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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거몽 Dec 26. 2023

행보관님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잠시 쉬어가는 일상글

날씨 도둑(1)


23.11.09

한창 강풍이 불어오는 요즘. 문만 열어도 온몸이 흠뻑, 고인 물이 차오르는 이른 겨울의 경보. 드디어 때가 된 건가 싶어 왠지 모르게 벌써부터 제설 작업의 기억이 생생해지는 11월의 강풍.. 늦잠 잤다가 헐레벌떡 급한 마음 이끌고 달려오는 회사원처럼.. 그나마 양심은 있는 친구처럼..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나타났다.

너무 늦긴 했다. 마치 범우주적인 존재가 개입하여 "난 겨울이 좋아! 꼭 껴안아주고 싶어 이리온~" 하며 도둑질을 가장한 납치를 한 것처럼..

아무리 도둑이 예고 없이 온다지만 날씨가 단서라도 남겨주고 갔으면 이 추위에 미리 대비도 하고 좋았을련만..

그러나 문득.. 나도 오늘 저 존재의 뜻을 이을까.. 하는 마음으로 도둑질이 하고 싶어졌다. 난 행보관님의 마음을 훔쳐보려고 한다.

'나의 필살 버섯 매운탕을 보여드리겠다.'

문득 행보관님의 아침 말씀이 떠오른다.

"버섯으로 매운탕..? 이게 그 느낌이 안 날 거 같은데, 그렇지 거몽아."

"(계급) 요거몽! 자신 있습니다!!"

AM09:00

드디어 결전의 시간이 도래했다.

폰을 받은 8시부터 수많은 강의 영상을 보며 달려온 1시간. 그동안 갈고닦아 온 요리사로서의 세월에 바쳐온 기나긴 대장정.

내 머릿속 수많은 강의 선생님들의 명언과 팁들이 생생하게 울려 퍼졌다.

'척!'난 도마를 펼치고 칼을 꺼내 들며 외쳤다. "전쟁이다!"

그 순간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치며 말했다.

"그래, 얼른 기름 전쟁해야지~ 가서 육전 튀겨."

나의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 뒤 편엔 조리원 아주머니께서 서계셨다.

"이모, 오늘만큼은 제가 국을 하겠어요!!"

당당히 외치며 돌아본 그 순간 당황을 금치 못했다. 눈을 쉴 새 없이 비비며 다시 뜨기만을 반복하였다.

"이모.. 저게 지금 혹시..?"

그렇다, 이모님께서는 심심한 마음을 달랠 명분으로 이미 매운탕을 푹 끓이고 계셨다.

왠지 모를 분한 마음에 난 맛을 보았고, 내 실력의 급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분명 생선이 아닌 버섯인데.. 매운탕 특유의 알싸함이 나의 혀를 감쌌고, 얼큰한 국물맛에 식욕이 샘솟았다. 마치 육개장과 얼추 유사한 느낌이지만 매운탕 특유의 향까지 살린.. 이 맛은..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요?'

이모님은 매운탕으로 행보관님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난 육전과 파채로 용사들의 마음을 훔치게 되었습니다.

뜻대로 된 결과물은 아니지만.. 뭐..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래저래 순탄치 않은 하루를 마치고 어느새 17시 30분.

금일의 하이라이트!!

취사병의 좌충우돌 평일 외출이 시작됩니다.


날씨 도둑(2)


첫 평일 외출을 나가게 된 나는 겪게 될 모든 순간을 이 글로나마 다시 상기하며 끝없이 기억할 것이다. 이 글이 추후 힘들 때 희망의 글이 되고, 좋은 추억을 가진 과거의 '나'라는 존재에게 경의를 표하게 될 것이며 '글쓰기'라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고 유익하다는 것을 이 글로나마 전달하고 싶다. 그렇기에 나 또한 글을 쓴다. 제일 으뜸이라 생각하는 유익한 점. 그것은 '이슬아 작가'님께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TV 프로그램에서 언급하신 말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은 지난날을 다시 생각하고 상기하며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기억의 질 또한 향상시킨다." 라고 말이죠. 실제로 지금 글을 쓰면서도 계속해서 다시 떠올리고, 어떻게 써야 중요 부분을 놓치지 않고 간결한 문장을 작성하여 독자 분들이 보시기에 깔끔한 글이 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으로 지금도 끊임없이 뇌 발달의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 * *


지속적인 강풍은 마치 오늘을 기다렸다는 듯이 더욱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그동안 버텨온 시간들이 헛수고가 될까 두렵기만 하다. 3시간 30분이라는 짧지만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싶은 날이다.


'킁킁' "하, 이 짬냄새.. 씻고 싶다."


저녁 취사 후 나에겐 강풍으로 젖은 몸과 퀘퀘한 잔반 냄새만이 남아있었다.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말끔하게 씻고 환복 할 생각뿐이었다.. 원래 계획이라면 그랬다. 비바람이 부는 밖을 보니 씻어야 할까..?라는 의문이 생겼고.. 나는 갔다 와서 씻기로 했다. 나와 동기는 보고 절차를 다 마치고 위병소 진입로에 들어섰다.


'찰박 찰박' 치수 280의 전투화가 물이 흥건한 보도에 닿으며 나는 소리. 난 뭔가 리듬감이 있는 이 소리를 즐기기로 하였다.


