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집을 나왔다.

모든날이 아름답다

by 요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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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썼다.

11시도 채 되지 않아 허기를 느꼈다.

남편 도시락을 싸주고 남은 버섯 크림수프를 바삭하게 구운 잡곡빵과 함께 먹어치웠다.

배를 채우고 나니 졸리다.

요즘 쓰고 있는 에세이 퇴고를 하기 전에 30분 정도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인 유튜버가 말하길, 일광욕으로 비타민 D도 채우고, 걸으면 뇌도 잘 돌아간다고 한다.

전 체스 챔피언 조시 웨이츠킨도 중요한 일을 하기 전에 긴장을 풀어주는 활동을 하면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했다.



패딩 점퍼를 꺼내 입었다. 그런데 막상 나가려니 망설여진다.

아침에 잠깐 남편과 나단이를 배웅하러 나갔는데 추웠다.

굳이 추운데 나가서 걸을 필요가 있나. 그냥 집에서 유튜브 보면서 러닝머신 걷는 게 더 재미있는데.

그때, 의사 유튜버의 모습이 말풍선처럼 떠올랐다.

"스마트폰 영상을 보면서 걷는 것보다, 다양한 풍경을 보면서 걷을 때 뇌가 더 활성화됩니다. 치매도 예방되고요."

그래, 그래. 나가자. 좋은 공기도 마실 겸. 딱 30분만 걷고 오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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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웬걸. 따뜻하다. 10분 정도 걷다가 더워서 패딩 지퍼를 활짝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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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서 창밖을 볼 때는 춥다고 생각했는데, 나와보니 아니었다.

살다 보면 이런 순간이 많다.


분명 힘들 거야. 추울 거야. 비가 올 것 같아. 차가 막힐 것 같아.

해보기 전에 온갖 부정적인 예상을 하면서 문밖을 나서지 않는다.

고민하고 망설인다.

그러다 큰맘 먹고 나가보면,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을 때도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도 그렇다.

어쩌다 처음 알게 된 사람과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어색하면 어떻게 하지. 무슨 말을 해야 하지.

긴장을 하다가, 고민한다.


그냥 적당히 핑계 대고 취소할까?

막상 만나보면, 괜찮다.

당연히 처음 만나는 사이다보니, 화제를 찾아내느라 궁리해야 하고, 중간중간 대화도 끊긴다.

대부분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대화는 흘러간다. 좋은 인연이 시작되기도 한다.

어쩔 때는 처음 만난 사람인데 가까운 사람보다 더 말이 잘 통한다.



낯선 곳에 갈 때도 마찬가지다.

길을 잃으면 어쩌지. 나쁜 사람을 만나면 어쩌지. 날씨가 나쁘면 어쩌지.

인터넷에 찾아보면 사건, 사고는 또 어찌나 많은지.

이제까지 여러 나라, 여러 곳을 가보았다.

조금 더 안전한 곳, 위험한 곳, 매우 위험한 곳이 있기는 하다.

가능하면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게 좋다. 백 퍼센트 안전이 보장되는 곳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미리부터 염려하면서 망설이기보다 가보는 게 좋다.

선호도는 있어도 결국은 다 사람 사는 곳이라,

직접 가보면 분명 가기 전에는 몰랐던 좋은 점을 발견하게 될 거다.


방구석에서 바깥세상을 상상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세상은 직접 경험하고 느껴볼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내가 가보지 않은 길, 동네, 도시, 나라는 물론이고 사람, 기술 등,

모든 배울 수 있는 것들이 포함된다.


해보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일단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서자.

누가 아는가? 영하였던 그제, 어제와 달리 오늘은 훈풍이 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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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도구들>의 저자로 유명한 팀 페리스.

자신의 다른 책인 <마흔이 되기 전에>라는 책에서 조시 웨이츠킨에 대해 소개한다.


조시 웨이츠킨은 체스 천재이자 주짓수 검은 띠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운동선수들과 투자자들의 멘탈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20~30대 시절에 가장 흔한 실수는 어떻게든 핑계를 찾아낸다는 것이다.

밖에 나가야 하는데, 날씨가 나쁘면 나가지 않는다. 비가 오지 않는 맑은 날씨에만 밖에 나가면 외부적인 조건에 매우 의존적인 삶을 살게 된다.


태풍이 불든 눈이 오든 비가 내리든, 하루도 빠짐없이 밖에 나가야 한다.

그래야 맑은 날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모든 날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름다움에는 여러 가지 표정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삶에는 맑은 날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놀랍도록 이 사실을 잊고 산다.


맑은 날에만 행복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꽁꽁 무장한 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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