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신기주 저, 민음사 출판)
한 줄 요약: 넥슨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꿈꾸는가?
한 줄 감상: 창립 21년차 기업의 블랙박스를 뜯어보는 느낌
추천독자: 1. 넥슨 직원 혹은 입사 희망자
2. 스타트업 준비생
3. 게임 산업에 관심이 있는 자(산업사, M&A, 조직 운영 관리)
1. 작가: 시간의 재구성
사람들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이야기 한다. 영화 [라쇼몽]에서 한가지 상황에 사람 셋만 모여도 각자의 인식은 모두가 다르다. 누구의 이야기가 맞는지. 누구의 기억이 더 우선하는지. 하물며 20년간 수만명이 거쳐간 '넥슨'이라는 기업의 역사를 재구성해야 하는 작가의 심정은 어땠을까?
작가는 넥슨 20년의 퍼즐을 맞춘다. 그리고 작은 피스들은 과감히 버린다. 그는 김정주, 송재경, 정상원이라는 커다란 피스들로 20년 넥슨 역사의 큰 그림을 보여준다. 작가는 취재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녹취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들의 대소를 분류하는 것은 작가의 몫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역사의 굴직굴직한 승자들로만 구성된다. 넥슨을 거쳐간 10명의 CEO 중 몇몇은 언급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의 전개는 빠르고 재밌다. 우리는 영웅들의 뒤를 쫓으며 20년 넥슨의 주요 변곡점을 모두 훑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에는 저자만의 관점이 없다. 저자는 인물들로 이야기를 채워나간 뒤 그 결과에 대해 서술을 덧붙일 뿐이다. 과거에 대한 평가, 산업에 대한 작가만의 분석이 없다. 작가 스스로도 게임 산업에는 문외함임을 밝힌 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켄올레타의 구글드(Googled), 아이작슨의 스티브잡스(Steve Jobs)에 비해 아쉽다. 뒤의 두 책은 인터뷰도 열심히 했지만 조사한 회사와 산업에 대한 관점이 명확하다. 이 회사 저 회사를 동시에 언급하기에 흥미롭다. 하지만 이 책은 오직 넥슨의 인물에만 집중할 뿐이다. 블랙박스를 뜯어 녹취된 내용을 재구성한 것에서 멈춘 느낌이랄까. 이 책의 유일한 아쉬움이다.
2. 원동력: 원심력과 구심력
넥슨은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심력'과 벗어나는 '원심력' 두 긴장 속에 성장하는 회사이다. 책은 넥슨의 지나온 궤도를 통해 넥슨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책은 넥슨 내부 직원에게는 회사의 역사와 경영진의 철학을 알려주는 훌륭한 내부 교육 자료이다. 또한 일반 고객에게는 경영원서가 주지 못하는 스토리 중심의 살아 있는 경영 케이스 스터디서다.
넥슨은 첫번째 M&A인 메이플스토리 인수 후 다른 회사가 된다. 원심력이 강하던 시기다. 바깥에서 가져오는 혁신은 '원심력'이 되어 넥슨을 새로운 넥슨으로 도약시킨다. 김정주의 한 수 한 수가 빛나던 순간들이다. 하지만 게임 회사가 원 밖으로 튕겨져 나가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구심력'은 개발능력이다. 이 구심력을 잃으면 결국 회사는 궤도를 이탈하여 꼬꾸라진다. 정상원을 필두로 넥슨은 지금 구심력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넥슨은 단순 퍼블리셔도 마케팅 회사도 아닌 본질이 게임 개발인 회사다.
구심력과 원심력의 긴장 속에 조직이 커나간다. 그러면 거기에 맞는 대표가 오고 리더십을 창출할 수 있는 조직이 살아남는다. 넥슨은 그들의 핵심은 결국 개발능력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넥슨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3. 김정주: "놀러 와"
각설하고 이 한 마디가 이 책의 제목(플레이)이자 주제이다. 세상은 논리가 아니다. 설명할 수 없는 우연과 실수로 이루어진다. 넥슨의 시작은 송재경에게 던진 '놀러 와'라는 그의 한 마디에서 시작되었다. 개발자들이 놀러오던 역삼동 성지하이츠로부터 시작된 넥슨은 세계적인 게임 개발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시작도 사람이고 결론도 사람이다. '놀러 와'로 기업 하나가 생겨날 수 있고 퀴즈퀴즈와 같은 게임이 개발될 수도 있다. 창업은 언제나 우연과 필연의 일치다. 이 책의 '등장인물 소개'에 등장하는 14명의 사람들은 이 김정주의 '놀러 와'에 넥슨에 합류하여 저마다의 자취를 남기었다.
기업의 이야기는 사람에서 시작된다. 시작은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 '놀러 와'라는 이 세 글자가 유독 내 마음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