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브제] 말차야 너도 안심하지는 말자

후발 주자를 위한 대항마 브랜딩

by yobjet


차…좋아하세요?


전세계적 말차 유행에 저도 뒤늦게 편승했습니다. 저번 주, 호불호가 갈리기로 유명한 스타벅스 말차라떼 다이어트 레시피를 시도해봤어요. 우유를 두유로 변경, 시럽 빼고, 말차 파우더 3번 추가(7번까지 가능하다는데 얼마나 떫을지 가늠이 안되었기에 여기까지만)로 커스텀 했죠. 하나도 안 달고 목 막히고 솔직히 제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 이걸 먹느니 아메리카노를 먹고 말겠다고 생각했죠. 근데 다음날부터 왠지 모르게 자꾸 생각나더라구요. 그 떫은 맛이 솔직히 좀 중독적이었어요.


말차 유행, 정확히 언제 어디서 시작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셀럽들이 너도 나도 손에 말차를 들고 다니다가 심지어는 말차를 엎어버리는 컨셉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고, 이게 힙하다고 유행하더니 전세계적으로 말차 열풍이 불고 있는데요. 사실 해외에서는 작년부터 말차 마시기가 ‘Clean girl(자연스럽고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상)’ 리추얼로 유행하며 웰니스 행위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색도 하필 작년에 핫한 컬러였던 브랫(brat) 컬러와 비슷해서인지, ‘말차 미학(Matcha aesthetic)’이라는 표현도 생겨났죠. 어떤 맛이 유행한다 싶으면 3개월 안에 무조건 그 맛을 출시하고야 마는 한국 과자 브랜드들은 이번에도 발빠르게 말차 에디션을 우수수 쏟아내고 있습니다. (너무 맛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목할 점은 말차가 커피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는 거예요. 일상적 음료, 갓생을 위한 연료 정도로 인식되는 아메리카노의 정 반대편에 마음챙김 리추얼, 힐링과 명상을 상징하는 음료로 말차가 서게 된 겁니다. 다이어트, 항산화, 혈당 관리 등 말차의 다양한 효능이 웰니스 트렌드를 타고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간 것은 당연한 결과죠.


핀터레스트 감성 '말차 에스테틱'






모든 강력한 상징(심볼)은 과소비->진부화->피로 유발의 단계를 겪게 됩니다. 이 틈을 타고 혜성같이 등장한 대항마가 그 자리를 빼앗죠. 이러한 과정은 역사 속에서 무한히 반복됩니다. 앞서 살펴본 커피->말차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맨 처음 각성제로 널리 알려졌던 커피는 커피 하우스의 유행과 함께 사교, 문화, 예술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산업 혁명 이후 '생산성을 높이는 음료'로 자리매김 한 커피는, 현대에 와서 대중화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과소비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갓생’ 키워드와 엮여 진부하고 피로감을 유발하는 음료로 인식되고 있는데요. 이 틈을 타고 억지스러운 갓생이 아닌 편안한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말차가 커피 대체 음료로 떠랐습니다.


사례를 브랜딩에 적용해봅시다. 대항마 브랜딩이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1) 안티 포지셔닝

기존 메인스트림의 약점을 제대로 파고들어, 이 약점에 맞서는 ‘anti’ 브랜드로 포지셔닝 하거나, 이 약점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사’ 브랜드로 포지셔닝 합니다.

e.g. 커피: 바쁜 도시에서 마시는, 갓생러들의, 일을 위한 에너지 보충 음료 <-> 말차: 마인드풀 루틴 중 마시는, 클린 걸들의, 셀프케어 음료


2) 흐름 읽기

시대의 흐름과 이에 따른 고객 니즈의 변화를 제대로 읽고, 트렌드를 이용합니다.

e.g. 과도한 카페인으로 불면증 등 수면 장애에 시달리는 사람 증가->슬립 맥싱(Sleep maxing, 수면의 질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트렌드) 트렌드, 직장 등에서의 성취보다 개인적 건강관리가 더 우선시되는 사회적 분위기 이용


3)Wow포인트 강조

다양한 채널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확장될 수 있는 포인트를 갖춥니다.

e.g. 비주얼적으로 신선하고 새롭고 eco-friendly한 선명한 초록 컬러






감각적인 일상 사진 공유를 통해 전세계적 네트워킹을 추구하던 인스타그램은 어느새 과시와 광고 가득한 플랫폼이 되어버렸습니다. 가식에 질려가던 대중의마음을 읽고, 꾸밈 없이 리얼 날 것의 사진을 올리는 BeReal, 그리고 즉흥적 영상 위주의 TikTok이 등장, 센세이션을 일으켰죠.


건강•성장•영양의 아이콘이었던 우유사실 유당불내증, 탄소 발자국, 동물 학대 등 불편한 진실을 안고 있었습니다. 이를 정조준해 오트밀크 브랜드 Oatly가 등장, 우유의 불편한 진실을 폭로하며 비건, 동물 보호,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MZ 세대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밤샘 필수템이었던 레드불, 몬스터카페인+설탕 폭탄으로 젊은이들의 건강을 망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미국에서는 CelsiusZoa가 등장, 건강을 강조한 기능성 음료를 출시했는데요. 각각 에너지드링크를 ‘천연 성분으로 체중 감량을 돕는 기능성 음료’, ‘운동 전 마시는 데일리 기능성 음료’로 포지셔닝 했습니다. Celsius는 23년 아마존 에너지드링크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했다고 하네요.


알림이 오면 2분 내로 전후면 사진을 찍어 공유해야 하는 BeReal(좌), 대체 우유 시장의 급성장을 가져온 Oatly(가운데), 천연 성분 에너지 드링크 Celsius(우)


자, 다음엔 또 어떤 산업에서 빅 브랜드에 맞서 새로운 대항마가 등장할까요?






유니클로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는 '위기는 곧 이익 창출 기회'라고 했습니다. 상황이 급변하고 폭풍이 몰아치고 무언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위기의 순간이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수 있죠. 다만 이런 상황에서 빅 브랜드라고 무조건 불리한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자산과 자본을 활용, 시대에 뒤쳐지지 않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겁니다. 골리앗이든 다윗이든, 돌을 깎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네요.


아, 참고로 말차 빈츠, 정말 맛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