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3. 집착 (2020)

무엇이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마음

by Jo

새해가 밝아 다시 다이어리를 시작하려 작년의 기록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작년에 썼던 일기들을 다시 읽게 되었는데, 어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들이랑 다를게 하나 없더라. 작년 이맘때쯤 나는 집착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있었는데, 중반쯤 조금 정리된 마음에 평온해진 듯하면서도 다시 원래의 나의 모습으로 돌아와일 년 뒤 비슷한 고민하고 있는 나 자신이 참 어이가 없었다.


평생에 걸쳐 조각된 사고방식을 바꾸기에 일 년이라는 시간은 다소 짧나 보다.


집착의 형태

관계에 대한 집착은 조금 내려놓았다. 그게 일단 고민의 시초였으나 이번에 조금 더 생각해 보게 된 관점은 ‘스스로’에 대한 집착 그리고 감정에 대한 집착, 무엇이 어떻게 돼야 한다는 강박도 다 집착의 다른 형태였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남이 해주길 바라는 건 내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꼰대와 뭐가 다른가 싶다. 모순적이게도 나는 아직 내가 그려놓은 그림에 누군가 다른 색을 칠하고 가면 짜증이 나고 화가 날 때가 있다. 사실 그 감정들조차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데 꽤 오래 걸렸다.


나에 대한 집착은 자기 검열 강박등에서 드러난다. 이렇게 하면 안 돼 이렇게 느끼면 안 돼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작년에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다. 모든 것을 계획하고 하루의 기분과 지출 습관들을 기록하기도 했으며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했을 때 기분이 좋으며 무엇을 안 좋아하는지까지 일단 해보며 경험해 봤다. 기록도 무진장했다. 다 읽기는 할까.


막상 무엇을 열심히 해도 그것을 지속적으로 꼭 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고 바쁘게 살지 않아도 무엇을 하고 있어야 된다는 죄책감이 엄습했다. 그럼 나는 언제 편안해질 수 있을까. (애초에 그게 가능하기는 한 건가?)


잘하고 싶은 마음

결국은 집착이다. 무엇이 되려는 집착, 무엇을 꼭 해야 한다는 집착, 행복해야 한다는 집착, 내가 옳고 싶다는 집착. 내가 무엇보다 불완전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알기 때문에 무언가를 해서 채워야 한다는 집착이다. 참 웃기다 가톨릭 가정의 신앙심 좋은 부모님 밑에 자란 내가 불교에서 말하고 있는 교리를 통해 고민을 해결하려 하다니.


뭘 또 ‘잘’씩이나 하려 해 그냥 해


스물세 살인 나는 스물두 살의 나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으면서도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래 좀 더 솔직해졌다 나 자신에게. 관계에 대한 기대도 낮아진 것 같지만 사실 아직도 많은 걸 기대하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를 아직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양가감정이 내 마음에 자리해 진자운동을 끊임없이 한다. 갈팡질팡 다 싫고 다 좋다. 언어에 대한 내 생각과 소중함은 아직도 같다.


올해의 나에게 ‘그냥 뭐든 해봐’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 주위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다가올 사람들에게 경계를 낮추는 태도를 기억하고 어떤 것에도 집착하게 되는 순간들을 알아차리고 돌아오기를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근데 운동은 꼭 하도록 하자 (집착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