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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마 Mar 22. 2020

링크드인으로 맺어진 인연

나의 2020년 목표 중 하나는 커리어 멘토를 만나는 것이었다.

멕시코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다이내믹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커리어 변곡점을 꽤 많이 겪은 나는 커리어 개발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해야만 했다. 더군다나 작년부터 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나서부터는 처음 맡는 관리자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 그리고 개인의 커리어를 탄탄히 만들어가기 위해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었다.

 

'멘토'를 찾기 위해서는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장소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에 가야했고 가장 먼저 떠오른 플랫폼은 단연 링크드인이었다. 링크드인을 약 3년 간 사용하면서 관심있는 업계/직무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그들과 커넥션을 맺는 방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고, 이미 맺어진 일촌을 기반으로 연관된 사람들과 커넥션 맺기가 이전보다 더욱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링크드인은 내가 가진 소셜미디어 중에서 일촌이 가장 많은 소셜미디어이다.) 그리고 꼭 커넥션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일촌의 포스팅을 통해 업계/직무 트렌드나 조직 생활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링크드인 피드를 살펴 보는 일은 나의 출근길 습관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어느 날 아침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하철에서 링크드인 피드를 내리던 중 나의 일촌이 추천한 브런치 글이 눈에 들어왔다. 


'문과졸업생으로 IT 영업을 시작하다'

 

IT 회사에서 마케팅을 맡고 있기에 단순한 동질감에 이끌려 포스팅을 누른 글에는 글쓴 분이 사회 초년생 시절 벤처기업에서 일하시며 지금의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과 같은 문제를 겪으신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격한 공감을 하며 글을 읽다가 어쩌면 이 분에게 조언을 구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다른건 몰라도 적극성 하나 만큼은 타고난 나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실행에 옮기는 편이다. 나는 곧바로 그 분의 브런치에 댓글을 달고 링크드인 커넥션을 요청했다. 혹시 커리어 개발과 관련되어 조언을 여쭈어도 되냐는 조심스러운 메시지와 함께.

다행히 '웰컴'이라는 기분 좋은 답변과 함께 커넥션이 맺어졌고, 나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다시 장문의 메시지를 적기 시작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고민을 구구절절 적어 내려가다 보니 메시지는 장문이 되어 버렸고, 이제 막 커넥션이 맺어졌을 뿐인데 다짜고짜 하고 싶은 말부터 해버리는게 너무 무례하진 않을까 걱정하며 메세지를 몇 번씩이나 읽고 수정 했다.


며칠 동안 답장은 오지 않았다. 링크드인에서 많은 메시지를 보냈었고 답장 조차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에 처음부터 어떤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 역시 처음부터 너무 무리였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다음 기회를 생각해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던 중, '메일로 쓰자니 내용이 길어질 것 같아 시간을 잡고 화상 전화를 하자'는 답변이 돌아왔다.

솔직히 나에게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짤막한 답장만 받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화상 전화로 이야기를 나눠 주신다니! 그간 링크드인의 일촌들과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 정보를 주고 받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까지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거라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진심으로 기뻤고 다른 한 편으론 얼떨떨했다. 감사 인사와 함께 화상 전화 일정을 맞추고, 나는 그 날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머릿 속을 계속 정리해나갔다. 


화상 전화를 하기로 한 날,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서서 카페에 앉아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한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노트와 펜을 챙기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대화 내용을 모두 기억하겠다는 굳은 다짐과 함께.

시간이 되었고, 화면에 나타나신 분은 내 예상보다도 더욱 친절하셨고 친근하셨다. 긴장된 마음을 조금은 풀었고, 간단한 자기소개로 시작된 대화는 커리어와 직장에 관한 나의 고민까지 털어놓는 자리가 되었다.

대화는 30분 동안 이어졌다. 그 분께서는 본인의 예전 경험에 대한 이야기, 내가 지금 갖추어야 할 지식과 스킬에 대한 조언, 그리고 그것을 개발할 수 있는 아주 현실적인 방법까지 아낌 없이 알려 주셨고 직무 강의 추천까지 잊지 않으셨다.

그동안 내가 가야할 커리어 패스를 고민할 때 비포장도로에서 이 길 저 길을 헤매는 것 같았는데 번듯한 길을 알려주는 표지판을 발견한 것 같았다. 30분 간의 활력 넘치는 대화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용기를 얻게 되었고 또 다시 달려나갈 힘을 얻게 되었다.


아직도 불과 며칠 전에 겪었던 이 일이 신기하고 소셜미디어 네트워킹이 가진 힘이 새삼 놀랍기도 하다. 링크드인은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잠재력이 달라지는 플랫폼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진짜 나의 오프라인 삶에 까지 영향을 미칠 줄이야. 이 일을 계기로 커리어에 관한 한 링크드인을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해보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주로 도움을 구하고 영감을 얻는 플랫폼으로 활용했다면 앞으로는 도움을 주고 영감을 줄 수 있는 방향도 함께 고민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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