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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Oct 13. 2021

인생은 어차피 타이밍

언제부터였더라

덧니가 갑자기 거슬리기 시작한 ..

정확하진 않지만

30대에 접어들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근데 내 30대 초중반은 너무 바빴다

어쩌다 1-2주씩 휴가가 생기기도 했지만

그땐 더 중한 일들이 많았다

치과에 정기검진 갈 때마다 교정을 권유받았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바빠 죽겠는데 무슨 교정? 이 나이에?’


그런데 작년에 경주마처럼 달리던 내 커리어에

갑자기 스탑이 걸리면서

30대 들어 처음, 시간과 여유라는 게 생겼다

작년엔 일단 멘탈을 추슬러야 했고

올 초엔 이사라는 큰 미션이 있었다

그리고 새 집에 적응하고 나니

다큐 2부작 원고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 모~든 게 끝난 게 8월 즈음..

넷플릭스 정주행이 지겨워지던 어느 날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교정에 대한 생각..

언제 바빠질지 모른다,

이번엔 안 하면 평생 못 할 거다 라는 불안감이

싹을 틔우던 중 주위를 둘러보니..

그간 별생각 없이 술잔이나 부딪히던 술친구가

치과의사가 아닌가.. 게다가 교정전문의!

그의 병원에 가서 검진받고 설명 듣고

한 달여를 고민한 끝에

2주 전 드디어 교정장치를 달았다

이래서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하는 건가


정말 불편한 게 이루 말할 수 없게 많다

눈뜨면 사과부터 껍질채 먹는 습관이 있는데

항상 잘게 조사 먹어야 하고

앞니로는 삶은 달걀 밖에 못 씹는 등등

이 많은 불편함을 감수할 일인가 싶다


그래도 1년 6개월 후..

덧니 없는 깔끔한 모습을 상상하며..

발치는  했잖아, 아직 마스크 시대잖아

등등 합리화 거리들을 머릿속에 줄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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