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감정 그 밑바닥을 치고 날아오르는 이는 보게 될 것이다
증오가 낳은 복수심. 오랜 시간 동안 키워온 복수심은 어느새 큰 나무가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자기 단죄의 열매를 풍성히 맺었다. 1년 전 마음의 텃밭에 증오의 씨앗을 뿌리고 성실하게 돌봐온 농부는 수확의 계절을 맞이했다.
빌어먹을 풍년이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온종일 자기 단죄의 열매를 혼자서 삼키는 일은 너무도 고통스럽고 외로웠다.
매일 밤 배갯잎을 적셔가며 이대로 영원히 잠들 수 있기를 바랐다. 내일 아침 또다시 눈이 떠지고 반복되는 감정을 느껴야 하는 일이 죽기보다 두려웠다. 차라리 전쟁이 나서 다 같이 죽어버렸으면 하고 바라었다.
인간이 저지른 죄는 밤이고 낮이고
마음을 살펴보는 신이 심판한다.
인간의 시선에서는
잘못을 저지른 자가 죄인이지만
신의 시선에서는
소중한 자기 마음과 삶을
파괴하는 인간이 가장 큰 죄인이다.
닥쳐! 잘못한 인간은 내가 아니라 피부과 원장 새끼라고!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이중 차트를 꾸미고 거짓말을 늘어놓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피부과 사람들이라고! 그런데 왜 내가! 독사의 자식들이 아닌 선량한 시민인 내가 왜 이 고통을 받고 살아야 하는 건데? 신앙인이란 이유만으로 그동안 큰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억울해도 그들 마음 불편하지 않도록 친절까지 베풀었다고! 그런데 그런 나의 호의도 기만한 채 끝까지 지랄 염병하며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저 죄 많고 뻔뻔한 인간들은 왜 행복하냐고!
야 이 미친 신아! 심판하려면 똑바로 해! 죄지은 인간은 내가 아닌 피부과 사람들이라고! 망해야 하는 사람은 내가 아닌 저 인간들이라고! 그런데 이게 뭐야? 나는 하루아침에 피부가 망가져 1년 내내 마스크를 쓰고 쇼핑몰 문까지 닫게 생겼는데 오히려 저 병원은 날이 갈수록 번창하며 잘 먹고 잘 살고 있어. 난 밥알이 모래알 같아 삼키지도 못하는데 저 인간들은 남의 속도 모르고 내 앞에서 웃으면서 점심메뉴를 논하고 있다고! 이럴 거면 도대체 인간이 착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뭐냐고! 죽어서 천국 가기 위해서라고? 죄지은 인간은 이 땅에서 잘 먹고 잘 살다가 죽어서는 지옥 간다고? 그게 말이야 똥이야. 나랑 지금 장난해? 나한테는 여기가 지옥인데 무슨 엿 같은 소리야! 그래. 천국 가자. 그러니깐 차라리 지금 나를 죽여줘.
억울하고 분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아니 차라리 미쳐버려서 이 감정들을 못 느꼈으면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차도에 뛰어들고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목을 매는 상상을 했다. 미사 시간마다 성당 한 가운데서 옷을 벗고 시원하게 오줌을 누는 상상을 했다. 긴 머리카락을 가위로 모조리 잘라 버리고 싶은 충동과 싸웠다. 정신줄을 놓고 싶은데 마음대로 놓을 수도 없어 오직 죽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고통이 극에 달하면 차라리 죽여 달라고 의사에게 애걸하는 환자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고통이 극에 달한 영혼의 위급 환자에게는 반드시 두 가지의 선택권이 주어진다. 그러나 판단력이 흐려진 인간은 하나의 방법만을 바라본다.
'고통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죽음뿐이다. 죽으면 인간은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자살을 하면 지옥에 간다고 누가 그랬던가? 비관 자살한 사람은 교회에서 장례식 조차 거행할 수 없다지? 사는 게 지옥인 사람에게 사후 지옥과 천국의 공갈 협박성 판타지 이야기는 종교집단의 차가운 교리일 뿐이다. 과거의 아픔이 치유되지 못해 증오와 복수, 분노와 억울함에 치를 떠는 현재의 시간들. 현재의 자기감정에 휩싸여 미래에 대한 불안감까지 끌고 와 허덕이는 시간들. 그렇게 홀로 고통의 감정 그 시궁창 밑바닥에 얼굴이 거꾸로 처박혀 본 인간은 알고 있다. 이 땅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그 자체가 지옥이라서 가장 소중한 자신을 살해하게 된다는 진리를 말이다.
1년간 지옥의 불구덩이를 맛봤다. 희망도 없고, 고마움도 없고, 사랑도 없고, 용서도 없고, 신뢰도 없고, 지혜도 없는 인간의 메마른 마음. 오직 증오와 분노와 복수와 시기와 절망과 불신과 불만만 가득 차 쓸모없이 버려진 땅. 황무지 같은 인간의 마음이 지옥이다. 그 순간 내 안에서 또다시 따뜻한 음성이 들려온다.
얘야. 귀 기울여 잘 듣거라.
천국과 지옥은 지금 이 순간
너희 마음과 인간관계 안에 있단다.
사랑은 죽은 자들의 신이 아닌
살아있는 자들의 신이다.
