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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마발달요가 은희 Oct 04. 2021

나를 아는 시간.

열두번째 기록


도착해서 곧바로 한인민박으로 향했습니다.

하늘이 너무나 맑고 깨끗했어요.


다행히 프라하 시내를 찾아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저를 괴롭힌건 돌바닥이었어요.

캐리어 굴리느라 어찌나 힘들던지.

다음에 아이들이 유럽을 간다고 하면 타이어가 장착 된 캐리어를 만들던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첫날은 짐을 풀고 시내 구경을 했습니다.

저만 아이 엄마같은 기분이 듭니다.

여행객들 모두 파릇파릇한 친구 사이, 사랑하는 연인사이인듯 보이네요.

진작 이런 여행을 좀 했더라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여름이라 그런지 오후 10시가 다 되었는데도 밝습니다.

피곤하지도 지치지도 않는 여행이예요.

참 예쁩니다. 모든게.


하루 일정을 마치고나면 민박집 거실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합니다.

저도 오후에 근처 마트에서 사다 둔 코젤 맥주와 소시지를 갖고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역시나 제 나이가 가장 많네요.

혼자. 그것도 요가를 배우러 무려 아이 둘이 아줌마가 이곳에 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모두 대단하다며 추켜 세워줍니다.

제가 생각해도 약간은 대단하네요.

그런데 아마 지금이 아니었으면 저는 올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공부를 더 하고, 유학을 하고, 뭐 그런 순서를 밟았다면

지금만큼 이 일이 재미있었을까요?


이 시간이 의미있는 것은 그동안 살아온 길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물 두살의 또래 여자 친구 둘이서 여행을 한다고 합니다.

어린 친구들이라 그런지 참 말이 없네요.

저는 여행지에서 제가 혼잣말을 그렇게 많이 하는지 처음 깨달았어요.

마치 할머니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창문을 그냥 보면 되지, 오늘 날씨 좋네~ 이런 말은 왜 하는걸까요?

배고프면 그냥 뭘 먹음 될 것을, 아우 배고프다. 이런 말은 왜 입밖에 나올까요?

그 친구들은 제가 하는 말에 대답을 해야하나 싶어서 서로 눈치를 보느라 안절부절 합니다.

제 자신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었네요.


아침이면 근처 마트에 납작 복숭아를 사러 갔습니다.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과일 중 하나 입니다.

말랑이 복숭아와 딱딱이 복숭아 딱 중간쯤 되는 식감에

납작하니 먹기도 편합니다.

달기는 얼마나 알맞게 단지, 정말 맛있었어요.

아침마다 마트에서 두개씩 세개씩 사다 먹으며 여행을 즐겼습니다.


혼잣말을 많이 하는

복숭아를 좋아하는

아줌마.


좋습니다.

지금의 이런 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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