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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경험을 통해 오답노트를 만들어라

같은 실수를 반복함으로써 스스로를 괴롭히는 원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

by 이은영


모두가 힘들 거라며 단념하라 했다. 의료사고 분쟁은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려워 바위에 계란 치기라고 했다. 의료사고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최소 300만 원 이상의 변호사 비용과 송달료, 인지대등 고액의 소송비용이 필요하다. 패소시 상대방의 변호사 비용까지 물어야 한다. 1심만 평균 2년 6개월이 걸리고, 2심을 거쳐 대법원 판결까지 받으려면 5~6년은 족히 걸린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의료행위에 있어서 비전문가인 피해자가 의료인의 과실과 의료사고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병원 측에서 초진차트까지 위조해버린 상황이라면 백전백패다. 하지만 내가 처한 불리한 상황 따윈 중요치 않았다. 그동안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참고당한 나 자신이 한심하고 불쌍해서라도 억울함을 풀어줘야만 했다.


가장 먼저 유명한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다니며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모두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변호사에게 의뢰를 해봤지만 신통치 않았다. 참고로 변호사들이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증거물을 찾아 뛰어다니는 모습은 영화 속 이야기다. 현실세계는 피해자가 직접 증거자료를 수집하고 진술을 서면으로 작성하여 변호사에게 넘기면 그 자료를 토대로 변호사가 준비서면을 쓰고 법정에 출석해 소송을 수행한다. 현실 세계를 대면한 후 소비자보호원에 사건을 접수하고 국선 변호사를 요청했다. 직접 증거자료를 수집하여 서면 작성 후 변호사에게 넘겼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본인 또는 가족이 의료사고를 당했다면 신속히 초진차트 복사 및 증인 확보, 증거자료가 될만한 모든 정황(사진, 동영상)을 기록해 두세요) 다행히 좋은 국선 변호사를 만나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결국 승소하였다. 하지만 승소한 순간에도 억울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끝끝내 병원 측에서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하면 서로가 좋을 것을 왜 저렇게 어리석게 굴지? 내가 글이라도 올릴까봐 병원 게시판 까지 닫으면서 훌륭한 병원장의 가면을 쓴 채 이중인격자의 모습으로 살고 싶을까? 남을 해치며 더럽게 번 돈으로 좋은 차 타고 비싼 집에서 그토록 살고 싶을까? 그게 과연 행복이고 성공한 삶일까? 죽을 때 가져갈 수도 없는 것들을 위해 영혼의 양심까지 팔아먹는 인간들 같으니라고. 아무리 많이 배워 똑똑하고 높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 뭐해. 정작 알아야할 지혜 없이 배부른 돼지들 처럼 참 행복과 성공이 뭔지도 모르는 불쌍한 존재들인걸.

그 순간 또다시 내 안에서 따뜻한 음성이 들려온다.

얘야.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보다
네 인격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차라리 죄를 짓고
어리석어지는 편이
네게는 나을 것 같구나.

인간은 흔히 윤리, 도덕이나 법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을
죄인이라 부른다.
그러나 신은 신성과 멀어져
자신을 불행에 빠뜨리는 사람들을
죄인이라 부른단다.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 못난 사람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을 불행에 빠뜨리는 죄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 우월한 사람이라 생각하는 사람 또한 자신을 불행에 빠뜨리는 죄인이다. 빛도 어둠도 악도 선도 죽음도 생명도 모두 신에게서 나온다. 목숨을 거두어 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누구의 삶도 판단해서는 안된다. 신의 손길이 닿는 순간 그의 삶이 어떻게 변화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네가 훗날 악의 보복을 어찌 감당하려고 또 다시 악한 마음을 품는 것이냐? 남을 심판하면 너도 심판받을 것이라는 말과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된다는 진리를 들어보지 못하였느냐?

제 아무리 높은 태산도 결국 하늘 아래 산이다. 하늘 위를 찌를 수 있을 만큼 높은 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의 인성人性 또한 마찬가지란다. 감옥 안의 죄인罪人도 자선활동을 벌이는 성인聖人도 신神 아래 있는 다 같은 인간일 뿐이다. 인간의 시선에서는 그들의 차이가 엄청난 듯 보이겠지만 신의 시선에서는 도토리 키재기일 뿐이란다. 죄인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순간 그는 신성神性과 가장 가까이에 있고, 성인이 영적 교만에 휩싸이는 순간 그는 신성神性과 가장 멀어진단다.


그러니 얘야. 소중한 네 손에 타인의 피를 묻히지 말고, 소중한 네 입에서 타인의 허물을 내뱉지 마라. 존귀한 네 손과 입은 남을 끌어내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력이 좋지 못함을 기억하지 못한 채 남들만 죄인이라 손가락질하며 단죄하고 돌을 던지려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라.


승소한 후 사인을 하지 않아 아직 손해배상금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의 자료를 근거로 더 크게 판을 벌이면 정신적 피해보상금은 물론 공문서 위조, 괘씸죄까지 포함하여 합의금을 더 많이 받아낼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1~2년 정도 법적 공방을 펼칠 각오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다시 내 안에서 누군가 속삭인다.


얘야. 너는 진리를 깨달아
복의 통로가 되어라.
네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자신과
타인에게 유익한 일을 하는데
네 손과 발, 입을 사용하여라.

훗날 누군가 너로 인해 망했다는
소문을 듣게 되는 것보다,
너로 인해 행복해졌다고
듣게 되는 것이 스스로의 삶에
영광이 됨을 잊지 말거라.


신성과 멀어진 인간에게 너의 나약함을 드러내면 그들은 사악함을 드러낸다는 것을 기억하거라. 자신을 악으로부터 보호하는 것 또한 네가 해야 할 몫이란다. 지금처럼 자신의 권리를 찾아 당당하게 투쟁하라. 또한 누군가 네 소중한 사람들을 다치게 하려 한다면 지켜내야 한다.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것만이 미덕이 아님을 기억하거라.


