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새로운 TPO를 발굴하다
최강 인싸 운동, 프.사.오를 아시나요?
운동 찍먹러답게 이번에는 프사오(F45) 일주일 체험을 하고 왔습니다. 프사오는 크로스핏과 비슷한 단체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운동으로, 유산소와 근력이 어우러진 종합 기능성 운동입니다. 맨몸 운동도 있고, 덤벨/바벨 등 기구를 이용해 수행하는 동작도 많아요. 혼자 하는 헬스가 지루하고 운동 루틴을 잡기 귀찮다면 프사오를 정말 강추드립니다. 온몸을 골고루 조져주고, 많은 사람과 함께 해서 너무 재밌게 운동할 수 있답니다! 물론 저처럼 살짝 내향형이면 좀 많이 어색할 수도 있어요.
프사오 체험 주간이 하필 저녁 약속이 많은 주여서, 출근 전 7시 세션에 출석했는데요. 사실 이른 아침 운동은 좀 비효율적이고 낮에 너무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아침에 빡센 운동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침이 상쾌하고 하루가 더 생산적으로 느껴지더라구요.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힘들어도 이겨내야지! 하는 에너지가 생기게 됐습니다. 지금껏 저녁에만 해왔던 운동이라는 행위가 아침이라는 슬롯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일반적인 TPO에서 벗어나 새로운 TPO를 발굴함으로써 새로운 존재감을 확립한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서울모닝커피클럽은 저녁에 술 마시면서 춤추는 클럽 행위를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춤추는 행위로 탈바꿈시켰구요. 리딩리듬은 주로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던 독서를 공적인 장소에 넣음으로써 새로운 독서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초코잡은 각 잡고 한 시간씩 하던 헬스를 출근길 10분의 틈 동안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죠. 이 브랜드들은 각각 행위가 이뤄지는 시간, 장소, 상황을 새롭게 발굴함으로써 유사 브랜드들과 차별화에 성공함은 물론 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과 문화를 만들어냈죠.
새로운 TPO를 발굴해내 그 영역에 뛰어드는 퍼스트펭귄은 큰 리스크 테이킹을 하는 겁니다. 미지의 영역에서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무도 알 수 없죠. 하지만 그만큼 시장을 리딩하고 독점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습니다.
브랜드의 상기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기 효과는 방향성에 따라 브랜드’가’ 어떤 이미지/개념을 연상시키는지, 어떤 이미지/개념이 브랜드’를' 연상시키는지로 나뉘어지는데요. 새로운 TPO를 선점한다면 이러한 상기효과의 극대화를 노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모닝커피클럽은 '아침 이색 체험, 건전한 춤, 건전한 클럽, 건전한 모임, 아침 액티비티’라는 키워드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이 키워드들은 역으로 다시 서울모닝커피클럽을 연상시키는 순환 효과로 이어지죠. 누군가 ‘아침에 이색 체험을 통해 갓생에 도전해보고 싶어’라고 한다면 이 경험을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서울모닝커피클럽은 아침 루틴, 갓생, 건전한 춤 관련 시장을 선점 및 리드할 수 있는 것이죠. 소비자의 Top of Mind(최초 상기)를 차지하는 브랜드는 단 하나입니다. 소비자의 마음 속 단 하나의 승자가 되는 방법은 경쟁자와 피 튀기는 싸움에서 승리하거나, 텅 빈 영지에 무혈입성하거나 둘 중 하나죠. 싸우지 않고도 이기기 위해, 많은 브랜드는 혁신과 선점에 목숨 겁니다.
행위와 경험, 그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시대입니다.
‘Frip 프립’과 같은 액티비티/체험 예약 플랫폼은 이미 다운로드 수 50만을 넘겼고, 주말에 놀거리를 추천해주는 뉴스레터에서 시작했던 ‘주말토리’의 ‘경험상점’ 역시 요즘 떠오르는 체험/경험 예약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리딩리듬’과 일본의 ‘초코잡’ 역시 책 읽는 행위, 운동하는 행위 등 특정 행위를 새로운 TPO와 엮어 새로운 시장 영역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술의 발전 덕에, 전세계 모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점점 더 확장되고 한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AI가 진화하고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사람이 직접 몸으로 하는 행위의 중요성은 역설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즐거움과 감동을 느끼고,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행위’를 어떤 새로운 맥락에서 제안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시장의 기회가 열릴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프사오에서 아쉬웠던 점은 가격이에요. 아무리 무제한 횟수권이라지만 월에 30만원이 넘는 돈을 태우는 것은 너무 무리라고 느꼈습니다. 저같은 취미부자한테는요.(이미 복싱, 드럼에 추가로 주짓수도 고려 중이기에..) 하지만 헬스/수영처럼 혼자 하는 운동을 제외한 대부분의 운동 시설이 저녁 시간에만 운영되는 것을 생각할 때, 프사오는 저녁은 물론 출근 전 이른 아침, 심지어 점심 시간에 짬내어 운동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운동 자체도 너무 재밌었고, 사람들이 모두 긍정적 에너지가 넘쳤구요!
저는 앞으로도 다양한 경험과 운동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다양한 순간, 새로운 곳, 낯선 기회에서요. 저만의 세상을 더 넓히는 방법이죠. 여러분도 좀 지루한 행위가 있다면, 조금 새로운 맥락에서 시도해보는 건 어때요? 분명 기대하지 않았던 신선한 감동이 찾아올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