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국에 보낼 우편이 있어서 우체국을 들렀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어서 그런지 비교적 한산했다. 마음씨 착해보이는 아저씨 뒤에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데, 내쪽에서 가까운 창구쪽에서 다음 사람 오라고 안내가 나온다. 당연히 내 앞에 아저씨가 가야하는데 그 분은 나한테 웃으면서 자기는 괜찮다고 나보고 먼저 가라고 한다. 얼떨결에 고맙다고 하고 먼저 일을 처리했다, 저녁이 되어서야 이 일이 떠오르고 나의 오늘 삶이 이분처럼 이렇게 양보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살았는지 문득 돌이켜본다. 작은 친절을 받아보면 그 힘을 알게된다.
- 급해보이는 사람에게 먼저 순서를 양보하는 일
- 노숙자에게 1파운드를 건내는 일
- 내 뒤에 오는 사람에게 문을 열고 먼저 지나가게 하는 일
- 먼저 인사해주는 일
- 고맙다고 말하는 일
이런 것들이 사실 가장 중요한 것들인지도 모른다. 대단해 보이는 일들은 누구나 흥분하고 잘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런 대단한 일들은 그 횟수가 몇번 안된다. 삶은 어떤 큰 규모의 일보다는 작은 일들의 반복을 통해 빚어져 나간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노숙자를 마주치면 줄 목적으로 한동안 주머니에는 동전들을 챙겨두었었는데 오랫동안 챙기지 못했다. 다시 동전을 채워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