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고자 해보는 나만의 레이스
이따금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었던 러닝을 그래도 2025년을 시작하며 나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하프마라톤을 뛰어보기 전 일단 먼저 해보기로 한 첫 10km Fun Run (3월 10일 당일)을 마치고, 이제 막 시작한 초보 러너인 나지만, 훈련하면서, 또 경기를 뛰어보면서 든 생각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내 페이스를 찾아가면서 달리는 과정에 참 뻔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한 얘기지만, 달리기는 삶을 대하는 방식과 닮은 구석이 많다.
나를 아는 것, 오늘, 지금 내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
일단 어떤 거리를 뛰고, 완주를 하기 위해서는 내 체력과 페이스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어느 속도에서 심장은 어떻게 뛰고, 지금 컨디션에는 어떤 빠르기로 달릴 것이며, 어느 거리를 갈 때 어떻게 전략을 짜야할지 어떤 속도로 뛰었을 때 지속 가능할지, 나의 지금 자세, 나의 체력, 컨디션 상태를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들을 알기 위해선 다양한 시행착오가 필요한데, 사실 이게 제일 어려운 것이지 않을까 싶다. 여러 번 여러 조건에서 여러 컨디션에 뛰어봐야 안다. 경험치가 쌓여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오늘 내 상태가 어떠며, 기준치에 비해 더 좋은 편인지 아닌지 세심히 관찰한다. 몇 시간 잤는지, 전날에 무엇을 먹었는지까지도 모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 모든 질주의 기본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아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지 않았나. 아 사실 내 생각에 백전백승은 아니다 다만 승의 확률을 올려줄 뿐.
시작과, 의욕 앞섬, 그리고 에너지 분배
멈춤에서 달리기 상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몸도 마음도 웜업이 필요하다. 서서히 나의 몸과 마음을 달구는 관성을 깨는 그 중간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은 움직일 때 비로소 시작할 수 있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서서히 몸의 열을 올리면서 내가 준비된 상태로 들어가게 한다.
시작할 때는 누구든 에너지가 가장 높은 편이다. 그 신남에 빨리 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여기서 모든 에너지를 쓰면 안 된다는 것을 이제 안다. 또 주변 러너들이 빠르게 뛰어간다고 해서, 거기에 페이스를 맞추려 하면 무리하기 십상이다. 그들은 나보다 경험치가 훨씬 더 쌓인 사람들 또 그러지 않은 (혹은 비경험에 무리하는 사람들)이 섞여 각자의 레이스를 하고 있다. 그 모든 초반 상황들을 무시하고 침착하게 내 속도로 가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그럼에도 그간의 경험들이 흔들리는 나를 잡아 줄 때가 있다.
나는 달려봤기에 내가 몇 킬로를 뛸 때 지금 이 정도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을 안다.
멀리 더 잘 달리고 싶다. 그러려면, 일단 지속적으로 건강하게 즐겁게 달릴 수 있는 몸 오래갈 수 있는 마음상태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 지금 내 기준에 닻을 내려, 서서히 기량을 올려가야 할 것이다. 초반에 오버페이스 하지 말자 갈길이 아직 많이 남았다.
과정에서 순간순간 상황에 맞춰 딱 깔 센
달리다 보면, 평지, 오르막, 내리막이 나온다. 오르막길에서는 무릎을 높게 들고, 앞발로, 근력을 써서 올라가고, 내리막은, 중력으로 뒷발먼저 살살 밀면서, 평지는 속도에 맞게 미드, 리어풋 써가면서. 방법도 참 다르다. 조금 더 잘 달리고 싶어서 여러 유튜브를 찾아보았는데 일단 초보 러너들은, 무엇보다 자신에게 편한 자세로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 말하는 영상들이 많았다. 기본부터 충실히.
더 잘 달리기 위해 하는 트레이닝 방법들도 참 다양하다. 더 잘하기 위해 방법을 알고 공부하는 것, 이것 또한 다른 어느 것들과도 비슷하다. 나의 실력을 높이고 싶으면,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나에게 실행해 보면서 맞는 방법을 찾아가며 연습하는 것. 남들의 경험치를 살짝 빌려 쓰는 것이다. 상황에 알맞은 전략 또한 경험치가 참 중요한 것 같다. 아직 버벅거리는 때가 잦은 나지만, 그럴 때마다 집중을 해 왜 그런지 정확히 마주하고, 이해를 바탕으로 실행하며 나에게 맞는 전략들을 찾아가는 것.
