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브제] 나만의 겨울 리추얼:
퇴근길 슈붕

브랜드, 리추얼이 되다①

by yobjet




부쩍 추워졌습니다. 슈붕의 계절이죠. 팥붕도 맛있지만 팥은 아무래도 빵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주의입니다. 시린 겨울 퇴근길에 슈크림 붕어빵 사먹기, 저만의 겨울 리추얼입니다.


몇 년 전부터 마인드풀 명상, 갓생, 루틴이 유행하며 ‘리추얼’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들리는데요. 리추얼(ritual)이란 종교 상의 의식절차, 의례 또는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 같은 행위를 의미하는 영단어입니다. 즉 리추얼이란 단순히 생각 없이 행하는 무의식적 ‘습관’과 달리, 명확한 인지와 목표를 지니고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의식적’ 행위입니다. 특히 MZ세대는 하루를 더욱 의미 있게 살기 위해 본인만의 리추얼을 만들고 실천하며, 그 과정을 널리 공유하려 합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퍼스널 브랜딩과 이어지기도 합니다. 꾸준한 리추얼 공유 영상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됩니다. 최근 유튜브에도 단순 일상 공유 형태의 브이로그가 아닌, 내가 관심 있어하는 특정 분야를 꾸준히 학습하는 모습 또는 건강을 챙기기 위한 소소한 리추얼을 보여주는 브이로그가 많아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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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에서도 리추얼을 활용해 브랜드의 존재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일상을 리추얼화하거나, 새로운 리추얼을 만들거나.


우선 고객의 일상에 파고들어 그것을 리추얼화하는 전략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리추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이미 존재하는 고객의 일상 속에서 새롭게 포지셔닝하는 것이다 보니, 별도 인풋이 크게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톤앤매너에 잘 맞는 포인트를 포착해 그 틈을 파고들면 안정적으로 고객의 일상, 고객의 마음에 안착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고객이 특정 행동을 하는 짧은 찰나를 포착해, 그 순간을 브랜드가 점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솝(Aesop)은 호주에서 시작된 글로벌 스킨케어 브랜드인데요.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손을 씻지만,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후딱 씻고 나오기 마련이죠. 이솝은 바로 이 순간을 포착해, 손 씻는 행위를 특별한 리추얼로 만들었습니다. 자연친화적 성분과 차분한 향으로 손 씻는 행위 자체를 몸과 마음의 정화, 차분한 힐링 경험으로 느껴지도록 만들었죠. 일상적 손씻기를 나를 돌보는 리추얼의 하나로 포지셔닝한 것입니다. 이솝 매장에서 매장 내 세면대에서 직접 대표 제품 ‘레저렉션 아로마틱 핸드 워시(Ressurection Aromatique Hand wash)’를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일상 속 특정 시간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스니커즈의 ‘출출할 때’, KFC의 ‘밤 9시~10시 치킨나이트’가 대표적이죠. 최대한 마이크로(micro)한 순간을 포착해 포지셔닝하는 것이 핵심인데요. 스니커즈 초콜릿은 ‘오후4시 출출할 때’와 같이 점심식사와 저녁식사 사이 애매하게 허기진 순간이 바로 스니커즈가 필요한 순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고객은 매일 오후4시 출출한 순간, 자연스럽게 스니커즈를 떠올리게 됩니다. KFC는 야식이 땡기는 밤9시~10시 사이에 치킨 메뉴 1+1 프로모션, ‘치킨나이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치킨나이트를 인지하고 있는 고객이라면 야식 메뉴 후보에 KFC를 은근슬쩍 끼워넣게 되겠죠.





마지막으로 고객의 의식적 전환점에 집중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맥북의 애플 로고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 나는 뭔가 중요하고 감각적인 작업을 시작하는 예술가가 됩니다. 레드불을 마시는 순간 나는 이 밤을 불태우고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서야 잠들 결심을 합니다. 즉 브랜드는 고객의 어떤 결심, 전환, 필요의 순간에 불을 지피는 트리거같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고객의 특별한 리추얼 실천을 도와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브랜드의 호감도는 올라가게 됩니다.


이상으로 고객의 일상 속 특별한 포인트를 포착해 브랜드를 리추얼화하는 전략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브랜드가 직접 리추얼을 만들어내는 전략에 관해 다뤄볼게요.








소비자들은 더욱 아는 것이 많아졌고, 똑똑해졌습니다. 단순 노출 학습 효과로 습관처럼 무의식에 따라 제품을 고르지 않습니다. 많이 찾아보고, 더 고민하고, 나에게 더 좋은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죠. 무의식적 ‘습관’이 아닌 의식적 ‘리추얼’을 요즘 브랜딩에서 주목해야하는 이유입니다.


그나저나 여러분은 슈붕파인가요, 팥붕파인가요? 특별한 겨울 리추얼이 없다면, 하나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매년 맞이하는 똑같은 겨울, 문득 새롭게 아로새긴 순간 하나가 뒤돌아봤을 때 정말 소중한 추억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