위병소를 지나고 보는 경쾌한 바깥 풍경.. 


흐릿한 풍경이기에 결코 경쾌하다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입장이 되어보면 안다.


출타를 했다 하더라도 어디든 꼭 해야 할 순서가 있다. 카메라를 잠금 해제해야 한다. 위병소 맞은편의 수도 없이 열고 닫아 삐걱거리는 뚜껑을 황급히 열어 비콘 인식기에 폰을 5분여간 올려두었다. 그러나 반응하지 않았다. 서둘러야만 한다. 기다리는 사람과 지체할 수 없는 잔여 시간이 있다.


끝내 실패하고 돌아서며 차량에 탑승했다. 너무 허탈했다. 내 인생의 낙인 사진 촬영을 이런 중요한 날에 할 수가 없다니.. 비콘 장치를 원망했고 해내지 못한 내 스스로에게 실망도 해봤다. 물론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이렇게나마 분한,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시간은 흘러 '돈가스 클럽'에 오게 되었다.


가게는 쾌적하니 깔끔하며 고풍스러운 느낌의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개인적으로 만족했다. 시끌벅적하기보다는 고요한 분위기 속 작은 대화가 오가는 곳이었다.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대체로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많았고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주변이 조용한 점에서 가족들과 먹기 좋았을 것이고, 더불어 쾌적하고 깔끔한 점이 아이들을 데려오기에 강점이 되었나 보다.


피자, 깔조네와 같은 화덕으로 구워진 메뉴는 인기가 많아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아쉽지만 시간이 없는 관계상 과감히 포기하였다.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빠네 로제 스파게티, 큐브 스테이크.. 그리고 사진엔 없지만 국물떡볶이 돈가스' 4개를 시켜 먹게 되었다. 맛은 흔히 알고 있는 그 맛. 딱 적당한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식사는 조리원 이모님들께서 쏘시는 것 아닌가.. 난 최대한 텐션을 올려 '너무 행복하고 맛있다'는 뉘앙스의 말과 행동을 보여드리며 마지막까지 혼자서 남김없이 싹 긁어먹었다.


운동을 하기에 몸 관리를 해야 하지만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라 그런 걱정은 전혀 들지 않았다.


또한 잘 먹는 모습과 기분 좋은 모습울 보이는 것. 이것이 드릴 수 있는 최선의 예절이자 도리가 아닐까 싶었다.


이어 카페를 가자는 의견이 나왔고 내가 아이스크림으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인지라 이모님께서 날 위한 카페를 찾아주셨다. 


바로 'heavy gelato'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가게가 있다는 것을 몰랐기에 굉장히 생소했다.


나는 어린아이가 장난감 포장지를 뜯을 때와 같은 벅찬 설렘의 마음가짐으로 문을 열었다. 신세계가 열리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새 길을 발견하면 그것이 분명히 돌아서가는 길임에도 꿋꿋이 가는 새로운 것에 환장하는 성격인 탓에 처음 보는 종류의 아이스크림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마음 같아선 다 먹어보고 싶었지만 애써 마음을 꽁꽁 감춰둔 체 피스타치오랑 '무언가'로 두 가지 맛을 시켰다. 


'무언가' 라 작성한 이유는 아침부터 떠올려보고 조사를 해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피곤한가 보다.


이곳의 좋았던 점은 얕게 다른 맛의 아이스크림을 서비스로 올려주신다.


근데 나는 두 가지 맛이어서 그랬을까.. 이모님만 올려주셨다.. 애써 티 내진 않았지만 서운했다..


그래도 맛있었으니 그거면 됐다. 분명 아이스크림인데 뭔가 건강한 맛이 느껴졌다. 이것이 참 아이러니해서 글로 설명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 먹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장님 주문 폭주해도 난 몰라요..


사실 이 가게 밑에 하이라이트가 있습니다. 바로 '라베니체 수변공원!' 이곳을 오늘의 하이라이트로 선점한 이유는 볼거리가 많기 때문인데요~ 이탈리아 물의 도시 베니스를 염두에 두고 건설했다는 말에 걸맞게 정말 근사한 곳입니다. 이곳의 진가는 밤에 나타나는데요!


근사한 밤의 불빛과 더불어 술집이 많은 것을 보니 밤의 상가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라베니체 수변공원

짠! 이게 저예요. 참 늠름하죠? 사진을 더 보고 싶으시다면 인스타 찾아오시면 됩니다. ((인스타 사진은 얼굴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이곳은 문보트라는 것도 있어서 꼭 타고 싶었는데, 예약 시간이 안 맞아서 끝내 탑승하진 못했어요. 너무 아쉽더라고요.


추가로 반려견 산책이 좋은 곳인가 봐요. 양해를 구해 골든두들도 만져봤답니다!!

골든 두들

리트리버와 푸들의 혼종견이라는데 완전 귀엽고.. 사람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힐링됐어요. 주인분 감사합니다!! 


여러 가지로 즐겁고 행복했답니다. 


어머!! 글이 엄청 길어졌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자기 훅 떨어진 날씨에 감기 안 걸리도록 부디 부탁드립니다!!

*건강하셔야 제 글 보니까요 "크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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