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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힘들게 하는 원수는 언제나 자신 안에 있다.

증오는 복수를 낳고 복수는 자기 파멸을 낳는다.

by 이은영


억울해 죽을 것 같은 나의 마음을 헤아려 용서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이는 없었다. 세상은 행복해지려면 용서하고 과거의 아픔은 잊어야 한다는 ‘인생 지침 이십팔장’에 적힌 말을 낭독할 뿐이었다.

그 가운데 피부과 관계자들은 여전히 잘 먹고 잘 지냈고 병원은 날로 번창했다. 더불어 내 안의 증오와 복수심도 날로 번창했다. 그 결과 1년의 시간 동안 극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


그를 용서하지 마라.
할 수 있는 데까지 끝까지 증오해라.
그리고 지쳐 쓰러져 잠들 때까지 울어라.
지금 너에게 그를 용서하는 일이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내가 죽어야 그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할 수 있을까? 병원에 찾아가 원장을 끌어안고 논개처럼 건물 밖으로 뛰어내려 함께 죽을까? 아니면 병원 화장실 벽에 혈서를 쓰고 목매달아 죽을까? 그러면 소문이 나서 망하겠지? 내가 어떻게 죽어야 그들이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고 뉘우칠 수 있을까? 내가 자살하면 사람들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가슴 아파하겠지? 어설픈 위로나 했던 사람들도 자살 소식을 들으면 그 정도로 힘든 줄 몰랐다며 미안해하겠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존재하는 모든 것을 증오했다. 어느새 내 삶은 모두가 불행해지는 방법에만 오롯이 집중하고 있었다.


그 순간 거울을 바라봤다. 증오와 복수에 눈이 먼 악마의 노예와 눈이 마주쳤다. 모델 일을 하며 육체의 아름다움을 뽐내던 여인은 죽고 없었다. 의료사고를 당했던 그 순간보다, 억울함에 통곡하던 그 순간보다 거울 속 나 자신을 마주한 그 순간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내가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나? 세상 모든 사람들은 참 쉽게도 용서하고 잊으라 말하는데, 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못난 사람이다.’

그 순간 내 안에 누군가가 따뜻하게 속삭인다.


얘야. 너는 못나지 않았단다. 한심하지도 않단다. 악도 선도 어둠도 빛도 모두 신神에게서 나온다. 지금의 네 아픔과 고통을 잊지 말거라. 하나도 남김없이 똑똑히 기억해 두어라. 지금의 네 경험은 또 다른 누군가를 위로하는 사랑의 씨앗으로 뿌려질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을 계획한 신이 반드시 세상 가운데 들어 쓰는 날이 올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기억해 두어라.
인간이 증오를 잉태하면
복수를 낳고 복수가 자라면
자기 단죄가 된다.

지금 이 순간 진리 안에서
눈물로 통곡하는 사람들은 기뻐해라.
너희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지혜의 재산을 얻을 것이다.

자살은 추수의 계절이다. 그동안 자신을 힘들게 했던 사람, 이해받지 못한 서운함, 비참한 현실에 대한 원망이 열매를 맺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살하는 사람들의 마음 안에는 복수심과 증오의 씨앗이 들어있다.

복수를 하러 나갈 때는 반드시 두 개의 관을 짜야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복수를 당하는 자와 복수를 하는 자의 것이 아니다. 두 개의 관 모두 복수하는 자의 몫이다. 그것은 육체의 관과 영혼의 관이다.

복수는 상대에게 던지기 위해 불에 달궈진 돌멩이를 맨손으로 집어 드는 일과 같다. 던지기도 전에 자신의 손이 먼저 타 들어간다. 증오가 깊어지고 길어질수록 가장 피해를 보는 이는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불행한 이유를 외부 환경에서 찾는다.

