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얼마전 막내의 생일을 맞아 근처 리조트로 1박 2일 호캉스를 다녀왔다.
우리 막내는 누나와는 8살, 형과는 6살 차이의 막둥이로 이 곳 두바이에서 태어났다.
돌 무렵 몸이 아팠던 터라 맘이 많이 쓰이는 막내다.
그리고 가족이 부지런히 한국말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말이 약간 어눌해서 또래의 한국 아이들보다는 많이 어리게 느껴진다.
생일날 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한명 한명 잠자리에 들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엄마가 잠들었다.
나는 유튜브에서 철 지난 가요들을 들으며 '갬성'에 젖어 있었다.
막내는 옆에서 엎드려 책을 읽고 있었다.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가 흘러 나왔다.
내겐 너무 감미로운 목소리와 멜로디.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막내가 슬며시 저 구석 침대로 간다. 이불을 덮어쓴다. 자려나 보다.
그런데 잠시 후 옆에 있던 딸아이의 말에 깜짝 놀랐다.
"아빠, 세윤이 울어"
막내가 이불 속에서 울고 있었다.
왜냐고 물어도 말이 없다.
그리고 한참 흐느끼던 아이가 지쳐 잠들 즈음에 속삭였다.
"...엄마가 죽을까봐 슬퍼."
정확히 이 아름다운 노래의 어느 가사에서 아이가 아~주 먼훗날 있을 부모와의 이별을 떠올렸는지는 모르겠다.
(아이는 '엄마'라고만 했으나 '부모'라고 쓴 건 나의 서운함과 질투의 반영이자, 죽음이라는 어쩔 수 없이 어두운 단어를 그의 엄마이지만 나의 아내이기도 한 여인에게 오롯이 얹어주긴 싫은 내 마음의 표현이다)
그날 밤, 다른 날도 아니고 그의 생일날 밤, 그 작은 아이가 죽음이란 걸 떠올렸다는 건 신기, 아니, 오히려 신비로운 일이었다.
그때 떠오른 단어.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먼 미래, 부모의 죽음을 그의 아홉살 생일에 기억한 아이.
이런저런 말로 아이를 안심시켜 재우고도 그 마음이 안쓰러워 한참을 꼭 안고 있었다.
아주 먼 미래에 정말 그런 날이 왔을 땐 엄마 아빠가 이렇게 안고 너를 위로해 줄 수 없으니까.
P.S 이 글은 2023년 9월에 쓰다 만 글을 2025년 4월에 다시 마무리해 올린 글이며, 아이와 부모는 아이패드 사용시간을 두고 티격태격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