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 위에서 이어폰을 꽂다.

순례길에서도 이어폰이 필요할지 몰랐다. 한국에서처럼 두 귀에 이어폰을 꽂고 나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한 벽을 만드는 게 필요했다.


론세 바예스에서 쥬비리로 가는 길은 첫날 걸었던 나폴레옹 루트만큼 힘들었다. 이틀 만에 체력이 바닥났고, 첫날부터 틀어진 골반 때문에 오른쪽 다리 신경이 눌려 계속 저리기까지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비가 계속 내렸고, 발바닥만 한 크기의 돌멩이로 가득 찬 산길을 계속 오르고 내리는 것을 반복해야 했다. 오늘도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어서 배가 고팠다.


지금 걷는 것에 온 힘을 쏟으며 버텨내며 걷고 있는데 나를 따라오며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 난 내 길을 걸으러 왔는데 그 사람은 자신의 속도에 맞춰 나와 함께 걷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아니면 자기가 느리게 걸어서라도 나와 함께 걷고 싶어 했다. 순례길에서 처음으로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따라오지 말라고 말은 할 수 없었고, 나는 나를 존중하고 싶어서 그 사람을 피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지금 내 길을 걷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나를 찾기 위해 걸어온 이곳에서는 나만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