‘저 사람 때문에 내가 불행한 것이다.’ ‘내 마음을 몰라주니깐 불행한 것이다.’ ‘상황이 안 좋아서 불행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무언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거다. 사람들이 불행한 이유는 하나다. 매일 반복적으로 증오의 씨앗을 마음 안에서 키워내고 있는 악습 때문이다. 사람은 진리 안에서 자신을 사랑해주기 시작할 때 더 이상 소중한 마음 안에 증오의 씨앗을 뿌려 물을 주지 않는다. 매일 자신의 예쁜 마음을 돌보고 귀 기울이며 치유해 주는 일에 집중할 뿐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는
바로 너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원수는 바로 자기 자신 안에 있다. 인간이 싸워 이겨야 할 존재는 또 다른 인간이 아닌 자기 자신 안에 들어찬 악령들이다. 인간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살인, 간음, 불륜, 도둑질, 거짓말, 이간질, 험담 등이 나온다. 이러한 것들이 서로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고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다.


얘야. 인생이란 결국 반복된 생활이다. 좋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좋은 인생이 되고 나쁜 일을 반복하다 보면 불행한 인생을 보내게 된다. 자신이 생각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은 고스란히 자신의 삶이 되고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속에 바로 중요한 삶의 비밀이 숨어 있단다.


인간은 누구나 지금 이 순간
무엇을 생각하고 선택하느냐에 따라
선하거나 혹은 악한 운명이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이 왜 그토록 공허하고 불행한지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그래서 새로운 오락거리에 몰두하며 공허함을 채우려 하지. 그러나 또 다른 공허함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란다.

인간의 현재란 그동안 무심코 습관적으로 선택해온 생각과 말, 감정과 행동의 결과물을 자기 삶을 통해 고스란히 겪고 있는 것이다.

수도꼭지로 새어나오는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어느새 양동이를 가득 채우듯 지금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또다시 인간의 삶을 이루어 가고 있단다.


인간의 습관이란 참으로 무섭단다. 악습은 괴물과도 같아 점점 더 큰 악에도 무감각하게 만든다. 마치 개구리를 처음부터 뜨거운 물에 넣으면 놀라 튀어나오지만, 미지근한 물에 넣고 서서히 끓이면 물속에서 죽는 것과도 같단다. 그러나 좋은 습관은 천사와도 같아 인간을 신의 형상으로 변모시켜 준다. 처음에는 불편했던 새 구두가 차츰 자신의 발 모양에 맞아 편안해지듯 선행도 자주 하면 자연스럽게 몸에 익어 편안해진단다.

얘야. 세상을 천국으로 만드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란다. 한 사람이 진리 안에서 자신의 소중함과 가치를 깨닫고 사랑으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렇게 타인의 삶도 같은 마음으로 대할 때 세상은 천국으로 변해간다.







- GOOD BOOK과 이야기의 연결고리 -


*우리가 대항하여 싸워야 할 원수들은 인간이 아니라 권세와 세력의 악신들과 암흑세계의 지배자들과 하늘의 악령들입니다. (에페소서 6,12)

*마음은 변화의 뿌리다. (집회서 37,17)

*그분께서는 지식과 이해력으로 그들을 충만하게 하시고 그들에게 선과 악을 보여 주셨다. (집회서 17,7)

*얘야, 살아가면서 너 자신을 단련시켜라. 무엇이 네게 나쁜지 살펴보고 거기에 넘어가지 마라. (집회서 37,27)

*입에서 나오는 것은 마음에서 나오는데 바로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살인, 간음, 불륜, 도둑질, 거짓 증언, 중상이 나온다. (마태오 복음서 15,18-19)

*재앙을 잉태하여 불행만 낳으니 그들의 모태는 속임수만 마련할 뿐이라네. (욥기 15,35)

*이처럼 너희도 겉은 다른 사람들에게 의인으로 보이지만, 속은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하다. (마태오 복음서 23,28)

*먼저 잔 속을 깨끗이 하여라. 그러면 겉도 깨끗해질 것이다. (마태오 복음서 23,26)

*나쁜 것을 물리치고 좋은 것을 선택할 줄 알게 될 때, 그는 엉긴 젖과 꿀을 먹을 것입니다. (이사야서 7,15)

*마음으로 자신을 단죄하지 않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 (집회서 14,2)

*지혜로운 이는 자기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오고 그의 지식은 자기 몸에 좋은 결과를 낸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 백성을 교육시키고 그의 지식은 믿을 만한 결실을 맺는다. (집회서 37,22-23)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곳에 서 있는 이들 가운데에는 죽기 전에 하느님의 나라를 볼 사람들이 더러 있다. (루카 복음서 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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