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님동 주민센터 요가반 #1
요가강사들의 구직 플랫폼인 호호요가에 올라온 주민센터 구인공고를 발견했다.
이력서를 넣고 며칠이 지났을까?
귀갓길 지하철 앞에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그렇게 갑자기 면접 아닌 면접이 시작되었다.
(면접이라 부르기가 좀 애매하다.)
무언가 횡설수설 이야기하다, 3주 뒤부터 시작할 수 있냐기에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주민센터로 내 연락처를 넘기겠다고 했다.
머리에 물음표가 반짝 떠올랐다.
‘엥. 담당자가 아니었나?‘
호호요가에 글을 올린 사람은 센터 측 관계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분께는 이후 바로 전철을 탈거라 바로 통화는 어렵다고 전달했다. 하지만 이 대답이 무색하게도, 전철을 타고 가는 중에 주민센터 측 전화를 받게 되었다.
전화 상대는 이미 뭔가 화가 나 있었다.
내게 3주 뒤부터 할 수 있겠느냐고 묻다가,
다음 주에 바로 시작할 수 있냐고 물었다.
수업 30분 전에 나올 수 있느냐고 묻다가,
1시간 전에 나오라고 했다.
아침 수업인 데다 가는데 1시간이 걸리는데 말이다.
여기서 일을 해도 괜찮을지 판단이 흐려지는 것 같아, 일단 전화를 끊고 생각을 해봐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나는 '제가 첫차를 확인해봐야 해서, 확인 후 연락드리겠습니다.'라며 한 발짝 빼보려고 했지만….
상대는 '그럼 30분 전에 나오는 것으로 할게요'라며 대화를 마무리하였다.
마치 시장에서 물건값을 흥정하는 것 같았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았지만, 나는 일이 잘 안구해지는 초보강사이기 때문에 일단 가보기로 한다.
아침 일찍 회사로 출근하는 사람이 가득한 지하철을 타고 주민센터에 도착했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자율출퇴근제를 활용해 최대한 지옥철을 피했었는데, 이제는 시간 약속을 어마어마하게 지켜야 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게 체감된다.
다른 일들도 대체로 출퇴근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건 마찬가지지만, 대체로 불가피한 사건사고에는 유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일은 정말 ‘제시간’에 가지 못하면 업무가 마비되어 버리는 것 아니겠는가!
수업 시간 전 ‘업무협약서’를 작성했다.
담당자는 만나보니 첫 통화와는 다르게 친절한 분위기여서 안심이 되었다. 내게 ‘근로계약서’가 아닌 ‘업무협약서’를 쓴다며 내게 이것저것 설명해 주었다. 또 회원들의 민원사항이나 질문 등은 주민센터로 내려보내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매년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한다고 한다.
1년에 한 번씩 재계약 걱정을 해야 한다니, 파리목숨이 따로 없구나 싶다.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 보자면, 1년이나 계약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요가강사’는 대게 어차피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단시간 노동자로 고용된다. 그래서 언제든 센터에 사정에 의해 해고될 수도 있다. 그나마 개중 1년이나 계약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자리인 것이다.
계약 후 바로 첫 수업을 하러 강당에 들어갔다.
이렇게 얼레벌레 햇님동 주민센터 요가반을 맡게 되었다. 새로운 시작에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잘 해낼 수 있을까?
초보강사를 위한 팁: 구직하기!
우선 부딪혀보려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요가/필라테스 강사 구인은 <호호요가>라는 플랫폼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사이트주소: https://www.hohoyoga.com/home
* 앱스토어에서 어플 형태로 다운 가능.
호호요가에는 누구나 구인글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켜본 바로는 불순한 목적의 글도 간혹 보였습니다. 주의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