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고학년에 시작해야 할 일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 주변의 공부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저는 앎의 기쁨을 느끼며 공부하는 사람들에게서 하나의 공통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공부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자기 공부의 주인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처음에는 누군가 이끌어주었거나 경쟁심에서 시작했을지라도 결국에는 자기가 하는 공부가 온전히 자신의 것임을 깨닫고 공부의 주인으로 나섰기에 행복한 공부가 가능했습니다.
자신이 공부의 주인이 되는 학생들은 공부를 하고 싶거나 해야 하는 나만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필요해서 공부합니다. 또한 이 친구들은 진짜로 아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들이 공부하는 이유는 지금 내가 공부하는 내용을 제대로 알게 되어 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남들을 이기고 남들보다 나아져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칭찬받는 것에 집중하면 진짜로 알고 싶은 마음, 모르던 것을 알게 되어서 기뻐지는 마음과는 멀어지게 됩니다.
공부를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하려면 내가 공부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 이끄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 이것을 익숙한 용어로 바꾸면 바로 자기 주도 학습을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입시 전형에 ‘자기 주도 학습 전형’이 있을 정도로 알려진 말이지만 그 뜻을 알고 실행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자기 주도 학습이란 무엇일까요? 교육학에서는 자기 주도 학습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 학습자 스스로가 학습의 참여 여부에서부터 목표 설정 및 교육 프로그램의 선정과 교육평가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전 과정을 자발적 의사에 따라 선택하고 결정하여 행하게 되는 학습형태 "
-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교육학 용어사전』 (하우동설, 1995)
정의에 의하면 학습 목표, 프로그램, 평가까지 학습자가 정하는 것이 자기 주도 학습이기 때문에 학습자의 공부가 자기 주도 학습인가를 판단하는 데는 학원을 다니고 안 다니고 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기 주도 학습자들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학원에 다니고, 필요 없다고 생각되면 학원을 다니지 않습니다.
물론 자기 주도성은 다소 부족해도 지금까지 비교적 성공적으로 공부해온 초등 고학년 학생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학생들도 이제는 어떤 형태로든 자기 주도 학습을 시도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 요구되는 공부 방식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칼 뉴포트 교수는 자신의 책 『딥 워크』에서 미래 사회는 많은 것들이 너무나 빠르게 변해서 공부한 것을 활용해서 직업을 갖는다거나 성과를 내는 주기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짧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미래의 인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1. 어려운 일을 신속하게 습득하는 능력
2. 질과 속도 면에서 최고 수준의 성과를 올리는 능력
- 칼 뉴포트, 『딥 워크』 (민음사, 2017)
이 두 가지 핵심능력이 모두 ‘새로운 지식을 얼마나 빠르고 깊게 익힐 수 있느냐’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지식이 많으니 지식의 깊이가 경쟁력이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미래를 위해 가장 시급하게 배워야 할 것은 영어나 수학이 아닌 바로 ‘익히는 능력’ 그 자체인 것입니다.
공부로 내 인생의 주도권 갖기
말초적 행복 이외에도 진정한 행복은 자기 인생을 자신이 끌어가고 그것이 생각한 대로 효과를 거둘 때 찾아옵니다. 이런 감정을 심리학에서는 자기 효능감이라고 합니다. 자기 효능감이란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 기대와 신념입니다. 아직 하지 않은 일인데도 할 수 있다고 자신을 믿는 것이지요. 이런 자기 효능감은 어릴 때부터 내 의지로 작은 것을 시도해서 그것이 성공하는 소소한 경험들이 쌓여갈 때 생겨납니다. 초등 고학년 학생 역시 이런 경험을 매일의 공부를 통해 할 수 있습니다. 작게나마 자신의 생각대로 공부를 시도하고 그 결과를 판단해 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곧 자기 주도 학습을 구성하는 작은 사이클이기도 합니다.
공부법의 획득
나에게 잘 맞는 공부법을 찾는 데는 누구에게나 시행착오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 방법을 시도해 보고 그 효과를 판단해보는 '실패'의 경험을 해 볼 시간 말입니다. 여러 방법을 시도해 보다가 실패하면 다른 방법으로 바꾸어보고, 잘 맞는 것은 하나씩 내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입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초등 5, 6학년부터 이런 노력을 해 본다면 학생들은 좀 더 빨리 스스로 공부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학생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필요한 공부 체질을 형성하고, 지식적 부분뿐만 아니라 정서적 부분까지도 내실을 다지며 공부해가는 사실상 유일한 길은 자기 공부의 주인이 되는 일, 즉 자기 주도 학습을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