출 박신우, 남건, 극본 이상, 2025.06.14 방영, tvN


수호의 신념과 그 고집은 직업에 대한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수호가 변호사의 직업 윤리장전을 어겼다고 명확히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없지만, 그 지독하게 답답한 호수의 올곧음이 정말 옳은지는 호수 스스로도, 보는 시청자인 나도 고민하게 만든다.


ChatGPT Image Jun 29, 2025, 11_45_49 AM.png 옳음 강박은 나에게 모래주머니를 하나 둘 얹고 달리는 것과 같다

살면서 줄곧 나의 신념을 의심하게 만드는 순간들이 있는데, 나에게 있어서는 자주 '그 꼿꼿함'이 옳은가였다. 내가 생각하는 '바름'을 실행하려면, 여러 고민들로 세운 나의 신념들을 결벽이 느껴질 정도로 지켜내야 한다. 내 결정들이 완벽할 수 없기에 그 이후 죄책감을 느끼고, 스스로를 다시 검열하고, 주변의 태도에 종종 유연하지 못하다.


이 내 바름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판단이고, 그것을 지키려는 내 신념이 구부러지지 않으면 언젠가 내가 부러지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고인 '호수'가 썩지 않으려면


호수, 자연적으로 형성된 웅덩이에 물이 고여있는 곳.

신념 결벽은 어쩌면, 나를 고이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 결벽이 내 물을 깨끗하게 지킬 수도 있겠지만, 주변과 소통을 하려면, 어쩌면 길을 터 물을 내주고 받아야 할지 모른다. 나 스스로 지키려 한 신념들은 나 혼자 갖고 지키려 하다 언젠가는 그만 고이다 못해 썩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ChatGPT Image Jun 29, 2025, 11_54_01 AM.png 때론 빗물, 흘러 들어온 강물, 바람 태양을 잘 받아 들어야 자정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호수는 과연 그 ‘벽’을 부수고 본인이 쌓아 올린 신념의 모래주머니를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