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스타트업에 합류하여 일하게 된 지도 2년이 다 되어갑니다. 처음에 5명의 멤버가 일할 때 합류했었는데, 지금 우리는 서른 명이 넘는 임직원들이 근무하는, 스타트업보다는 회사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조직이 되었습니다.
저의 직함은 마케팅 매니저입니다. 그러나 초기에는 워낙 인원이 적었기 때문에 저는 사업/제품 홍보 등 마케팅/영업 관련 업무뿐만이 아니라, 경영 지원, 인사까지 사업 운영을 위해 필요한 모든 업무에 손을 대야 했습니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업무가 아닌 하루하루 다이내믹하게 다양한 업무를 하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분명히 일을 많이 하기는 하는데 어떤 업무 때문에 바쁜 것인지, 하고 있는 일들은 제대로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지 등 업무를 정리하는 일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끝도 없이 펼쳐진 할 일들을 포스트잇에 적어 책상에 덕지덕지 붙여 두고는, 하나씩 떼어가며 일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특히 초창기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지시받는 업무보다도 알아서 찾아서 해야 하는 일이 더 많기 때문에 포스트잇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할 일들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일이 끝나면 포스트잇들을 떼어서 버렸습니다. 포스트잇을 하나씩 버릴 때마다 속이 시원하긴 했지만, 하는 일들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느낌은 여전했습니다. 했던 일들이 기억에도, 기록에도 남지 않고 사라지는 것도 아쉬웠고요.
그래서 일단 저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 to do list를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책상에 붙여두었던 포스트잇을 온라인으로 가져온 것뿐이지만, 기록에 그칠 것이 아니라 업무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싶어 졌고 몇 가지 사항들을 변경하고 추가해나갔습니다.
기본적으로 포맷은 월간 스케줄러와 유사합니다. 다만, 업무 스케줄표이기 때문에 월요일부터 금요일 란만 있고, 'issue of the week' 란을 추가하여 주 단위 업무를 관리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해당하는 날짜에 해야 할 일들을 적으면 됩니다. 할 일은 매일 업무 시작 전에 적기도 했고, 일이 생긴 즉시 마감일에 해당하는 란에 바로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성격이 다른 업무들은 각기 다른 색상으로 구분지어서, 현재 제가 주로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업무가 어떤 일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처음에 저는 이 툴을 마케팅과 영업, HR, 경영지원 등 성격이 완전히 다른 업무들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했지만, 온전히 마케팅/영업 관련 업무만 맡게 된 지금도 여전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의 카테고리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상품화, 파트너/영업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 툴을 사용함으로써 얻는 이점이 생각보다 컸기 때문이죠.
이렇게 업무를 정리함으로써 얻는 가장 큰 효과는 단연 업무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루하루의 세부 업무 관리뿐만 아니라, 지난주에 특정 카테고리에서 했었던 업무가 무엇인지를 보면, 그다음에는 어떤 업무를 해야 하는지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즉, 업무를 일부분이 아닌 큰 흐름 속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부수적으로는 이전부터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 기록함으로써 경력 관리에 활용하게 되었고, 제가 어떤 카테고리의 업무를 더 좋아하고 잘할 수 있었는지 성향 파악을 하는 데에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업무들이 오차 없이 각각의 카테고리에 딱 맞게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애매하게 중복되는 경우나 어느 분류에도 속하지 않아 보이는 일들도 있죠. 하지만,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다면 어디든 끼워두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일을 큰 방향성 안에서 세부 업무를 관리하기 위함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산발적인 업무들을 정리하고 싶으시다면, 이런 정리 방법도 참고해보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