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길 간절히 꿈꾸다.
다음 날 아침. 올해 초등학생이 되는 8살 동욱이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
은영 : 동욱아. 동욱이는 사랑이 뭔지 알아?
동욱 : 사랑은 아빠 엄마가 결혼해서 저랑 진욱이를 낳은 거죠.
은영 : 그럼 동욱이는 사랑이 어떤 느낌이야?
동욱 : 따뜻한 느낌이요.
은영 : 그렇구나. 어제 진욱이한테도 똑같은 질문을 했는데 진욱이가 뭐라 그랬게~?
동욱 : 뭐라 그랬는데요?
은영 : 사랑은 동그라미래. 그래서 떼굴떼굴 굴러간데.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동욱이는 방바닥을 손 발로 두드리고 떼굴떼굴 구르며 웃는다.
동욱 : ㅋㅋㅋㅋ 아휴 참 못 말려~! 고모. 진욱이는 진짜 엉뚱해요!
모두가 잠든 전날 밤. 5살 진욱이에게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진욱이는 또다시 의외의 대답을 한다.
진욱 :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아. 크면 형아가 될 거야. 진욱이가 될 거야.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다. 크면 형아가 되고 진욱이가 될 거다. 그 말이 너무나 의아해서 세 번을 다시 물어도 똑같은 대답을 한다. 5살 어린이는 보통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이나 동물이 되고 싶어 하는 게 아니었나? 그 순간 또다시 내 안의 누군가가 아이의 언어를 풀이해 준다.
"얘야. 아이들이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다는 말은 꿈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반드시 어떤 사람이 되어야지만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란다. 어른들은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없을 때 마치 자신을 패배자처럼 여긴단다.
그러나 순수한 아이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단다.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길
간절하게 꿈꾸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지켜내야 한다. 자신이 계획하던 모든 일에서 실패하더라도 너희는 여전히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10만 원짜리 지폐가 구겨졌다고 10만 원의 가치를 잃는 것이 아니듯, 인간이 하고자 하는 일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자신의 가치가 변질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인간 그 자체로 존엄하다. 신은 차별 없이 누구의 마음속에나 자신의 형상을 심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리를 잊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성공자다. 너희가 무언가를 해내고, 희망하는 직업을 갖게 되고, 무언가를 이루어 성취해내더라도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면 그자야 말로 완벽한 실패자다.
마음을 열고 귀 기울여 듣거라. 신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아이들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참된 진리를.
진정한 꿈은 특정 직업이나 업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한 것들은 인간이 자기 자신으로 이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인간은 참된 진리를 잊고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 때
수단에 집착하게 된다.
그 순간 신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인간은
악마의 노예로 타락한다.
은영 : 동욱아 그럼 동욱인 커서 무슨 일이 하고 싶어?
동욱 : 과학자요! 그것 말고도 되고 싶은 게 5개나 더 있어요. 그래도 과학자가 가장되고 싶어요.
은영 : 나머지 5개는 뭔데?
아이는 두 눈을 반짝이고 작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면 신나게 대답한다.
동욱 : 고생물학자, 소방관, 경찰관. 또 있었는데 뭐였지?
은영 : 고생물학자가 뭐야?
동욱 : 공룡을 공부하는 사람이에요.
동욱이는 공룡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5살 진욱이는 자신의 우상인 형아의 취향을 따라 뽀로로는 건너뛴 채 공룡을 좋아하게 됐다. 그리고 그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 자신은 아가들처럼 뽀로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거듭 강조하면서.
은영 : 그렇구나. 고생물학자가 공룡을 공부하는 사람이구나. 그럼 그중에서도 왜 과학자가 가장되고 싶어?
동욱 : 저는 혼자서 손으로 만드는 것을 잘해요. 고모도 보셨죠? 제가 레고 만든 거요. 전 과학자가 돼서 하늘을 슈웅 날고 막 변신하는 자동차를 만들 거예요. 왜냐하면 그게 제일 재미있으니까요.
은영 : 응! 동욱이는 무엇이든 반드시 원하는 사람이 될 거야.
동욱 : 네! 엄마가 과학반 떨어졌지만 학원에 보내준다고 했어요.
