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마지막 날 짜장면을 먹었다

by 요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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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31일.

여느 일요일처럼 남편은 출근을 하고, 나는 나단이와 집에서 만화 영화도 보고, 돈가스와 카레도 해 먹었다. 아이는 느긋했고, 나는 혼자 분주했다.


"어제 이찌방에서 짬뽕과 짜장면을 먹었는데, 맛있었어."

어제 만난 친구가 짬뽕과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다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음... 나도 짜장면 먹고 싶다.'

결국 일하는 남편을 꼬셨다. 로드아일랜드 주, 워익(Warwich)이라는 동네에 있는 '이찌방'에 갔다.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식당인데 한식, 중식, 일식까지 없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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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 한 개, 짜장면 한 개 주세요."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주문했다.

잠시 후, 푸짐하게 음식이 담긴 큰 그릇 두 개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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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은 한국 사람이 입맛에는 별로 맵지 않았다. 일곱 살 아들, 나단이도 아주 잘 먹었다.

나단이는 평소에 짜장면은 까매서 싫다며 안 먹었는데, 웬일로 이번에는 먹어보겠다면 제법 몇 젓가락을 집어먹었다.

엄마가 되니, 아이가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고 기쁘다.

나도 어렸을 적에는 밥 먹을 때마다 젓가락으로 깨작대서 부모님에게 잔소리를 많이 들었다. 연말 가족 동반 모임에 가면, 고기는 안 먹고 된장찌개에 밥만 열심히 먹었다. 그런 나를 보며 엄마는 안타까워하며, "고기를 많이 먹어. 고기!"라며 하얀 쌀밥이 담긴 내 밥그릇에 노릇하게 구운 돼지갈비를 자꾸만 올려놓았다. 그럼 나는 "나는 고기보다 된장찌개가 더 맛있어."라며 엄마가 준 고기를 다시 엄마 그릇에 옮겨 놓았다.

이제는 알겠다. 그때 엄마 속이 어땠을지. 똑같이 돈 내고 고기가 채 구워지기도 전에 입에 마구 집어넣던 친구 집 아들이 얼마나 부러웠을지.

나단이는 편식이 심한 편이다. 하지만 다행히 매년 먹는 음식 가짓수가 조금씩 늘고 있다. 다만 지난달에 시작한 급식에서 매일 빵에 햄만 껴서 먹고 온다는 말을 듣고, 비싼 급식비가 아깝게 느껴졌다.


아무튼 오늘은 가족들 모두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을 보니 30분 운전해서 온 보람이 있다.

나도 요즘 계속 생각나던 짜장면을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

보통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아, 특별히 한 것도 없이 일 년이 지났네.'라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일 년의 마지막 날이 되면 새해 첫날에 계획한 목표를 보고, 이루지 못한 일들을 아쉬워했었다.

'난 너무 게을렀어. 좀 더 적극적으로 독하게 했어야 했어.' 하고 자책하고 반성했다.


올해는 좀 달랐다.

'비록 계획한 일들을 다 해내지는 못했지만, 또 한 해를 잘 보냈어.

무사하고 건강하게 지낸 걸로도 충분해.

2024년에도 하고 싶은 일을 하자.

다가오는 기회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새로운 인연과 연결을 반가워해야지!'


혹시 올해 딱히 제대로 한 일도 없이 한 해를 보냈다며 후회하고 있지는 않은지.

매번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자신에 대해 반성을 하며 스스로를 혼내고 있지는 않은지.


하지만, 한 해를 큰 사고 없이 잘 보낸 것만으로도 대단하고,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살아있음은 모든 꿈과 계획의 기본이니까.

새해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제 보다 더 즐겁게 살겠다는 다짐을 한다.

새벽 기상을 했든, 정오가 다 되어 일어났든.

지난 간 일에 대한 후회보다는, 지금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기대하는 게 낫다.


지난 일 년 동안 잘 살아내신 것을 자축하자!

새해 복 많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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