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복잡하고 먹먹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방 안에서 홀로 요가 수련을 했다. 평소와 같으면 편의점에서 만 원어치 맥주 4캔과 적당한 안주거리를 사들고 귀가했겠지만,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술을 끊게 되어 음주의 빈자리를 요가로 채우고 있다.
나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애주가였기에 요가 수련이 음주의 모든 장점을 대신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인들과 갖는 술자리의 즐거움을 요가가 대체하기는 무척이나 힘들 것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쓰린 마음을 달래는 데에는 술보다도 요가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우연히 심경이 복잡한 때에 요가를 만나게 되어서인지 아니면 복잡한 마음 때문에 요가의 맛에 더 빨리 빠져들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경우 요가가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으로 자리 잡았었다. 그래서 가슴이 먹먹할 때 술 대신 요가 수련으로 해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가능하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요가 동작으로 몸 구석구석 뻣뻣한 부위를 스트레칭하며 굳어져 있던 마음을 풀어내고, 명상을 통해 나 자신과 타인을 힘들게 했던 내면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나면 한결 기분이 나아진다. 물론 술을 마시는 동안에도 스트레스를 얼마간 해소할 수는 있지만 음주는 다음 날 숙취를 남기는 반면 요가 수련은 더 단단해진 마음을 남긴다. 요가 수련을 하면서 내 마음의 아픈 곳을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술을 마시건 요가를 하건 퍽퍽한 현실이 내일이라고 달라지지는 않는다.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사람이 내일은 나를 더 힘들게 할 수도 있고, 안 그래도 출구 없는 미로 속에 갇혀있건만 내일은 길이 더 꼬여버릴 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다른 누군가는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무거워 버티는 것만으로도 더 지쳐버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일도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라면 현실을 못 바꿀지언정 내 마음을 더 단단히 하여 의연함을 기르는 것으로 일상의 질을 높여볼 수 있지 않을까. 저마다 삶의 무게는 다르겠지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시간, 마음 속 생채기를 돌보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좋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요가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아주 좋은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