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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썼으면 쓴대로 살아내라.

장사꾼이 아니라 책임있는 작가로 남는 법.

by 독학력 by 고요엘

책을 읽는 것보다 써내는 것이 더 어렵다. 경험해보니 30배 정도 어렵다. 읽는 것에서 멈추면 소비자로 남고 써내면 생산자 즉 작가가 된다. 그런데 경험해보니 책을 써내는 것보다 파는 것이 더 어렵다.써내기만 하고 팔리지 않으면 무명 작가이고, 잘 팔리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무명이든 베스트셀러 작가든 그게 중요하지 않다. (한국에서만 매달 6,7천권의 신간들이 나온다. 내가 쓴 책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생산해내는 사람이 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어차피 계속 쓰는 사람은 결국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가는 성장을 경험하게 될테니까.

한밤에 에딘버러에 있는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한켠을 차지하고 작업중.

그런데 책을 쓰거나 파는 것보다 쓴대로 살아내는 것은 난이도의 레벨이 다르다. 거뜬히 100배 이상은 더 어렵다. 책을 팔기만 하면 장사꾼으로 남지만 자신이 쓴대로 살아내면 그때야 비로소 책임있는 작가가 된다. 우리가 한강 작가에게 더 감동하는 이유는 써내는 단어의 배열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써내는 내용을 몸으로 겪어내며 아파하며 체화해내는 삶의 진정성을 보기 때문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그의 책 <월든>에서 "모든 작가는 남의 삶에 대해 전해 들은 것만 쓰지 말고, 무엇보다도 자기 삶을 간단 명료하고 성실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내 얘기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는 친척들에게 써 보낼 정도로 간절한 것이면 더욱 좋으리라. 어떤 사람이 성실한 삶을 살았다면 그가 전하는 얘기는 틀림없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 진기한 일처럼 들릴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최근에 다시 <독학력>을 집어들어서 읽어보고 있다. 읽는 목적은 하나다. 내가 쓴대로 살아내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기 위해서다.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이런 가벼운 책을 쓰고도 이대로 살아내기가 힘든데 인문, 사회, 철학, 신학 등과 같은 무거운 책들을 써내는 작가들은 어떤 부담감을 느낄지 가늠이 안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시민 불복종>, 현대지성,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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