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왜 울어"
와버렸다.
정말 와버렸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출발지 ‘생장’에…
순례길 출발지에 도착하자마자 알베르게에 짐을 두고 뒷마당에 나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노을 지는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푸른 들판 아래, '나'라는 존재는 아주 작게 느껴졌다. 그러다 갑자기 엉엉 눈물이 났다. 정말 몇 개월 만에 흘리는 눈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울면서 내가 왜 우는지 알았다. 처음이었다. 자연이 이렇게 아름다워서 내가 울다니,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프랑스 자연의 품이 너무 크고 아름다워서 나를 위로해줬다. “바보야 왜 울어”하며 와락 나를 꼭 안아주며 위로한다. 따뜻했다.
사실, 오늘은 한국에서보다 더 힘든 하루였다. 생장 마을에 도착하기 전부터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났다.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해서 시작한 길인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내 앞에 나타났다. 바욘에서 만나서 며칠 내내 마주쳐야 했던 한국인 아저씨, 순례자 여권과 순례 도장을 받기 위해 기다리며 만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숙소 뒷마당에서 만난 호주 친구까지 왜 모두 나에게 말을 거는 걸까.
아무랑도 엮이고 싶지 않고 혼자 조용히 걷고 싶었는데… 아니지, 바로 말하면 한국에서처럼 내가 수많은 사람들을 의식해서 너무 힘들었다. 여전히 잘 보여야 하고 밝아 보여야 하고, 거기에 순례자라는 타이틀까지 생겨서 힘내서 잘 걸어야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몸은 순례길에 왔는데 나는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었다.
그래도, 그래도 한바탕 눈물을 흘렸더니 모든 걸 툭툭 털고 일어나 잘할 수 있는 기분이 들었다.
*알베르게
호텔, 펜션, 게스트하우스처럼 숙박시설의 한 종류를 칭하는 단어다. 스페인에서 순례길을 걸을 때 숙박할 수 있는 곳을 ‘알베르게’라고 부른다. 가격은 순례자를 위해 5유로(국립 알베르게)에서 부터 20유로 이상까지 다양하다. 분위기는 운영자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여행지에서 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 정도로 보면 된다.
*순례자 여권과 도장
순례길을 걷고 인증서를 받기 위해서는 순례자 지도에 도장을 차곡차곡 받아야 한다. 순례자 여권은 순례길이 시작되는 지점의 순례자 사무소(여행객 안내센터)에서 받을 수 있다. 도장은 순례자 사무소에서부터 순례길의 대부분 알베르게, 식당, 카페, 순례길 중간중간 쉼터에서 받을 수 있다. 때로는 특별히 도장을 만들고 걸어 다니는 순례자에게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