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의 브이로글_특별한 관계가 되는 과정
일을 하다 보면 동료 이상이 되는 관계가 있다
의도치 않은 순간들이 모여 어느새 그리 된다
문래창작촌이란 곳에 작가 셋이 모였다
헤아려보니 이렇게 따로 만난 건 고작 세 번째
술을 좋아하는 셋이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더라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 없겠냐만
술집에 울려 퍼지는 잔잔한 음악과
어디에서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아픈 이야기..
조용히 눈물을 훔치며 생각했다
이렇게 우리는 객관성을 잃어가고 있구나, 하고..
서로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구나, 하고..
6년 전쯤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정말 우연히 술자리를 같이 하게 된 나와 남자 둘
하나는 대학 선배요, 하나는 후배다
첫 모임 이후 뭔가 통하는 것이 있었는지
간간히 모임은 이어졌고
그날도 세 번쯤 만났을 때였다
갑자기 술잔을 기울이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하늘의 별이 된 친구의 동생을 생각하며 한 잔
내 유년시절의 후회 가득한 순간을 생각하며 한 잔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이야기 하나가 더해졌다
선배의 갑작스러운 아프고도 아픈 고백
나는 어느 새 눈물을 닦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객관성을 잃었고
지금까지도 이따금씩 만나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됐다
그래, 누구나 비밀은 있다
하지만 그 비밀을 누구에게나 말하지 않는다
만약 그 비밀을 공유한다면
관계의 힘은 커지고 단단해진다
생각보다 아주 견고하게..
그러고 보니
이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이야길 했었다
"왜 어떤 관계의 한계를 넘어야 할 때
반드시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고
아픔을 공유해야만 하는 걸까?
그냥 어떤 아픔은 묻어두고
깊은 관계를 이어갈 수는 정말 없는 걸까?"
<그들이 사는 세상> 9화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