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있기에 오늘 괜찮은 것들
당신이 6개월 뒤에 죽는다면 지금 당장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다시금 상기시켜 주는 좋은 질문이다. 최근에 이 거창한 질문에 구체적인 대답을 적어보려 펜을 들었지만 (정확히는 키보드를 잡았다), 도통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아마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과 주어진 것들이 꽤 괜찮다 생각하고 있어 그럴 수도 있고, 이제는 누군가가 좋다고 하는 것들을 무작정 따라 하고 싶은, 아니 그럴 수 있는 에너지가 예전만치 못해서 일수도 있겠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든 것은, 어쩌면 내일이 있다는 그 가정에 오늘 의미 있는 것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카르페디엠 (Carpe diem),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
나는 목록들을 이렇게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시간 보내기
매일매일 다른 하늘 보기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 보내기
...
크루즈 여행, 번지점프, 세계일주같이 짜릿하게 자극적인 남들이 하고 싶다는 버킷리스들이 정작 내 리스트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오늘도 하루 잔잔하게, 충실하게 보내는 데에 만족하기에, 이렇다 잠시 떠오르더라도 금방 열기가 식었다.
작년에 이런 생각을 기록해 둔 적이 있다.
많은 걸 보고 느끼고 경험하며, 내가 누군지 알아가는 이 여정은 무엇을 이루는 게 아니라 이루러 가는 그 과정이 행복한 것. 결국은 그냥 마침표일 뿐인 죽음을 향해 나갈지언정, 그 결말이 나를 어떤 사람인지 규정하지 못하는 건, 그 무지개 겹겹의 색들 사이에 있는 무수한 색과, 공간, 그리고 가늠이 되지 않은 그 빛의 양과 정의할 수 없는 이 모든 것이, 와중 흘러 보냈을 내가 잊어버린, 다만 분명히 있었던 기억들도 다 내 일부라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가치는 나름 명료하고 산뜻하다 사랑, 평화, 그리고 행복... 대게 원칙적인 단어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어들이 주는 무수한 정의처럼, 인생은, '그 사이의 것'들이 이어지며 뻗어간다. 그것이 갖고 있는 색은, 공간은 어쩌면 무지개는 비할 수 없게 더 복잡한 것임을.
그래서 지금 명료하지 않은 것들은 또 그대로 괜찮다. 내가 지금 오늘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그것이 지금 파란색이면 좋고 아니면 또 어떠리. 애초에 항상 바뀌는 것임을. 나는 그 바뀌어가는 색을 지켜보는 과정이 좋은 거다. 나중에 돌아봐도 멋있다.
내가 정성스레 한 요리를 내가 맛있게 먹는 것, 지독하게 나를 잡고 흔들었던 생각들을 말끔히 정리해 마침내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는 것, 열정이 나를 눈 반짝이게 하는 것, 선하고 현명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그저 한번 더 시도한 것 배우기 위해 겪는 시행착오들. 나랑 비슷한 생각을 사람들에게서 얻는 안도감과 또 다른 사람들을 통해 얻게 되는 새로운 시선들. 아무 이유 없이 눈 마주칠 때 웃어주는 막연한 따듯함. 난 이런 것들이 좋다.
https://www.youtube.com/watch?v=s7deRrLIlME&ab_channel=RIAKOFFICIAL
뭐 각자 좋아하는 것들이 다 있지 않겠는가.
내가 원하는 나의 삶은 내가 가치를 두고 좋아하는 것들로 더 많은 시간들을 채우는 것이다. 그때에 중요하다 생각한 것에 나의 오늘을 붓는 것. 변해가는 내 가치에 대해 이유를 갖고 질문하고, 또 의식하고 사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하고,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
지금 나에게는 과정이 재밌는 것들이 오늘을 채우고 있는데, 성장이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된 나는 내일이 기대돼서 오늘이 좋다. 오늘은 또 나아진 나를 보는 날이고, 내일이 있기에 또 괜찮다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가능한이면 더 오랫동안 이 하루를 차곡차곡 적립하고 싶다. 더 많은 오늘로 내일을 또 더 잘 살아보려고.
못해본 경험들이 나의 시선을 잡을 때는, 그냥 해보기도 하고, 뭐 또 못해보고 가도 괜찮다. 그 좋아 보이는 것들이 마냥 좋을 것이랄 것도 없고 그래서 꼭 해봐야 하는 법도 없다는 것을 아니까. 그 경험들도 가끔은 억지로 가끔은 그냥 내 마음 가는 대로.
메멘토모리 (Memento mori):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
그래서 메멘토모리 하면서 카르페디엠 하련다 (나는 라틴어에 큰 뜻은 없다). 반듯이 소멸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가진 채 지금을 음미하며 '이쯤이면 괜찮다' 하는 오늘을 더 많이 쌓아가고 싶다. 그건 내일이 있다는 안도에 또 가능하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당신도 편안하게 내일로 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