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많이 해요?"

“순례길 걸으면서 생각이나?”

“네!”

“너… 생각이 진짜 많은 아이구나!”


난 몰랐다. 내가 이렇게 생각이 많은 줄은.. 머리가 지끈거리게 아프고, 편두통이 오고 나서야 생각을 멈추는 사람이었으니깐. 순례길에서도 걷는 내내 생각이 멈추질 않았다. “하늘이 진짜 예쁘다. 한국 가면 이제 뭐 하지? 내일 숙소는 어디로 예약하지? 어제 길에서 만난 친구는 잘 걷고 있으려나? 아 바람 좋다~” 등등 뒤죽박죽 생각과 생각이 엉켜 있어서 늘 머리가 아팠다.


순례길을 걸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몇 분째, 아니 몇 시간 고민했는데 무슨 생각을 해야 하나 어떤 주제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고민거리가 다 사라진 기분이다. 생각도 총량이 있는지 생각을 할 만큼 다 하니깐 더 이상 생각할게 떠오르지 않는다. 머리가 가벼워지니 몸이 곧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생각하느라 몸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


그래도 목표한 마을까지 한 걸음 두 걸음을 천천히 걸어가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깨끗하게 샤워하고 내일 입을 옷 빨래도 했다. 고된 하루지만 요리도 해서 맛있게 먹었다. 마치 오늘은 초등학교 저학년이 되서 일기를 쓰는 것 같다. 생각 늪에서 탈출한 기분이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머리와 정신이 맑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