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잃었을 때
오늘 외출 준비를 하는데, 모자가 보이지 않았다. 운전할 때 모자를 쓰면 시야가 답답하게 느껴져 벗어놓기 때문에, 당연히 차 안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확인해 봤지만 없었다. 옷장과 집 안 구석구석을 찾아봤지만 어디에도 모자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어제 카페에 두고 온 모양이었다.
참 이상했다. 분명 카페를 나오기 전에 자리를 뒤돌아 확인했을 때 모자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탁자 뒤에 가려졌던 걸지도 모른다. 카페가 막 문을 닫기 전에 나왔기 때문에 다시 가면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집에 있고 싶어 하는 나단이를 설득해 차를 타고 프로비던스에 있는 리즈디 뮤지엄으로 향했다. 카페 직원에게 물어보니 뮤지엄 인포메이션에 가보라고 했다.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앉아 있는 남자 직원에게 모자가 있는지 물었지만, 오래된 베레모와 갈색 스카프뿐이었다. 그때부터 실망감이 밀려오며 당황스러웠고, 불쾌한 감정이 순식간에 치밀어 올랐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나는 그 모자가 마음에 들었다. 봄에 브라운 북스토어에서 본 모자였는데, 짙은 고동색에 하얀색으로 'BROWN'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브라운 대학교’를 직접적으로 나타내지 않으면서도 깔끔한 디자인이 딱 내 취향이었다. 처음 봤을 때는 꼭 필요하지 않아서 사지 않았지만, 지난주에 들렀을 때 여전히 있던 그 모자를 반가운 마음에 샀다. 게다가 50% 할인이 되어 11달러밖에 하지 않았고, 마치 나를 기다린 것 같은 느낌에 기분 좋게 구입했다. 거의 매일 쓰고 다녔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부주의로 잃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모자를 다시 갖고 싶었다. 브라운 북스토어에 갔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모자는 보이지 않았다. 비슷한 디자인의 모자가 있었지만, 나이키 로고가 새겨져 있었고 가격도 29달러였다. 착잡했다. 모자를 잃어버린 내가 바보 같았다. 정확히 언제 어디에 두고 온 건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내 실수임은 알지만, 누군가 모자를 가져갔다는 사실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뮤지엄 안에 두고 왔다면 발견한 사람이 직원에게 맡겼을 텐데 말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쏙 드는 모자를 할인된 가격에 샀는데, 다시 구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고 속상했다. 더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단지 모자 하나 잃어버린 것 치고는 감정이 너무나 상했다는 점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소지품을 잘 잃어버리는 편이었다. 엄마가 사준 비싼 보온 도시락, 목도리, 장갑, 상아로 만든 도장, 가방, 우산 등 수시로 물건을 잃어버렸고 대부분 되찾지 못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혼을 내셨고, 한 번은 물건을 찾기 전까지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신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물건을 잃어버리는 습관이 남아 있다. 자리를 떠나기 전에 주위를 살피고, 주의를 기울이려 해도 물건이 자꾸 사라진다. 이런 일들이 쌓일수록 '나는 어쩔 수 없나 보다' 하고 내려놓기보다는 점점 더 신경 쓰고 예민해진다. 똑같은 일이 일어날 때마다 속상함이 커지고, 때로는 울적해지기도 한다.
좋아하는 물건을 잃고 나서야 그 물건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게 된다. 있을 때는 편하게 잘 쓰다가, 내 손을 떠나고 나면 마음이 아프다.
고작 11달러짜리 모자 하나 잃어버렸다고 이렇게 속상한데,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을 잃게 되면 더 마음이 아프다. 가족, 건강, 추억 같은 것들…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물건이라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마음에 드는 모자를 다시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다음에는 다시 잃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