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화살표를 따라 걷다 보면

"그 길이 아니에요!!!"

순례길에서 노란 화살표만 따라가면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어떻게 외국에서 구글 지도 한 번 켜지 않고 길을 찾을까 싶겠지만 푯말, 길 위, 동네 벽까지 그릴 수 있는 모든 곳에 샛노란 색 화살표가 펼쳐져 있다. 심한 길치에 방향치인 나도 쉽게 길을 찾아갈 수 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노란 화살표 표시를 따라 길을 걷다가 막다른 길에 도착했다. 길을 잃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같이 걷던 한국인 순례자 언니와 나는 당황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분명 화살표를 잘 따라왔는데’ “언니 우리 맞게 왔지?”, “응! 근데 여기 막다른 길이다 여기로 가면 되나?”, “언니 근데 화살표가 중간에 사라졌던 것 같아”, “하하하 돌아가자” 왔던 길을 되돌아가 다시 보니 노란 화살표 아니라 노란 강아지 발자국 그림이었다. ‘아이쿠야’ 화살표를 너무 많이 봐서 색만 보고 화살표로 착각했던 거였다.


무사히 알베르게 도착해서 쉬고 있는데, 한 순례자가 오늘 길을 잃었었냐고 물었다. "우리 처음 보는데 도대체 어떻게 알았어요?" 심지어 우리가 걷던 길에는 우리 둘 뿐이었다. 알고 보니 언니와 내가 길을 잃고 다른 방향으로 들어설 때, 길에서 만난 또 다른 순례자가 우리를 보고 그 길이 아니라고 소리쳤다고 했다. 아무리 소리쳐도 못 들은 것 같아서 잘 찾아올까 걱정했다는 말도 덧붙인다. "아.. 몰랐는데 이야기 전해줘서 고마워요."


얼굴도 본 적 없는 누군가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썼다는 생각에 정말 고마웠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리곤 상상한다. 만약 목청껏 우리를 부른 순례자가 없었다면 우리는 계속 잘못된 길로 걸어갔을까?

순례길은 마법처럼 진심이 통하는 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