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적 상상

개 냄새

by 요빈


서점 옆에 딸린 북까페에 가서 과제를 했다. 책을 읽으라고 있는 곳에 가서 과제하는 것은 반칙일까 아닐까. 아무튼.


열명 정도 둘러앉을 수 있는 큰 테이블이 두 개 있고, 벽 보고 앉는 바 스타일의 테이블이 기일게 있고, 두셋넷이 앉을 수 있는 그냥 테이블이 아주 많다. 밥도 팔고 커피도 팔고 술도 판다. 나는 큰 테이블을 선호한다. 혼자 가도 큰 테이블, 친구랑 가도 큰 테이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왠지 모르게 그냥, 큰 테이블이 나는 좋다.


오늘은 혼자였다. 내 왼쪽에 앉은 여자는 소설책 몇 권과 영어학습서를 쌓아두고 소설책을 읽고 있었다. 내 오른쪽에 앉은 남자는 요리책과 여행책을 번갈아가며 읽고 있었다. 요리..! 요리하는 남자! 괜스레 두근. 한참 후에 요리책을 읽던 남자가 떠나고, 남자 두 명이 와서 앉았다. 나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어서 그들이 어떤 목소리를 가지고 있고 어떤 대화를 하고 있는지 들을 수 없었지만, 확신했다. 그들은 연인이다.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은 한 명과 수다스러운 다른 한 명. 둘은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듯했다. 갑자기 어디선가 개 냄새가 났다. 마치 내가 개를 안고, 털 속에 코를 묻고 킁킁거린다면 느낄 것 같은 , 고소한 냄새가 났다. 혹시 이 남자 개가 아닐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 보았다. 무뚝뚝한 남자는 혼자 사는 데다 친구도 별로 없어서 개를 한 마리 키우는데, 가끔 이렇게 개를 인간으로 변신시켜서 외출을 나오는 것이다. 아 그렇게 생각하면 이 둘은 커플이 아니라 주인과 반려견이겠구나. 개와 함께 갈 수 있는 여행지를 찾아보려고 이 카페에 온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혼자 푸흡, 웃어버렸다.


결국 오늘 해야 했던 내 과제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 인간으로 변신한 개와 개 주인 커플 때문에 못한 거다. 절대 내 잘못이 아니다.


2015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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