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요! 자 천천히 숨을 쉬어요! 좋은 생각만 합시다!"
순례길에서 스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꿋꿋하게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보면 나만의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었다. 이럴 때 나는 멈춰서 눈물부터 흘리는 것을 알게 됐다. 오늘은 스페인 시골 마을에서 펑펑 울었다. 순례길의 시작과 끝을 눈물로 시작해서 눈물로 끝내려다 보다.
팜플로나에서 출발하는 길은 자갈로 된 내리막이 많은 코스다. 순례길에서 특히 돌이 많은 내리막 코스는 등산 후에 하산할 때처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치기라도 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고, 지금도 허리가 틀어진 상태인데 더 나빠지면 앞으로 걷기는 더 힘들 테니까, 나는 짐을 덜고 싶어서 다음 목적지까지 배낭을 보내주는 동키 서비스를 이용했다. 참고로 순례길에서 필요한 모든 짐은 배낭 하나에 넣어 메고 다녀야 한다.
짐도 덜고 가볍게 걸어서 다음 마을에 도착했다. 가방을 찾는데 느낌이 싸하다. 분명히 주소를 잘 써서 보냈는데 다른 순례자 가방은 다 있고 내 가방만 없다. 머피의 법칙은 한국에 있는 나뿐만 아니라 스페인에 있는 나한테도 적용되는구나. 한국에서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면 무조건 하자가 있어서 반품해야 한다거나, 내가 예약한 건 누락된다거나, 배송이 잘못 오거나 하는 이상한 일들이 자주 생긴다. 스페인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여행에 필요한 모든 짐이 든 그 가방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신은 내게 필요한 최소한의 것까지 가져가려고 할까?’ 왜 항상 내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속상했다.
세상을 다 잃은 기분이었다. 아니, 다 잃었다. 지금 땀에 젖어 쉰내가 나는 입고 있는 옷 한 벌, 휴대폰, 앞으로 순례길을 걸을 수 있는 양의 돈 말고는 없는데 이 어려움을 어떻게 뚫고 지나가라는 걸까… 눈물이 핑 돌았지만 괜찮은 척했다.
나의 어두운 표정을 알아차린 알베르게 주인이 다가와 사정을 묻는다. 이유를 말하기도 전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되지도 않는 스페인어와 상대는 알지도 못하는 영어, 울며 엉망진창으로 말하는 한국어를 섞어 내 상황을 전했다.
우는 나를 보고 걱정 말라고 찾아주겠다고 한다. 고마워서 또 눈물이 난다고 하니까 좋은 생각만 하고 천천히 호흡하라고 했다. Smile! (웃어요!), Breath! (자 천천히 숨셔요!) Don't think! (좋은 생각만 해요!) 고마웠다. 걱정과 눈물로 시간을 다 보냈을 텐데, 덕분에 웃으며 기다렸다.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너무 고마웠다. 다행히 걸어서 5분 거리 다른 알베르게에 잘못 배달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