은영 : 응? 과학반이 떨어졌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동욱 : 학교에서 추첨하는 게 있는데 엄마가 과학반 추첨에서 떨어졌어요. 그래서 학원에서 과학 배울 수 있게 해준다고 했어요.
은영 : 우와! 동욱이는 좋겠다. 이제 좋아하는 과학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어서. 동욱아. 계획했던 것이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어. 이번일 처럼 말이야. 꼭 기억해! 이 세상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말이야.
어른들은 아이들 안에 존재하는
신성神性을 잃지 않도록 지켜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이 땅에 태어난 이유를
스스로 기억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자신의 힘으로 싸워 이기려고 했다가 용기를 잃은 겁쟁이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순수한 용기를 배워야 한다. 그러나 겁쟁이 어른들은 자신에게도 그러하듯 아이만의 개성과 관심사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는 관심이 없다. 본인조차 가슴으로 느끼는 행복과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보여주기 위한 삶에 매달린다. 대학 입학과 직업 또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에 치중한다. 배우자마저 서로의 고유 자질을 맞추기보다 남들에게 보여줄 화려한 조건만을 살펴본다. 그리고는 인생이 왜 그토록 허무하고 불행하게 느껴지는지,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른 채 세상을 원망한다.
점점 참된 사랑과 행복에 대한 가치가 퇴색되면서 가족의 소중함도 사라지고 사람 간의 신뢰도 가볍게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다. 드라마와 뉴스는 막장이 판을 치고 어느새 그것이 당연한 듯 받아들여진다. 인간 안에 신성인 순수한 사랑은 신화나 전설 속에만 존재하는 무언가로 치부해 버린다. 그런 세상에선 상대방의 친절 마저도 의도를 따지며 의심케 한다.
진리에서 벗어나 편견에 노예가 된 사람은 참된 사랑이나 행복이 무엇인지 모른 채 순간의 설렘이나 욕망, 소유욕 등을 그것으로 착각한다. 그 결과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맞다고 가르치면서 함께 가자며 손목을 끌어당긴다. 성서에는 이를 두고 눈먼 이가 눈먼 이에게 길을 안내하다가는 함께 구덩이에 빠진다고 표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성을 간직한 우리 모두는 자신의 순수한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직까지 세상이 살만한 이유는 그런 사람들이 제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힘이 미약 하기에 신은 우리를 도와줄 하늘나라의 일꾼을 보낸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신의 본성과 가까운 아이들을 이 땅에 계속해서 보내준다. 아이들은 자신 안에 순수한 사랑이 있었음을 기억하지 못하는 어른들을 일깨워주기 위해 보내진 천사들이기 때문이다.
-GOOD BOOK과 이야기의 연결고리-
*예수님께서는 비유를 들어 그들에게 이르셨다.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으냐? 둘다 구덩이에 빠지지 않겠느냐? (루카 복음서 6,39)
*구덩이를 파는 자는 자신도 거기에 빠질 수 있고 담을 허무는 자는 뱀에게 물릴 수 있다. (코헬렛 10,8)
*그러니 이제, 아들들아, 내 말을 들어라. 내가 하는 말에서 벗어나지 마라. (잠언 5,7)
*나를 멸망의 구덩이에서, 오물 진창에서 들어 올리셨네. 반석 위에 내 발을 세우시고 내 발걸음을 든든하게 하셨다. (시편 40,3)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쳐라. 그러면 늙어서도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잠언 22,6)
*교만한 자들이 저를 마구 조롱하여도 당신의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시편 119,51)
*저를 모든 불행에서 구해 주신 천사께서는 이 아이들에게 복을 내려 주소서. 나의 이름과 내 조상 아브라함과 이사악의 이름이 이 아이들에게 살아 있으리라. 또한 이들이 세상에서 크게 불어나리라." (창세기 48,16)
*에사우가 눈을 들어 여자들과 아이들을 바라보며, "네 곁에 있는 이 사람들은 누구냐?"하고 묻자, 야곱이 "하느님께서 당신의 이 종에게 은혜로이 주신 아이들입니다."하고 대답하였다. (창세기 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