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대의 디자인 재능
나는 4년제 대학교 디자인 전공을 졸업했지만, 학교에서 디자인적인걸 많이 배웠냐고 물어본다면 딱히 기억날 정도로 배운 건 없다. 내가 제일 크게 얻은 건 학력뿐이다.
디자인과를 선택한 이유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다.
(하지만 그림과 디자인은 딱히 상관이 없다. 많은 학생들이 하는 실수다...)
뭔가 내 재능을 썩히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재밌을 거 같아서 디자인과에 가게 됐다.
대학교에 가기 전까진 주변에 그림 그리는 학생도 없어서 내 재능을 가늠을 못했는데, 대학교를 가서 정말 재능 있는 학생들을 보니 ‘난 원래 예술적으로 탁월한 소질이 있는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딱히 되고 싶은 다른 게 없었기에 전공을 이수하고, 내가 갈 수 있는 분야 중에서 구인공고가 가장 많았던 웹디자이너가 되었다.
디자이너가 되어서도 초반엔 이 길이 내 길이 맞나? 역시 난 재능이 없구나, 이 일을 몇 살까지 할 수 있을까? 난 왜 꿈이 없지? 이런 생각을 했지만 일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디자이너로 일한 지 15년이 지났다.
물론 디자인 일을 하는 게 싫었다면 관뒀을 텐데 일하다 보면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디자인이 나름 적성에 맞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만들면 결과물이 바로바로 나와서다.
뭔가를 계속 만드는데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는 걸 상상하면 지속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UX/UI/Web 디자이너는 국비지원학원도 있고 일단 툴을 배우고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어디에나 그럭저럭 취업을 할 수 있어서 그런지 진입장벽이 낮아서 오히려 비전공자가 더 많은 것 같다. 일하면서 비전공자인 디자이너 동료를 더 많이 봐왔다.
내가 처음 일을 시작한 15년 전에 비하면 요즘 시대의 디자이너는, 굳이 탁월한 예술적 재능이 필요한가? 싶은 생각이 든다.
예전처럼 무조건 화면을 예쁘게 꾸미던 웹디자인 시대보다 UX가 중요해진 지금은 근거적이고 논리적인 디자인이 필요하고, 비주얼도 인터넷에서 찾으면 필요한 소스나 괜찮은 UI디자인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디자인에 대한 감각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면, 원래 가지고 있는 감각이 완전 꽝은 아닐 거라 생각된다.
많이 봐서 보는 감각을 익히고, UX에 대한 개인적인 공부도 하고 고민도 많이 해보는 건 타고난 예술적 감각이 없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심리학이나 인문학 같은 다른 소양도 플러스 요인이 되기도 한다.
단지 전공자와 다른 점은 대학생활 내내 관련 작품을 많이 보고, 툴을 다루고, 과제를 하면서 많이 해봤다는 차이점이 있긴 한데 내 경험상 대학 생활 4년보다 실무에서 1년 동안 배우는 게 훨씬 더 많다.
전공자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면 비전공자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 저 그럼 지금 디자이너 도전해 봐도 될까요?
STAY...
하지 마, 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