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4. 당연 (2020)

도둑맞은 내 3년 돌려줄 수 있을까?

by Jo

올해 초부터 (2020년 당시) 범세계적으로 유행한 코로나 (COVID-19)는 많은 우리들의 2020년을 앗아갔다. 연초에 기대를 가득 앉고 계획했던 것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기 부지기수였고, 나는 사실 이 모든 게 코로나 때문이라 탓할 기회(라고 하고 핑계라 읽는다)가 생겨 처음엔 내심 좋지 않았나 싶다.



상황이 주는 결과

다시 한번 느끼지만 인간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재충전이 필요하다 생각해 결심한 자취가, 내 의도를 벗어나 이젠 고립 상황이 주는 또 다른 피로감이 된 것이 상황적 서사로 이렇게나 쉽게 바뀌는 내 마음이 얄미웠다. 내가 선택한 것과 상황이 점지해 준 같은 결과가 나에게는 무척이나 다르게 느껴졌다. 혼자 있는 것도 내가 그러기로 할 때가 좋은 거다.


애초에 남들과 같이 있는 시간들이 있었기에 혼자 있는 시간이 간절하고 소중하지 않았나 싶다. 다행히 락다운으로 집에서 몇 주씩이고 들어앉아있어도 썩 나쁘지 않았던 건 그나마 내가 전화할 수 있는 가족 친구들, 이 답답한 상황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 덕분이 아니었나.



부재의 힘

그래도 마음이 쳐지는 순간들이 있다. 밖에 나가는 빈도가 줄고 내가 얻은 건 가뜩이나 부족했던 비타민 D, 운동 결핍 그로 인한 활력 감소였다. 이렇게 계속 축 쳐져 있으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에 남들이 잘 안 나오는 이른 시간에 운동을 한다거나 장을 아침 일찍 보러 가는 등 아침이 힘든 나에게 아침을 살게 하는 이상한 현상을 보이게도 해줬다.


6월이 끝나가는 지금 (2020년) 코로나 이후의 일상이 상상이 안 갈 만큼 나름 이 생활에 적응이 된 것 같고, 조금씩 규제가 풀려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때는 어색함도 느낀다. 그래도 하루빨리 이 상황이 잠식되기를. 친구들, 가족들이 보고 싶다. 공간과 물리적인 것들의 끈끈한 그 힘을 다시 한번 느낀다. ‘곁’이라는 것은 정말로 소중했구나.



당연한 건 없다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보장’이란 단어에 대해서도 재고해 보게 했다. 나름 체계적이라 믿었던 나의 향후 계획은 ‘코로나’가 없었던 세계에서는 그럴듯해 보였으나 이처럼 전례 없이 새로운 상황들이 생기기도 한다. 그 당연함을 깨트리니 처음에는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정답 같던 방법들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새로운 수식이 학계를 뒤흔들어 버린 상황이랄까.


내 탓인가? 아님 다른 누구의 탓인가? 아니다. 우리 모두 잘못한 게 없다. 굳이 따지자면 애초에 상황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설계한 몇 년에 내 모든 것을 걸어버린 게 너무 위험하지 않았나 싶다. 뭐가 어떻게 될 줄 알고.



계획의 리스크

MBTI의 'J' 성향이 강한 나에게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은 종종 무력감을 준다. 나는 성공의 방정식이 막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계획하고 계획하고 또 계획했었다. 변수가 무지막지하게 많은 세상이다. 앞으로는 더더욱 무슨 일이 생기던 메타몽처럼 맞춰 유연하고 순발력 있게 잘 살아가는 능력이 중요해진 것 같다.


그럼 일단 나에게 주어진 상황들을 관통하고 지켜낼 나에게 중요한 것이 있어야 한다. 상황에 쉽게 무너져 버리는 그 무언가 말고 내가 고유하게 지키고 싶은 가치들. 그 베이스를 가지고 앞으로는 받아들일 건 더 잘 받아들이고, 잘 적응하는 법을 배워서 그러면 그런대로 변화를 관리하고 알맞게 살아가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왕이면 아말감보다야 금니가 되보도록 하자.


그래 이미 무너져 버린 것, 이김에 점검하고 재설계를 차차 시작해 보면 되겠지. 급할 거 뭐 있을까. 빨리 답을 찾으려 지름길을 찾다 보면 꼭 화를 입는 것 같다. 나는 내 방식대로 보장할 수 없는 미래를 조금이나마 더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설계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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