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싱가포르에서 테크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탈 투자자로 일을 하고 있을 당시에,
어느 날 싱가포르 한 유수 대학의 아카데믹 프로그램 디렉터가 찾아 왔다.
“혹시 ‘인공지능’ 수업을 맞아서 해줄 수 있습니까?”
그 얘기를 듣자마자 귀를 의심하며 반문했다.
“당신은 내 전공이 뭔지 아십니까?”
당연히 알고 있다고 했다. 경영학인 것을.
“그럼 경영학이 주 전공자인 나한테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맡기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답인 즉슨,
“당신이 인공지능 전공은 안했지만, 매년 수십, 수백개의 인공지능이나 테크 스타트업들을 투자하기 위해 검토하는데 누구보다도 산업과 기술의 트렌드는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 경험을 녹여서 강의를 해주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이 일로 나는 인공지능을 기본 과정부터 공부해서 가르치기 시작했고, 감사하게도 수강한 학생들로부터 우수한 피드백을 받았다. 처음 시작은 기본 과정에서 시작했지만, 지속적으로 다음 과정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자, 중급 과정 그리고 고급 과정까지 모두 가르치게 되었다. 물론 과정의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나는 여러 아카데믹 논문들을 섭렵했어야 했다. 이때 100여개의 최신 인공지능 논문들을 추려서 읽었었는데, 그때 경험했다. 한 분야에 대해 100개 정도 논문을 대충이라도 읽으면, 전문가가 될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 외에도 파이썬, 구글 텐서플로우 등 코딩 공부도 가르치기 위해 억지로라도 공부 해야했다. 당시 홍콩과기대의 김성훈 교수님이 유튜브에 운영하던 인공지능 강의들, 이 분야에 세계적 구루인 스탠포드대의 Andrew Ng의 강의들을 다 보면서 스스로 공부했다. 공부하는 중에 내가 디자인한 과정에는 어떤 식으로 적용을해서 가르쳐야할지를 늘 고민하면서, 엔지니어만의 시각이 아니라 경영의 시각이 추가될 수 있도록 애를 썼다. 이렇게 준비되어 진행된 엔지니어링 수업은 감사하게도 너무 좋은 피드백을 받았고, 학생들 뿐만 아니라 Salesforce, Vodafone, Facebook, Google, KPMG, EY, DBS Bank, P&G 등 50여군데 이상의 글로벌 기업 및 정부기관들의 관리자들도 인기리에 수강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특히, HSBC, Standard Chartered Bank에서는 AI Lab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필드에서 발생하는 여러 이슈를 머신러닝을 통해 접근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최우수 피드백을 받았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것들이 있다.
첫째는, 시대가 이제는 내가 20년전에 무엇을 공부했었는지 보다는 최근 3년에 무엇을 공부하고 있으며, 무엇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보수적이라고 여겨지는 대학도 교수를 채용하면서, 과거 전공에 매이기 보다는 최근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둘째는, 가르치기 위해 하는 공부는 다른 어떤 목적의 공부보다 큰 집중력과 절절함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배우고 싶다면, 아이러니하게도 가르칠 기회를 먼저 만드는 것이 큰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세계적 물리학자 리차드 파인만(Richard Feynman, 1918-1988)이 주창한 공부법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공부하고 가르쳐보고, 가르쳐보고 다시 공부하면서 쉬운 말로 다시 정리하는 것.
마지막으로, 자신의 한계를 정하고 울타리를 만들어 온 것은 타인이나 환경 이전에 본인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자신의 울타리를 정해주고 그 안에 본인을 가두는 것이 자신 아닌 외부의 다른 것이라는 생각을 암묵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섭섭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당신이 그토록 의식하는 외부 환경은 사실 당신에게 별 관심이 없다. 이러든 저러든 별 관심이 없을 뿐더러, 잠깐 관심있는 척 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정말로 잠시 뿐이다. 그러므로 외부 환경은 무시해도 좋다. 그보다는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한계짓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라. 그리고 그 울타리를 하나씩 걷어내라. 대부분의 것이 당신 스스로 세운 것이기 때문에 당신 스스로 걷어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