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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드 Apr 04. 2020

초등, 무기력과 비효율의 악순환

알자배기반의 공부 자립 프로젝트

 무기력하고 공부해도 발전없는 상황을 누구보다도 바꾸고 싶고 달라지고 싶은 사람은 학생들입니다. 놀기에도 부족한 소중한 점심시간을 내어 공부 상담을 신청하는가 하면, 공부법 이야기에 눈이 초롱초롱해 지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 자신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합니다. 학원이 힘들어 상담 온 한 학생은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1학년 때 부터 다녀온 학원이고 사실 힘들긴 하지만 학원을 안다니면 지금 하고 있는 만큼도 못하게 될까봐 불안해요. 그냥 힘을 내야죠 뭐.“


 저학년 때부터 부모님의 관리와 코칭 하에 공부해온 이 학생은 공부는 열심히 해 왔지만 무슨 공부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항상 부모님의 판단에 따라왔을 뿐 스스로 결정해 본 일이 없습니다. 아직은 모호하지만 자기 공부에서 뭔가 문제점이 있음을 알았고(문제점은 ‘힘들다’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상황을 간절히 바꾸고 싶은데도 학생은 자신의 공부에 대한 자기 결정권도 없고 자신을 믿을 수도 없기에 뭔가를 바꾸거나 시도해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아이들에게 지금처럼 자기가 처한 상황을 바꿀 수 없고 자기에게 통제권이 없는 수동적인 처지가 계속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 결과는 무기력으로 찾아옵니다. 무기력이란 어려움을 만나도 자신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느끼는 감정입니다. 무기력은 수동성이 지속된 결과입니다.

필자가 관찰한 고학년들의 수동적인 생활모습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의미 없고 성의 없이 공부하기 - "대략 빨리 혼나지 않을 만큼만 끝내고 놀아야지.“

2. 공부를 두고 협상하기 - "공부 하면 뭐해줄 건데요?“

3. 결정을 다른 사람에게로 미루기 - "엄마, 학습지 다했는데 이제 뭐할까?“

4. 공부하는 척 하기 - "(깜짝 놀라며) 공부하고 있었어~.“

5. 효율 낮은 공부하기 - "하루 종일 앉아있었는데 한 게 고작 이거야?“

6. 무기력 - "어차피 해도 안 돼. 안 할래"


 아이들이라면 다들 공부하기 싫어하니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선 안 됩니다. 초등 고학년 정도면 어떤 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책임감 있게 공부하는 것인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들은 대충하려하고 보상이 있어야 공부에 임하며 공부하는 척으로 남의 눈을 속이려 합니다.

 ‘다소 수동적이라도 공부만 잘하면 됐지’라고 생각하는 학부모님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수동적 공부의 결정적인 맹점은 바로 ‘비효율성’입니다. 지식은 외부에서 우겨넣는다고 넣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식은 오직 그것을 내가 직접 내 안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을 통해 습득됩니다. 마음에도 없는 것을 오랜 시간 반복해서 배워도 좀처럼 배워지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겉으로만 배울 뿐 실제로는 학습자가 지식을 자기 안으로 끌어들이는 머릿속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동적인 공부로 최고의 성과를 거둔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부모님이 떠먹여줘야 먹을 수 있던 아기도 성장하면 매일같이 제 손으로 밥을 먹을 수 있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저학년 때는 부모님의 적극적인 개입과 도움 하에 공부했었다 하더라도 고학년이 되면 점차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부분들이 늘어나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 많은 학생들은 공부할수록 점차 성장하고 독립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할 수 없는 존재, 무기력하고 의존적인 존재가 되어가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을 가장 ‘힘들게’ 여기는 사람은 바로 학생들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의 감시와 감독 하에 일하기보다 일의 주인이 되고 싶어 합니다. 고학년이면 몸도 마음도 성장하여 청소년이 되어 가는데 공부에 대해서는 주어진 방법으로 잘 하기만 요구될 뿐, 내 공부인데도 내가 결정할 것이 별로 없습니다. 고민하지 말고 그냥 열심히 하라고 합니다. 스스로가 껍데기처럼 느껴지고 공부가 남일 같기만 합니다.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에 전략을 고민하고 최선을 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수동적인 공부가 비효율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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