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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드 Apr 04. 2020

아이들의 ‘힘들다’는 말에 숨은 뜻

알자배기반의 공부 자립 프로젝트

 초등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만나보니 고학년만 되어도 이미 공부하느라 아이들의 일상이 꽤나 바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학년 때는 공부학원은 영어 학원 한가지이던 학생들도 고학년이 되면서 수학학원에 역사 특강, 과학 인터넷 강의 등을 새롭게 시작합니다. 기존에 하고 있던 연산 학습지며 중학년쯤에 추가된 논술학원 그리고 학원과 학교의 각종 숙제들이 더해지면 일상적으로 아이가 감당하는 공부량은 실로 상당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고학년 담임으로서 아이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힘들다’입니다. 다음 수업에 필요한 과제를 내 주면 '학원 숙제도 많은데 그 숙제는 언제 해요?'라며 항의합니다. 수업시간에는 ‘하교 후엔 놀 수가 없으니 학교에서라도 놀게 해 달라’고 조릅니다. 한편 평소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는 하는데 정작 교실에서는 공부고 뭐고 만사 귀찮고 의욕 없는 친구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힘들다고 아우성이니 저도 ‘공부를 많이 해서 아이들이 힘들구나.’ 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을 두고 관찰해 보니 좀 의아한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놀 시간이 없이 공부하느라 힘들다고 하는데, 정작 학교공부가 잘 되지 않아 힘겨워하는 학생이 의외로 많았기 때문입니다. 학급에서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를 가늠해 보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마디로 힘들만큼 공부하는 것에 비해 학생들이 공부를 썩 잘하는 것 같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초등 교육과정은 그동안 난이도를 낮추고 내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정을 거듭해 왔습니다. 스토리텔링 등 교육방법의 변화는 있었지만 학생들이 습득해야 할 지식 자체의 분량과 수준은 하향조정된 것입니다. 중학교 수학, 과학 교과서에서 이전세대가 초등학교 때 배운 내용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현재의 초등교육과정은 평균적인 학생들이 최선을 다해도 성취하지 못할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그런데 놀 시간이 없을 만큼 많이 공부하느라 매일이 힘든 많은 아이들이 정작 학교 공부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은 얼른 납득하기 힘든 일입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학교 공부가 만만치 않은 일일 수 있겠으나, 그것은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았을 때의 경우입니다. 학교에서 만나는 ‘힘들다’는 학생들은 모두 일상적으로 공부를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일을 많이 하면 결국 잘 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그 일이 좋아지고 힘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많이 하는데도 잘해지지도 좋아지지도 않는다는 것은 많은 초등 고학년 학생들이 효과가 나지 않는 방식으로 그것도 떠밀려서 놀 시간도 없이 공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공부가 좋아질 리 없고 힘든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아이들의 ‘힘들다’는 말에는 사실 많은 뜻이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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