그러나 권리를 찾아 치열하게
싸울 때에도 멈춰야 하는 순간이 존재한다.
이 세상에서 네 삶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네 인생과
맞바꿔도 좋을 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면 계속해서 투쟁하여라.
그러나 소중한 네 삶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반드시 멈춰야 한다.


단순히 더 많은 물질적 보상을 얻어내기 위해 그 일을 하고자 한다면 생각을 돌려라. 그대신 남은 시간을 진정 가치 있는 일에 투자하여라. 그것이 자신의 권리를 찾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끄는 현명한 선택이란다.


대학 졸업 후 패션 디자이너로 근무한 24살. 그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을 겪은 적이 있었다. 어느 날 회사는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월급을 미뤘고 급기야 직원을 모두 내보냈다. 월급 정산을 요구할 때마다 사장은 병원에 입원했다면서 기다려 달라는 말뿐이었다. 그때도 큰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린 끝에 돌아온 답변은 사장과 친구였던 과장에게었다. 이미 부도처리를 했기 때문에 법대로 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며 해볼 테면 해보라고 했다. 그때도 모두가 고개를 저으며 포기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배신감과 억울함에 모든 근거자료를 들고 노동부에 신고를 했고 바로 월급을 정산받았다. 몇 년 뒤 내게 법대로 해보라고 으름장을 놓던 과장에게 연락이 왔다. 그때는 사장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한 짓이고 자신도 같은 수법으로 월급을 받지 못했다면서 고소 방법을 물어왔다. 당시 첫 사회생활을 통해 겪은 어른들의 모습에 적지 않은 실망감과 뭔지 모를 통쾌함을 느꼈다. 그리고는 다시는 그런 종류의 인간들하고 마주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5년 뒤 또다시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며 더 큰 괴로움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얘야. 인생에 오답노트를 만들어라.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과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아라.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은 틀린 문제를 부끄럽게 여기며 남들이 볼까 봐 얼른 시험지를 접어 가방 안에 숨기기 바쁘단다. 그리고 두 번 다시 꺼내어 보지 않거나 위조를 한다. 그러나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시험지를 받아 들고 확인을 한다. 그들은 틀린 문제를 보며 무엇 때문에 틀렸는지 자신만의 오답노트를 만들어 기억한다. 다음 시험에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나올때 두 번 다시 틀리지 않기 위함이다.

인간의 인생도 이와 같단다. 어리석은 인간은 자신의 실수를 감추고 잊어버리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현명한 인간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지혜를 얻기 위해 집중한다. 또다시 같은 실수로 괴로움을 겪지 않기 위해 인생의 오답노트를 만들어 지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공유한다. 인간이 무엇 때문에 계속해서 걸려 넘어지는 것인를 통찰한다. 그렇게 인생의 경험을 통해 빛나는 신의 지혜와 예지력을 습득한다.


모든 사람들은 잘 들어 두어라.
신은 실수 속에서 지혜를 얻지 못하는
인간에게 비슷한 상황을
반복하여 만들어 준다.
실수를 통해서 지혜와 통찰력,
겸손과 인내를 갖춘
신의 일꾼으로 쓰기 위함이란다.


인생을 살면서 반복된 실수로 고통을 겪고 있다면 더 이상 외면하지 마라. 무엇이 문제인지 네 마음을 들여다보아라. 반드시 원인을 찾아 인생의 오답노트를 만들어라. 그 속에서 신의 지혜를 얻어라. 너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함으로써 스스로를 괴롭히는 자신의 원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 GOOD BOOK과 이야기의 연결고리 -

*악인은 자기 원수를 저주하는데, 실은 자기 자신을 저주하는 것이다. (집회서 21,27)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받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되받을 것이다.” (루카 복음서 6,37-38)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요한 복음서 8,7)

*그런데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마태오 복음서 19,30)

*젖을 먹고사는 사람은 모두 아기이므로,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에 서툽니다. 단단한 음식은 성숙한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그들은 경험으로, 좋고 나쁜 것을 분별하는 훈련된 지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히브리서 5,13-14)

*지각없는 자들과는 너의 시간을 줄여라. 그러나 사려 깊은 이들과는 시간을 늘려라. (집회서 27,12)

*시간을 잘 쓰십시오. 지금은 악한 때입니다. (에페소서 5,16)

*그러나 너희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너희는 주님께 죄를 짓는 것이다. 그러면 너희가 이 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 두어라. (민수기 32,23)

*보호자께서 오시면 죄와 의로움과 심판에 관한 세상의 그릇된 생각을 밝히실 것이다. 그들이 죄에 관하여 잘못 생각하는 것은 나를 믿지 않기 때문이고,(요한 복음서 16,8-9)

*그 뒤에 예수님께서 그 사람을 성전에서 만나시자 그에게 이르셨다. "자, 너는 건강하게 되었다. 더 나쁜 일이 너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 (요한 복음서 5,14)

*오히려 우리는 모든 면에서 우리 자신을 하느님의 일꾼으로 내세웁니다. 곧 많이 견디어 내고, 환난과 재난과 역경을 겪으면서도, 매질과 옥살이와 폭동을 겪으면서도 그렇게 합니다. 또 수고와 밤샘과 단식으로, 순수와 지식과 인내와 호의와 성령과 거짓 없는 사랑으로, 진리의 말씀과 하느님의 힘으로 그렇게 합니다. (코린토 2서 6,4-7)

*우리는 이 선물에 관하여, 인간의 지혜가 가르쳐 준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가르쳐 주신 말로 이야기합니다. 영적인 것을 영적인 표현으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1 코린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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