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의 요가수련 일기
토요일 오전 중으로 처리할 중요한 일이 있어 아침 일찍 외출 했다가 점심 때가 다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하고 한숨 돌리다가 책을 펼쳤다. 한시간 반 정도 독서를 하고 3시부터 요가를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3시 반이되었다. 재있는데 오늘은 요가 하지말고 책이나 읽을까 하다가 금새 4시가 되어버렸다. 마음을 다잡고 매트를 펼쳤다.
시퀀스 구성은 서서하는 동작이 30분, 앉아서 하는 동작 전반부가 20분, 피크 자세부터 후반부가 20분, 그리고 마무리 동작이 20분 정도된다. 1단계만 다해도 괜찮아라는 마음으로 수련을 시작했다. 하다보면 좀 더 하고 싶겠지 하는 마음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벽 수련과 달리 오후 수련은 몸이 일상생활로 이미 많이 풀려진 상태이기 때문에 관절이나 근육의 움직임이 훨씬 부드럽다.
에어컨을 끄고 매트에서 몸을 쓰니 어느새 땀방우리 송글송글 맺는다. 이만하면 충분겠다는 생각은 이미 사라지고 고요함과 호흡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피크(peak) 자세까지 도달했다. 피크자세란 전체 과정 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자세를 말한다. 예를들면 두다리를 목 뒤로 걸어 넘겨 풀리지 않도록 발목으로 꼰뒤에 엎드려 이마를 바닥으로 대고 등 뒤에서 손을 맞잡은채로 다섯 호흡을 한다. 고수들은 척척 다리를 걸고 엎드리지만 나는 아직 오른쪽 다리가 어깨 뒤로 잘 빠지지 않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아무튼 그래도 두번정도 연습은 해보고 그 다음 동작으로 넘어갔다.
전체 수련 과정 중 후반부에 바르게 누워서 수레바퀴처럼 다리를 머리 위로 굴려 일어나는 자세가 네번 있다. 다리를 멀리 넘길 수 있도록 복부에 힘이 있어야 하며 경추와 흉추가 어느정도 부드러워야 한다. 새벽에는 컨디션에 따라 한번 넘기기도 힘들때가 있다. 오후라서 그런지 훌렁훌렁 쉽게 굴렀다. 그렇게 주말 늦은 오후의 수련이 끝을 향해 달려갔다. 초반에 포기하지 않았더니 어느새 마무리까지 왔다. 마라톤 풀코스를 경기에서는 출발 후 첫 5~10킬로미터 구간에서 가장 많은 낙오자가 발생한다. 하지만 30킬로미터 구간에서 낙오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수련을 마친 뒤 보람된 내 노력의 산물인 구슬 땀을 닦아내고 편하게 누워 10분간 휴식을 취한 뒤 수련을 마무리 했다. 보도 섀퍼의 말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즉각 행동에 나서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미루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매트 위에 선 스스로를 칭찬하며 수련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