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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드 Apr 07. 2020

복습의 재발견

알자배기반의 초등 공부 자립 프로젝트

 초등 고학년 담임을 하면서 저는 학생들의 공부 야성을 되살릴 방법, 과도하면서도 효과 없는 공부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목표는 공부를 학생들 자신의 일로 돌려주는 것이며 학생들이 궁극적으로 해야 할 공부는 스스로 주인이 되는 공부, 곧 공부 자립입니다. 

 공부의 주도권을 학생에게 점차로 넘겨주자면 초등학생이 학교 공부를 스스로 감당할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생도 자기 공부를 주도할 수 있는 방법, 바로 복습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복습이 학생에게 학습 주도권을 주는 일이라니 좀 싱겁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습니다. 복습을 안 하는 것 보다야 하는 편이 좋겠지만, 그렇다고 복습을 아주 특별하거나 가치 있는 공부로 여기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복습이란 것이 뭔가 새롭게 배우거나 어려운 공부를 엄청나게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복습은 일단 시작하면 초등학생이라 할지라도 학습의 주도권을 갖게 해주는 마법 같은 작동과정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학생이 복습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합시다. 이 학생에게는 어떤 일이 생길까요?

집에 돌아온 학생은 일단 책상 위에 오늘 배운 과목들의 교과서와 공책을 벌여 놓습니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생각 끝에 배운 과목 순서대로 우선 교과서를 펴 봅니다. ‘어디에서 뭘 배웠더라?’ 생각하며 교과서를 뒤적이니 오늘 배운 본문과 메모했던 글씨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또 그 부분에서의 수업 맥락과 아이들의 이야기, 선생님의 말씀도 떠오릅니다. 상기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이제 배운 것을 정리하기로 합니다. 그러자 떠오른 내용 중에 무엇이 핵심이었는지가 고민되고, 잘 몰랐는데 그냥 넘어갔던 부분도 드러납니다. 만약 수업 내용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면 ‘내가 놓쳤구나.’ 반성하며 다음 시간에는 수업을 더 잘 듣기로 마음먹습니다.

 

 복습 과정에서 학생이 학습 주도권을 쥔 모습, 발견하셨습니까? 학생은 복습하면서 자기 공부의 정도를 스스로 평가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를 판단했습니다. 그 판단에 따라 해야 할 행동을 정하고 이를 실천하고자 마음먹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노울스가 정의한 자기 주도 학습의 과정-학습자 자신이 자신의 학습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는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입니다. 복습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기 주도 학습이 이루어진 것이죠. 이 과정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이 부족하니 이것을 해라.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와 같이 판단해 주고 그것을 따르도록 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것임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복습은 공부를 잘하는데 꼭 필요한 메타인지와 자기 통제력 발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복습으로 자신의 공부를 주도하는 일이 지금 하는 공부를 완성시켜 줄뿐만 아니라 공부를 할 수 있는 능력 자체도 계발시켜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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