얘야. 신은 심판하러
세상에 온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을
죽음에서 깨우러 왔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심판은
지금 이 순간 보이지 않는
마음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사는 게 지옥이라서 매일 눈뜨는 일이 괴로운 이는 죽지 못해 사는 이다. 그들은 살아도 사는 게 아니기에 마음 안에 살아 있음에 대한 고마움이란 없다. 그 마음이 어둠보다 짙어 마치 죽은 이의 무덤 속과도 같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신은 자신의 무덤 안에 잠들어 있는 자들을 깨우러 세상에 왔다. 인간이 고통의 감정 그 시궁창 밑바닥에 얼굴이 거꾸로 처박힐 때 같은 모습으로 함께 하는 이가 있다. 네가 처해진 그 상황을 앞서 경험하며 너의 고통을 온전히 함께 느끼며 흐느껴 우는 이가 있다.
얘야.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네 마음 안에서 외치는 신성神性의 소리를 들어라. 사람들 눈에는 네가 마치 재앙을 받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신의 눈에는 언제나 가장 사랑하고 아껴주어야 할 존재란다.
얘야.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사람은 자신의 어두운 상처를 사랑으로 극복한 영혼의 승리자들이다. 현실의 시궁창에 처박힌 네 얼굴을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아라. 별들은 하루 종일 네 머리 위에 떠 있었다. 그러나 한 낮에 별들을 볼 수 없던 이유는 태양빛에 가리어져 있었기 때문이란다.
모든 사람들은 기억해 두어라.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희망하는 이는 행복하다.
별들이 인간의 머리 위에서
이토록 밝게 빛나는 이유는 그 뒤로
어두운 밤하늘이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도 이와 같단다. 네가 만약 누군가의 밝고 활기찬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면 역사의 뒤편에는 실패를 극복한 영광의 상처가 드리워져 있어서다.
사람은 누구든지 숱한 시간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된 솔직한 삶의 이야기가 가장 큰 자산이며 매력이란다. 사람은 자신만의 매력으로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낚는 법이다.
얘야. 죽음을 선택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까지 살아 내줘서 고맙다. 이제 네 눈물에도 사랑의 손길이 닿으면 고통받은 마음이 빛보다도 환해져 어두운 이 땅 위에서 신의 형상으로 변모할 것이다. 머지않아 매일 아침 눈을 뜰 수 있음에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살아서 서로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는 이 땅이 천국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 사람은 더 이상 죽어도 죽는 게 아니다. 그들의 용기와 사랑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억과 가슴속에 전해져 영원히 이 땅위를 살아갈 것이다.
얘야. 열심히 살다가 또다시 넘어졌느냐? 또다시 실패하였느냐? 또다시 실수하였느냐? 온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고 아파 욱신 거리느냐? 인간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신은 기억하고 있다. 어린 시절 일어나 걷기까지 무려 3000번을 넘어지고 다시 일어났다. 뛰기까지 1000번을 넘어지고 다시 일어났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번에는 지옥 끝 바닥을 치고
하늘 위로 날아오르기 위해
넘어지고 일어나는 시간일 뿐이다.
다시 또 일어나 가자.
세상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천국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 GOOD BOOK과 이야기의 연결고리 -
*그분께서는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너희는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마르코 복음서 12,27)
* "물러들 가거라. 저 소녀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자고 있다."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예수님을 비웃었다. (마태오 복음서 9,24)
*이 말에 놀라지 마라. 무덤 속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의 목소리를 듣는 때가 온다. (요한 복음서 5,28)
*예수님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마르코 복음서 2,17)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마태오 복음서 4,19)
*예수님께서는 몸소 십자가를 지시고 '해골 터'라는 곳으로 나가셨다. (요한 복음서 19,17)
*또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도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 (마태오 복음서 10,38)
*십자가를 통하여 양쪽을 한 몸 안에서 하느님과 화해시키시어, 그 적개심을 당신 안에서 없애셨습니다. (에페소서 2,16)
*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 속에서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을 입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에페소서 4,24)
*그리스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다고 우리가 이렇게 선포하는데, 여러분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어째서 죽은 이들의 부활이 없다고 말합니까? (코린토 1서 15,12)
*보아라. 내가 오늘 너희 앞에 생명과 행복, 죽음과 불행을 내놓는다. (신명기 30,15)
*모든 훈육이 당장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그것으로 훈련된 이들에게 평화와 의로움의 열매를 가져다줍니다. (히브리서 12,11)
*바리사이는 꼿꼿이 서서 혼잣말로 이렇게 기도하였다. '오, 하느님! 제가 다른 사람들, 강도짓을 하는 자나 불의를 저지르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와 같지 않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루카 복음서 18,11)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겉은 아름답게 보이지만 속은 죽은 이들의 뼈와 온갖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차 있는 회칠 한 무덤 같기 때문이다. 불행하여라, 너희 뱀들아, 독사의 자식들아! 너희가 지옥형 판결을 어떻게 피하려느냐? (마태오 복음서 23,27.33)
*유다는 그 은돈을 성전 안에다 내던지고 물러가서 목을 매달아 죽었다. (마태오 복음서 27,5)
*베드로는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밖으로 나가 슬피 울었다. (마태오 복음서 26,74)
*저에게 다섯 형제가 있는데, 라자로가 그들에게 경고하여 그들만은 이 고통스러운 곳에 오니 않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아브라함은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도 듣지 않는다면 어떤 사람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하고 대답하였다." (루카 복음서 16,28.31)
*나는 세상을 심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러 왔기 때문이다. 나를 물리치고 내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를 심판하는 것이 따로 있다. 내가 한 바로 그 말이 마지막 날에 그를 심판할 것이다. (요한 복음서 12,47-48)
*그러나 내가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것과 아버지께서 명령하신 대로 내가 한다는 것을 세상이 알아야 한다. 일어나 가자." (요한 복음서 1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