오르막은 더 힘든 편이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같은 루트라 할 때 내리막도 나온다. 내리막길, 평지는 높아진 심장박동을 회복하며, 내 숨과 몸을 가다듬는 시간이다. 내리막은 상대적으로 덜 힘들지만 스피드 조절이나 여러 가지 이유들로 부상이 나기 쉽다. 그렇기에 회복에 집중하며, 더 빠르게도, 긴장이 풀려 방심도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도 바쁨과 덜 바쁨이 오고 가는 일상과 비슷하지 않나 싶다. 여유가 있을 때는 회복하고, 준비하며 대비해야지.
견고한 유연함
우리는 시작뿐 아니라, 내가 달리는 오늘, 내일은 길의 상태, 바람, 온도, 나의 몸상태가 다 다르다. 그 상황들은 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그것에 맞춰서 '이런 날도 있는 거지' 해보는 것이다.
이런 날이 있는 것을 알고 싶으면, 오늘도 달려봐야 한다. '이런 날'에 달려봐야 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안다. 시도는 해보되, 그냥 하기 싫은 마음은 한 번쯤, 두 번쯤은 다잡아 봐야 한다. 재미있는 게 내가 오늘 몇 킬로를 꼭 뛰어야 정하고 타협 없다 생각 후 뛰었을 때 딴생각이 덜 들었다 '중간에 그만 뛸까'라는 옵션을 없앴더니 조금 덜 힘들었다. 그러고 줄곧 키로수를 정하면 그 거리까지는 꼭 뛴다 나름의 철칙이다.
다만, 너무 지나친 무리는 부상을 낳을 수 있으니 틈틈이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체크하고, 너무 안될 거 같으면, 세 번까지만 마음먹어보고(한국인이라 삼세번), 그래 오늘은 이쯤에서 오케이 하는 것이다.
상황도, 또 나도 매일 같을 수는 없다. 변수는 외부에서도 있지만 내부, 즉 내 마음, 내 건강에서도 생길 수 있다. 변수에 의연하면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관록을 갖고 싶다.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뒷심, 마무리
내가 달리기를 통해서 키우고 싶었던 건 그 마지막 1km 스퍼트를 내줄 수 있는 체력과 '한번 더'의 끈기였다. 체력은 내 컨디션이 좋을 때, 기분이 좋을 때의 지속뿐 아니라 그 고됨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 마지막 스퍼트를 낼 수 있게 해 준다. 짜증 날 때 '한번 더' 상냥할 수 있다.
일에서 디테일이나 마무리를 잘하고 싶으면, 그 마지막 스퍼트를 어떻게 현명하게 할지가 중요하다 퀄리티(기록)에 영향을 주는 것은 잘 시작하는 것 지속해서 시도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 스퍼트까지 끝까지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이 든다.
저항은 어느 방향으로도 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한번 더 다잡고 나아가다 보면, 똑같은 것들이 대체로 더 쉬워지게 되고, 이렇다시피 체력이 늘어있다. 레벨업은 참 불편한 일이지만 하고 나면 여러모로 편하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달리기는 참 시작, 과정, 마무리에서 내가 기억하고자 하는 것들을 많이 상기시켜 준다. 나와 주변 환경을 알아차리면서, 단단하면서도 유연하게 가보고자 하는 내 마음도 엿볼 수 있었다.
내가 달리는 이유는, 나는 나의 레이스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달리다 보이는 다른 러너들은 또 그들만의 경주를 하고 있을 것인데 그들은 대회 때 나의 최고 버전을 만들어주는 고마운 자극들이기도 하다 (대회뽕 같이). 남을 의식 안 하고 살 수는 없을 것 같지만, 그들이 내 눈에, 내 마음에 들어와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 달리기'밖에 없다. 그래 그럼 너도 나도 각자 열심히 달려보자.
경험에서 알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 나에 대해서도, 그리고 주변에 맞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도. 그래서 나는 이런 것들을 기억하는 의식처럼 달리기를 해볼 생각이다. 오늘은 오늘의 달리기 나는 다만 나의 경주를 하면서 그 안에서 나만의 경험을 쌓아가기로. 내 자세를 집중하고 부상을 경계하면서 나는 나만의 마라톤을 해보자.
이제 곧 호주는 겨울이라는 나에게는 또 새로운 조건이 다가온다. 겨울 달리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알아가 봐야지.
달리기는 목표지점이 보이지만, 인생은 또 그게 명확하지 않다는 게 다른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인생에서의 지표는 결과로만 말할 수 없다. 그러니까 나 자신, 남들이 가는 속도와 목표지점을 조금 덜 엿봐도 될 것 같다 (인스타그램 그만 들어가야지).
그들이 나의 서사를 몰라도 되는 것처럼 나도 그들의 서사를 모른다. 다만 나만 그렇지 않다는 안도감을 주는 그들의 경험들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