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더라
덧니가 갑자기 거슬리기 시작한 게..
정확하진 않지만
30대에 접어들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근데 내 30대 초중반은 너무 바빴다
어쩌다 1-2주씩 휴가가 생기기도 했지만
그땐 더 중한 일들이 많았다
치과에 정기검진 갈 때마다 교정을 권유받았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바빠 죽겠는데 무슨 교정? 이 나이에?’
그런데 작년에 경주마처럼 달리던 내 커리어에
갑자기 스탑이 걸리면서
30대 들어 처음, 시간과 여유라는 게 생겼다
작년엔 일단 멘탈을 추슬러야 했고
올 초엔 이사라는 큰 미션이 있었다
그리고 새 집에 적응하고 나니
다큐 2부작 원고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 모~든 게 끝난 게 8월 즈음..
넷플릭스 정주행이 지겨워지던 어느 날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교정에 대한 생각..
언제 바빠질지 모른다,
이번엔 안 하면 평생 못 할 거다 라는 불안감이
싹을 틔우던 중 주위를 둘러보니..
그간 별생각 없이 술잔이나 부딪히던 술친구가
치과의사가 아닌가.. 게다가 교정전문의!
그의 병원에 가서 검진받고 설명 듣고
한 달여를 고민한 끝에
2주 전 드디어 교정장치를 달았다
이래서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하는 건가
정말 불편한 게 이루 말할 수 없게 많다
눈뜨면 사과부터 껍질채 먹는 습관이 있는데
항상 잘게 조사 먹어야 하고
앞니로는 삶은 달걀 밖에 못 씹는 등등
이 많은 불편함을 감수할 일인가 싶다
그래도 1년 6개월 후..
덧니 없는 깔끔한 모습을 상상하며..
‘발치는 안 했잖아, 아직 마스크 시대잖아’
등등 합리화 거리들을 머릿속에 줄 세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