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News (미첼 스티븐스 저)
한 줄 요약: 뉴스는 단순 사실 전달을 넘어 해석과 분석을 통한 통찰력과 독창적 관점을 제공해야 한다
한 줄 감상: 퀄리티 저널리즘 다음을 고민하는 미국의 저널리즘 토양이 부럽다
추천 독자: 1. 언론 업계 종사자
2. 언론의 올바른 기능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
언론은 객관적이고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자나 앵커는 객관적 사실의 전달자인가? 기자의 주된 역할 중 하나는 ‘객관’화 할 수 있는 정보를 충실히 여러 맥락에서 수집하고 정리하여 전달하는 것이다. 이는 언론의 기본 기능이며 ‘객관성’은 언론의 종교와도 같다. ‘객관성’의 측면에서 비추어 보았을 때 대한민국은 여전히 언론 후진국이다. 검증되지 않은 기사를 남발하는 언론(세월호 때를 떠올려보자)이 태반 아닌가.
『비욘드 뉴스, 지혜의 저널리즘(미첼 스티븐스)』에서 저자는 저널리즘이 추구하는 사실 전달 만을 위한 기능을 넘어서는 지혜의 저널리즘을 말한다. 즉, 저널리즘에도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기자들이 단순 기사 전달을 넘어 사회적 사건에 대한 해석과 분석을 통해 세계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과 독창적인 관점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미첼 스티븐스가 말하는 지혜의 저널리즘은 미국과 한국의 상황에 맞게 고려하여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편향적 저널리즘의 환경에서는 ‘객관성’ 그다음을 말하기가 어렵다. 왜곡되고 편향된 가짜의 지혜로 ‘오염된’ 보도는 차라리 해석 자체가 제거된 일종의 ‘멸균’ 상태의 기사보다 더 해롭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론은 앞으로도 객관성을 이유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임을 방기해야 할 것인가?
미국은 200년이 넘는 저널리즘의 역사 속에서 치열한 논쟁의 토양 속에 현재의 객관주의 저널리즘이 탄생하였으며 저자는 이러한 기존 미디어에 대한 경고의 글을 쓴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저널리즘의 수준은 객관주의 저널리즘조차 제대로 배양된 적이 없는 척박한 토양이다. 특히 정부의 대변인이 되어버린 지상파와 정치색에 맞추어 호도적인 프레이밍에 앞장서는 종편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아직 한국에서 지혜의 저널리즘을 논하기에는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저널리즘의 지혜가 논의되고 있는 미국이 부럽다.
하지만 미국도 한국도 저널리즘이 실패한 이유는 같다. 바로 관점 제공의 실패다. 대책안은 무엇인가? 해석과 분석과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지혜의 저널리즘이다. 스티븐스가 지혜의 저널리즘이라고 부르는 것은 기존의 5W를 넘어 5I, 즉 교양 있고(informed), 지적이고(intelligent), 해석적이며(interpretive), 통찰력 있게(insightful), 밝혀주는(illuminating) 것을 의미한다. 언론은 수십 년에 걸쳐 몸에 밴 지성과 활력을 바탕으로 시민들에게 지혜의 관점을 제공해야 하며 이것이 미래에도 뉴스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로봇이 쓴 기사가 포털과 SNS를 통해 유통되는 시대가 되었다. 스포츠 뉴스나 주식 동향에 관한 단신성 기사는 이제 로봇이 사람보다 더 잘 쓰게 되었다. 단신 기사를 양산해내던 기자들이 실직하는 건 시간의 문제가 되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은 이제 SNS 등을 통해 스스로 뉴스를 큐레이션하고 생산하게 되었으며 이는 기존 언론 권력이 가지던 게이트 키퍼와 어젠다 세터로서의 기능 상실을 뜻한다. 이러한 기술의 변화는 가속화되고 있으며 언론사들은 생존을 위해 데이터 저널리즘, 새로운 형태를 결합한 뉴미디어 등의 시도를 통해 허둥지둥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서 지혜의 저널리즘은 그들이 나아가야 할 철학적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이 책은 기자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민주주의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