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리추얼이 되다②
새해가 성큼 다가온 요즘, 주변 사람들은 새해목표와 더불어 나만의 리추얼/루틴 세우기에 열심입니다. 각자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따로 또 같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에서 인류애가 충전되네요.
저는 마음 맞는 친구들 세 명과 함께 각자의 모닝루틴을 공유하고 실천을 응원하는 모임을 운영 중인데요. 지금까지는 체력과 언어 공부 중심의 루틴이었다면, 내년에는 커리어와 큰 인생 방향성 설정을 위한 루틴을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마음건강을 다스리는 명상이나 지적 인사이트를 위한 배움의 리추얼도 만들어보고요.
고객의 일상 속에 침투해 리추얼이 된 브랜드를 다뤘던 지난 글에 이어, 이번에는 브랜드가 직접 새로운 리추얼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살펴봅시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리추얼을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브랜드가 의도한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할 수 있기에 브랜드 운영 측면에서 통제력이 높은 방법이죠. 다른 브랜드와의 명확한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코로나 맥주는 맥주병에 라임이나 레몬 조각을 넣어 마시는 리추얼로 유명합니다. 멕시코 술인 데킬라에 소금과 라임을 곁들여 먹는 것처럼, 멕시코 기업이 제조한 코로나 맥주에 라임 조각을 넣어 더 시원하고 상쾌한 맛이 느껴지도록 의도했죠. 묵직한 맛의 에일 맥주에 비해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맛이라는 단점을 커버하면서도, 시각적으로 여름, 시원함, 상쾌함 등을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한 똑똑한 전략입니다.
‘Have a break, Have a KitKat’이라는 슬로건을 가진 네슬레의 초콜릿 브랜드 킷캣은 그어진 선을 따라 막대 모양으로 쪼개 먹는 리추얼을 컨셉으로 한 제품입니다. 킷캣 이름의 의미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지만, 강렬한 파열음(K=ㅋ) 구성을 통해 음성학적으로 무언가 부숴지고 깨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킷캣은 제품 포장지부터 슬로건, 커뮤니케이션, 제품 이름까지 일관적으로 ‘초콜릿을 쪼개는 순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청각적/시각적 요소를 미각과 연결지어 오감을 종합적으로 자극해 더욱 먹고 싶어지게 만드는 리추얼을 설계했습니다.
스타벅스는 음료의 커스텀으로 유명합니다. 두유/오트밀크 변경, 덜 뜨겁게, 시럽 몇 펌프, 파우더 추가, 샷 추가, 드리즐 몇 바퀴 등…커스텀 옵션은 셀 수 없이 다양합니다. ‘자바칩 프라푸치노 톨 사이즈, 자바칩 반은 갈고 반은 통으로 마지막에 얹어주시고 휘핑크림은 빼주시고 샷 2개 추가, 얼음 빼고 카라멜 드리즐 세바퀴만 둘러주세요’처럼 주문받는 입장에서 경악할 만한 엄청난 커스텀 요구가 밈처럼 돌아다니기도 했었죠. 스타벅스의 커스텀은 주문 과정 자체가 고객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리추얼이 되었습니다. 이는 고객 입장에서 ‘나만의 음료’=’나만의 브랜드’로 이어져 브랜드 로열티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브랜드 리추얼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1. 리추얼 행위는 단순하고 명료해야 합니다.
리추얼 행위는 보통 2~3단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코로나 뚜껑을 딴다-라임 조각을 넣는다-마신다’, ‘킷캣 포장을 찢는다-킷캣을 조각낸다-조각을 먹는다’처럼 단순하고 기억하기 쉬운 행동으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반복하기 쉬운 리추얼일 때 고객의 일상 루틴으로 자리잡기 쉽습니다.
2. 시그니처 모먼트를 설계해야 합니다.
색, 향, 맛, 소리, 촉각 등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를 포함시켜, 고객이 무의식적으로 브랜드와 브랜드 리추얼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이를 통해 브랜드는 고객 일상에 더 깊이 녹아들 수 있죠. 콜린스의 인센스 향을 맡으면 조용한 방에서 혼자 깊은 사색이 하고 싶어진다든가, 캄 앱 특유의 물소리 BGM을 들으면 자리에 앉아 명상을 하고 싶어진다면 브랜드의 시그니처 모먼트를 성공적으로 설계한 리추얼 브랜딩 사례입니다.
3. 브랜드 정체성과 연계되어야 합니다.
모든 브랜딩 행위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에서 기반해야 합니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톤앤매너에 어긋나서는 안 됩니다. 특히 리추얼을 활용한 브랜딩은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고객의 일상에서 직접 체험하고 체화할 수 있도록 만드는 매우 효과적인 전술입니다. 해당 리추얼을 통해 브랜드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고객에게 그것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지 등을 사전에 명확히 포인팅해야 합니다.
리추얼은 시간과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경험에 의식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합니다. 순간을 오롯이 누릴 수 있게 됩니다. 몰입과 만끽, 브랜드뿐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중요한 자세 아닐까요? 내년엔 모두가 흠뻑 빠지고 싶은 순간을 많이 찾아낼 수 있길, 그리고 그 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